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총선 연기 강력 주장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 “우리나라 방역·통제 부분 선진국보다 우위 수준”
선관위, 투표소 방역방침 발표…선거인 반드시 마스크 착용
누리꾼 “다른 국가 선거 연기하는데 왜 우리만 이 시국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 오늘(20일)은 총선 연기 여부에 대해서 정부·여당이 답해야 하는 날이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영수회담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연기 여부를 20일쯤 판단한다고 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4·15 총선을 20여 일 남겨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총선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생당 소속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유성엽·박주현 공동대표는 등은 총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정의당,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총선 연기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투표소 운영방침을 마련하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 낮으면 여권에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다.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왼쪽)와 박주현 공동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당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왼쪽)와 박주현 공동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당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3월 20일까지는 가봐야…민생당 총선 연기 강력 주장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 발생 후 방역당국이 2월 23일 위기 경보를 최고수위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2월 18일에는 신천지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증가하기 시작해 29일 하루에만 909명의 환자가 추가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에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2월 28일 영수회담에서 총선 연기를 제안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이에 대해 “(대구) 신천지 전수조사 결과 후에 판단해야봐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3월 20일쯤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선거지원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상황 아래 실시되는 만큼 감염을 걱정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면서도 “정부는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하실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의 실행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배·학교·집회·학원·PC방·공연·경기 중지 등 모든 사회적 접촉을 자제 시켜 겨우 감염확산을 막고 있는 형국에, 수많은 사람들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선거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대구신천지교회와 같은 일이 수도권 등지에서 터지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전쟁 중에도 총선을 치렀다는 일부 주장에 “전쟁 중에도 열렸던 올림픽도 연기가 거론되고 있다”며 총선 연기를 강조했다. 

그러나 나경원 통합당 의원은 “가급적이면 해야된다는 생각”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방역당국이 투표소에서의 확산을 방지하지 못 할 만큼 허약하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방역·통제 수준은 선진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 충분히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전했다.  

진보진영의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또한 “총선 연기로 자칫 국회의 구성이 늦어져 공백이 생긴다면 재난적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총선 연기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총선 연기에 대한 생각이 정당마다 제각각이다. 

총선 연기에 집권여당이 소극적인 입장인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연기를 선언하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책에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꺼려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이 나온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통상적인 선거 운동이 어려워, 지금과 같은 ‘깜깜이 선거’가 현역에게 유리하고 큰 정당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1948년 아이 업은 여인과 할아버지가 나무로 된 투표상자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 <사진=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제공>
▲ 1948년 아이 업은 여인과 할아버지가 나무로 된 투표상자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 <사진=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제공>

헌정사상 전례 없던 총선 연기, 가능성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헌정사상 선거가 연기된 전례는 없다. 제2대 총선은 6.25 직전인 1950년 5월에 치러졌고 제2대 대선은 전쟁 중인 1952년 8월에 치러졌다. 당시 전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8.1%라는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19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선, 총선의 경우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보는 시각에 있어서 의견이 분분하다. 제3국 감염, 초반의 대구신천지교회의 비협조적 대응 등 일부 인재(人災)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선관위는 19일 투표소 운영방침을 발표했다. 3,500여 개 사전 투표소와 1만4,300여 개 선거일 투표소에 대해 투표 전날까지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방역을 마친 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전까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 

투표소에 오는 선거인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면, 현장에 비치된 소독제로 손 소독 후 선관위가 준비한 위생장갑도 착용해야 투표소에 입장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선관위는 유권자의 손이 닿는 물품·시설 등을 수시로 소독해 감염 예방에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관위에서는 연기를 검토해본 바가 없다”며 “대통령께서 총선 연기를 결정하시면 그때 행정적인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시민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인 만큼 투표소가 집단감염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세계 각국 선거 및 일정 연기

한편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세계 주요 각국은 선거 및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는 등 감염 확산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해외유입 위험이 높아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이에 프랑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기권율이 5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오는 22일 예정된 지방선거 결선투표를 연기했다. 

영국 정부도 5월 7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지방선거를 1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도 각 주의 자체 선거일정을 미뤘다.

선거뿐만 아니라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도 취소 또는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고, 5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었던 프랑스 칸 영화제도 6월 말이나 7월 초로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일부 누리꾼들은 “다른 나라도 다 선거 연기하는데 왜 우리만 이 시국에 총선을 치르냐”며 “선거가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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