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다시 묻는다.
"힘내라 대한민국!"이냐, "뉴노멀 코리아!"냐. 선택하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작한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형도<연합뉴스·로이터·영국총리실제공>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작한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형도<연합뉴스·로이터·영국총리실제공>

 

"국민 6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발언 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그는 3월28일, 코로나대책회의에 온라인으로 모습을 드러내 "국가적 비상상황인 지금, 집에 머무르고 사람들과의 물리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면서 "규칙을 잘 따를수록 생명도 덜 잃게 될 것이고,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약간' 생각이 바뀐 듯한 발언을 했다.

패트릭 밸런스 영국 수석과학보좌관은 최근 코로나19 환자 상당수가 (감기처럼)가볍게 앓고 지나가므로 서서히 유행하도록 해 '집단 면역'을 만들자는 '방역 전략'을 주장한 바있다.

그 후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연구진은 '이런 논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런 주장'에 따르면 영국에서 51만 명이 사망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7천89명으로 1천19명이 사망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을 (정부가) 내릴 수도 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또한 '집단면역 논리' 위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스톡홀름 내 중증환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분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동료, 그리고 나라를 위한 희생을 치러야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면서 개인 차원의 방역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스웨덴 룬드 대학의 마르쿠스 칼손 수학과 교수는 "집단면역은 근거가 없는 접근법"이라며 "정부가 1000만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친 실험을 시작했다", "총리는 스웨덴 국민으로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영국 존슨류, 북유럽의 뢰벤류의 '집단 면역'이란 전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항체'가 생긴다(?)는 이상하고 위험한 코로나 팬데믹 대응전략이다.

이런 괴상한 대응전략은 유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 그들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원조다.)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 23일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 확산을 멈출 수 있다"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교수),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치명률이 낮다. 일단 (이들에게)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고령자 등이 안전해질 수 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교수)고 발표했다가 부랴부랴 정부가 24일 "우리 인구 70%가 감염되고 치명률 1%라 치면 35만 명이 사망한다"며 그 입을 막아버렸다.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집단면역을 갖추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감염 후 완치'다. 감염 후 완치된 사람의 숫자가 국민의 60% 이상이 될 때까지 '각자도생'하라는 뜻이다.

집단 면역이라는 발상에는 두 가지 위험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자연 도태natural selection'와 '거버넌스 governance의 해체'다.  팬데믹에 대한 자연 도태적 대응방식에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 노인,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인구가 살아남기 쉬울까? 둘째, 환자가 없는데 의사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 앞에서 '갈 지(之)자 행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부활절까지 이 나라 문을 열고 싶다. 이 나라를 불황에 처하게 한다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잃을 것이다"라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마비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스티비에선 이 점을 진지하게 논쟁 중이다. 코로나19로 죽는 것보다 경제 마비가 더 무섭다는 뜻이다. 심지어 같은 날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죽더라도 공장에서 일하다 죽으라는 이야기다.

트럼프의 부활절 발언 다음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미 영국인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확인할 길이 없는 이야기로 암묵적으로는 '영국이 집단 면역으로 가는 게 유일한 길 아니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12만 명을 넘어서자 트럼프도 허둥대기 시작했다. 28일(현지시간) 오전, "짧은 기간이다. 뉴욕에 2주, 그리고 아마도 뉴저지와 코네티컷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제격리'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강제격리는 이동금지 명령이다. 각 주와 카운티별로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부활절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뉴욕주와 그 인근 지역을 봉쇄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을 더 키운 것이다.

트럼프의 '강제격리' 발언이 알려지자 뉴욕 주민들이 지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해당 주정부는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연방정부가 이 같은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위법"이라며 "강제격리를 하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전 상의 없이 추진된 전례 없는 압박이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반나절 만에 이를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 경제방송 CNBC를 통해 "백악관 태스크포스와 세 개 주의 주지사들과 논의한 결과 격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강력한 여행권고를 내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29일 오후1시(한국시각) 기준,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9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12만3,750명, 사망자는 2,227명이다.

이런 가운데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세계는 지금 협력해야 할 시점이며, 한국에게서 배우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은 일부 접촉자 추적시스템을 이용하긴 했지만, 광범위한 검사와 투명한 보고, 정보를 잘 습득한 대중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존했다"고 평가하면서  "코로나 팬데믹과 이에 따른 경제적 위기는 오직 세계적인 협력과 연대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현 미국 행정부는 글로벌 리더 역할을 포기했다. 인류의 미래보다 미국의 위대함에 훨씬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세계적인 석학,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도 19일자 자신의 칼럼에서 "코로나19에 별명을 붙인다면 '트럼프 팬데믹'"이라고 주장하면서 트럼프가 줄곧 사용하는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와 관련, "인종차별과 자신의 실패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건 트럼프의 술수"라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책임은 트럼프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 모두 지난 1월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한국은 광범위한 검사를 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고 현재 코로나19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위협을 과소평가하며 조치를 취하는 것을 미적거리다 이제 겨우 검사가 시작됐을 뿐이다. 한국에선 29만 명이 검사를 받을 동안 미국은 겨우 6만 명을 검사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 실패한 궁극적인 원인은 트럼프가 미국의 주가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 코로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한 데 있다"고 맹비난했다.

세계의 리더십들이 흔들리고 있다. 동일한 현상에 다른 대처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긍정과 기회의 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비관적인 생각, 반민주적 태도가 퍼질 수도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우리는 이미 이 같은 혼돈의 경험을 많이 지나왔다. 과거 대공황 시기 독일, 일본은 폭력적으로 사회를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영국과 스웨덴은 민주적 방식으로 사회적 대합의(뉴노멀)를 이끌어내 성숙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다시 묻는다. 

"힘내라 대한민국!"이냐, "뉴노멀 코리아!"냐.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뉴노멀'이란 '비관이냐 낙관이냐', '점진적이고 아름다운 회복'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껏 삶의 방식을 어떻게 '전면적 재편'하느냐의 차원이다.

'마스크'는 적들의 침튀는 웅변과 선동에 대한 '방어적 수단'이 아니다. 내가 상대의 삶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인류가 지구생명에 대한 '회개과 숙의적 태도'로 해석되어야 한다.

늘 해왔던 방식, 고치고 수정하고 보태고 다듬는 방식으로는 늦다. 기존의 것들에 대한 전면적 폐기와 버림, 노마드와 떠남의 낯선 담론을 시작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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