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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룡 칼럼] 위기 때 빛나는 리더십과 '엎드려 눈알 굴리기'

'기장형 재난기본소득'에 '니* 굵다' 방관형, '골 때린다' 숙고熟考형 또는 귀차니즘, '2등 전략' 따라지형 등 관료들의 천태만상千態萬象

 

부산광역시 기장군은 27일 오후 3시부터 군 홈페이지에서 '기장형 재난기본소득' 인터넷 접수를 시작했다.

기장군은 처음 계획한 시간보다 1시간 더 일정을 앞당겨 시작해, 신청자들 서류심사를 시작한지 1시간 반만인 오후 4시 30분에 146명 계좌에 재난기본소득을 모두 입금시켰다.

아덴만 여명작전처럼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해낸 것이다.[아덴만 여명작전; 2011년 1월 21일 대한민국의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호(Samho Jewelry)를 구출하기 위해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 만 해상에서 벌인 작전이다. 작전을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선원 21명과 선박을 모두 안전하게 구출했다. /출처,두산백과]

전국 지자체들이 코로나19 피해 복구를 위해 '재난기본소득' 지급 정책 발표 이후, 부산 기장군이 가장 먼저 현금 지급을 집행한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옳다고 판단되자마자 곧바로 실행되는, 정책이 입안되자마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집행되는 기장군의 행정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장군은 '기장형 재난기본소득'을 통해 관내 모든 군민들에게 현금 10만원씩 총 167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기장군의회 임시회에서 기장형 재난기본소득 조례가 통과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의회는 군의 제안에 망설이지 않았고, 군은 통과된 당일 3월27일 오후 4시 반에 입안을 집행, 완료시킨 것.

하지만 '실행의 디테일'에는 더 치밀했다. 대상자는 기장군에 주민등록 되고 실제로 거주하는 모든 주민이다. 다만 오규석 군수와 가족들은 '자발적 제외' 대상이다. 군의 간부공무원들도 자발적으로 동참의사를 밝혔다. 하여 '자발적 제외' 대상을 제외한 군민은 16만6321명이다. 모든 주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170억여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나눌 것인가였다.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3월27일 오후 4시 30분에 '군 홈페이지'를 통해 완료했다(그러나 이 방법은 온라인에 익숙치 못한 어르신에게는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해 '찾아가는 서비스'에 착안했다) 둘째, 읍·면사무소 방문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주민들이 긴 줄을 서지 않도록 4월6일부터 시작하고, 셋째는 (환자나 원거리 군민을 고려해)우편신청이 가능토록 했다. 군은 우편 접수를 위한 신청서와 회송용 등기 봉투를 넣은 서류를 27일부터 30일 사이 지역 내 가정에 배부한다.

오규석 기장군수이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국가재난사태로 전시상황이나 다름없다. 쌀독을 박박 긁어서 쌀 한 톨이라도 아끼고 쪼개서 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 혈세는 이럴 때 써야 한다. 이것이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고 지방자치의 필요 이유다"

기장군의 내막을 자세히 아는(?) 부산의 다른 지자체 어느 공무원이 말했다. 
"니* 굵다"

하지만 시민들의 항의성 민원이 쇄도했다. "기장군 복지정책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항의에 타 지자체들은 뒤늦게 급해졌다. 부산진·동·수영·남구가 코로나19 피해 극복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부산진구는 230억 원 규모의 민생안정 예산을 편성해, 36만 명 전원에게 1인당 5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동구는 긴급생활지원금 40억 원을 편성해 지역화폐인 'e바구페이'로 주민 1인당 5만 원을 지급한다. 수영구도 '수영구형 긴급생활안정자금'을 편성해 구민 17만6000명에게 1인당 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남구도 136억5000만 원을 구민 1인당 5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디테일'은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의회를 열어 긴급생활안정지원금 지급조례안을 의결, 추경을 편성해야 하고, 코로나19피해 기준을 정해야 하고, 청년 400명에게만 50만 원씩 지급하는 곳도 있으며,
정책적으로 발행하는 화폐라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 또 소상공인은 제외되고,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되는 곳도 있고,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마저 절차적 민주주의의 준법정신이 투철한 부산 지자체들에게는 시간이 좀더 필요해보인다.

한편 재난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다른 지자체 시민은 불만이 높다. 해운대구에 사는 한 주민은 "세금은 꼬박꼬박 냈다. 재난 때 아무런 지원도 없다.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과 지역 경제에 단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타 지자체 조금 높으신 공무원이 말했다. 
"골 때린다"
'머리 아프다'는 뜻이겠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돌리려니(?) 아프기도 하겠다.

이 뿐 아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가 마스크 품귀, 이름하여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던 초기에, 부산 기장군은 전국 최초로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무상 배포했다. 이른바 '부산 기장군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장군은 지난 2월 18일부터 3월 22일까지 3차에 걸쳐 전국 최초로 전세대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무상배포 완료하고, 4월 개학 시기에 맞춰 관내 모든 중·고등학생 8천5백여명에게 1인당 10매씩 총8만5천매를 무상배포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무상배포완료 후 남은 17만여매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비상용으로 보관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기장군은 전국적인 확산에 대비했다. 군은 1월 28일에 기장군 보건소에 긴급물품(보건용 마스크, 손소독제) 확보를 지시, 1월 29일 물품 확보를 위한 예비비 승인을 신청, 1월 30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첫 예비비 승인과 동시에 전국 마스크 업체를 대상으로 1월 29일부터 사전구두계약을 체결, 2월 3일부터 2월 18일까지 14개 업체와 조달 또는 수의계약으로 62만 장의 마스크를 확보했다. 2월 18일이후 조달계약이 불가해지자, 군은 2월 20일부터 관내 및 인근 마스크 공장 현장을 방문해 구두계약 및 생산 인력 지원을 약속했고, 정부의 공적 마스크 물량 확보 방침이 있기 전에 총197만9천여 장의 마스크를 확보했다.

기장군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전국 최초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주민 여러분에게 무상배포하고 방역하면서, 군민 여러분들로부터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면서 "적은 금액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지역주민 여러분께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그래서 타 지자체 한 공무원께 물었다. 기장군 '위기의 리더십'은 어디서 온 걸까요?

"기장군에는 돈이 많아서..."

또다른 구의 고위 직원은 "기장군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대부분의 부산지역 지자체는 독자적으로 복지정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국비 지원이 많고, 원자력발전소 발전기금도 있어 주민 복지정책에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예산 편성에 어려운 대분의 지자체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런 가운데 기장군은 '기장형 재난기본소득' 추진에 이어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전체 군민의 '안전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군민 누구나 감염병으로 인한 상해·사망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가입된 보험 약관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지난해 7월 제정한 '기장군 군민안전보험 운영 조례'가 감염병 피해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조례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근거해 제정한 것이다. 재난이나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고와 범죄로 피해를 본 기장군민에게 1인당 1000만원 한도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군은 감염병 피해자가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새로운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군은 부산시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20억원, 정부에서 추진하는 긴급복지지원(중위소득 75%이하 세대 지원)에 1억여원 등 총 21억원도 별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오규석 군수는 솔선수범해 본인과 가족은 기장형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번 기회에 나눔과 배려의 문화가 확산된다면 '기장형 재난기본소득' 전담 기부창구도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그래서 다시 '리더십'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옳다고 판단되자마자 곧바로 실행되는, 정책이 입안되자마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집행되는 기장군의 행정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에게 직접 물었다.
오 군수는 "기장군에는 '기장형 Agile Government Project(기장형 애자일 행정 프로젝트)'라는 행정시스템이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된 1차 행정혁명, 1960~70년대 산업화시대의 2차 행정혁명, 1987년 6.10 항쟁 이후를 3차 행정혁명"이라 구분한 뒤 "1,2,3차 행정혁명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일방통행, 탑다운방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다"면서 "인터넷과 교통의 발달로 지구가 촌이 된 '초연결 사회'에서는 4차 행정혁명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 "제4차 행정혁명은 지방자치의 시대, 즉 지방분권과 지방발권이 중요하다. 이때의 행정도 기초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 기초란 지방자치단체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 개개인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반영하고, 피드백하며, 또 함께 보조를 맞추는 행정체계여야 한다"며 그 원리를 설명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기장형 Agile Government Project의 핵심 작동원리는 피드백, 주민 참여, 현장, 공유, 공동의사결정, 저비용, 고효율, 실용, 절용이다" 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해오던 "애자일 행정 이론과 모델을 기장군에서 실현하고 싶었다"고 고백처럼 말했다.

인간사회는 '어쩌다' 위기를 만난다. 인간들은 공황 상태, 패닉에 빠진다. 그러면 사회, 국가의 리더십이 '갑자기' 대응 모델을 발표한다. 구성원들이 영화 '컨테이젼'처럼 휴지와 음식을 '싹쓸이'한다. 총기류 판매가 급증하고 식료품가게는 문도 열리기 전, 새벽부터 인간줄서기가 끝이 없다. 이주민들이 알바에서 쫓겨난다.  돈이 없으면 구급차를 부르거나 입원을 하지 못하는 의료시스템 속에서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은 마스크 뿐이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하라'는 국가의 명령에 대중은 '질식의 공포'를 느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규칙이 던져지자, 날마다 볼에 뽀뽀하며 인사하던 '문화인'들이 맨 먼저 '멘붕'에 빠졌다. 질서정연하게 '매뉴얼' 세상을 살던 '축소지향적 종족'은 '입 닥치고 방콕' 상태다. 코로나19 광풍은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버렸고, 기름값은 한없이 떨어지지만 공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지폐가 하늘에서 쏟아져내린다. 세계가 '경제 공황'의 코스로 치닫고 있다. 경제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 발발' 소문도 조심스레 퍼지고 있다.

4월15일, 대한민국 리더십들을 선출할 때가 다가온다.

"코로나19사태는 전시상황이다! 쌀독 박박 긁어서라도 군민안전 지켜야 한다!"

민民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마음, 민民을 가장 위에 두는 마음...

위기의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의 출처란 여기가 아닐까?

 


[애자일(Agile)이란 '날렵하다, 민첩하다'란 뜻의 형용사로 IT산업에서 도입된 단어이다.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정해진 프로세스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뜻한다.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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