WHO, 11년 만에 ‘팬데믹’ 공식 선언에 미 주요 기업 ‘보잉’ 20% 하락까지
미 증시 ‘약세장’ 공식 진입에 글로벌 증시도 불안 확산

뉴욕증시 또 급락. 미 증시가 11년 만에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전세계 증시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뉴욕증시 또 급락. 미 증시가 11년 만에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전세계 증시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의 약세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11년 만에 ‘약세장’에 진입했고, 영국 중앙은행의 전격 금리 인하 결정도 유럽 증시를 반등시키지 못했다. 아시아 증시도 낙폭을 키우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5%) 급락한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는 11일(현지시간) 기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52주 최고가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bear market)으로 분류된다. 다우지수가 고점 대비 10~20% 하락하는 조정 국면을 수차례 거치기는 했지만 '20% 문턱'을 넘어서면서 약세장에 들어선 것은 2009년 이후로 처음이다.

유럽 증시도 약세를 이어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2.47포인트(0.74%) 떨어진 333.17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36.81포인트(0.35%) 내린 1만438.68,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26.36포인트(0.57%) 하락한 4610.25를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12일 오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는 12일 오전 급락하고 있고, 한국 코스피도 오전 3% 넘게 급락하면서 1850선도 무너졌다. 지수는 전장보다 20.30포인트(1.06%) 내린 1887.97에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강세장을 상징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상 <사진=연합뉴스> 
▲ 강세장을 상징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상 <사진=연합뉴스> 

WHO는 2009년 신종플루(H1N1)이후 11년 만에 코로나에 대해 팬데믹을 공식선언했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코로나 발병이 보고된지 71일 만이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통용됐던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뒤늦게 공식화되자, 공포감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증시에 불안이 확산됐다. 뉴욕의 투자자문사인 켄터피츠제럴드의 피터 세치니 수석시장전략가는 WSJ와 인터뷰에서 "11년간의 강세장은 끝났다"고 말했다. 과거 미 증시에서 약세장은 한번 시작될 때 14개월여간 지속되면서 30% 이상의 낙폭을 반복한 바 있다. 

전일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코로나19와 관련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하면서 재정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연말까지 급여세율을 0%로 하는 감세안을 제안했지만,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의원은 해당 감세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증시가 약세장으로 본격 진입하자, 12일 오전 10시(국내시간) 트럼프는 긴급 담화를 통해 소기업과 가계 지원을 위한 5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준비, 급여세 인하 등 세금 감면안을 담은 재정정책을 제시했다.

미 주요 기업인 ‘보잉’의 주가도 20% 넘게 하락하면서 증시 불안을 가속화했다. 11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보잉 주가는 18% 넘게 떨어져 일일 낙폭으로는 1974년 이후 46년 만에 최대였다. 보잉은 코로나19 위기에 현금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고용을 중단하고 초과근무도 제한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 1월 모두 138억 달러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재무상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하원 세출위 소위에 출석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 하원 세출위 소위에 출석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안전자산’도 힘을 쓰지 못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다. 미국 주가지수가 급락했는데도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11일 미국의 10년물 수익률은 0.8%대로 올라섰다. 금 선물가격도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제로금리가 전면화되면서 시장에 미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게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클 퍼브스 톨바겐 CEO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장기물 국채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기록했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매도를 해야 할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10년물, 30년물 미국 국채가 아닌 현금을 진정한 안전자산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채권 금리의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시장이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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