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월 3개월간 주1회 RP 매입 실시…7월 이후엔 상황 봐서 연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꺼냈다.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다음달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일정금리 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무제한 RP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은 전례 없는 조치다. 한은은 “미국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는 한은이 RP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단 뜻이다.

한은은 아울러 RP 입찰 참여 금융기관에 증권사 11곳을, RP 매매 대상증권에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발행 채권 8종을 각각 추가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했고, 일부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한국판 양적완화’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은 7월 이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한은의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정책금융기관 발행채권을 담보로 RP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펌프 역할을 맡으면서 단기자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금리 안정에 기여할 것”며 “단기 유동성 위축 해소에 도움을 주고 향후 정부 금융안정 패키지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늘어나는 조달 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의 유동성 경색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사실상 양적 완화의 첫걸음”이라며 “신용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막을 강하게 치고 있다는 것은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자금시장에 7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기존 정부 발표에도 기업어음(CP) 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한은이 직접 유동성 공급에 나서게 되면 시장의 단기 자금 수요가 떨어지고 결국 금리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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