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만 약 600만 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 두드러기 환자의 상당수가 만성적 피로와 무력감에 시달린다는 최근 연구 보고가 있다. 급성이 아닌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경우다. 대략 6주 이상 두드러기 반응이 지속되어 몇 년 이상 나타나는 만성 두드러기는 외부 자극에 대한 피부의 과도한 면역 반응, 더 나아가 몸 전체 면역체계에 비상사태와도 같다.

면역 시스템이 망가지고 만성 두드러기가 올 만큼 건강이 악화된 경우, 피로와 무력감은 당연히 따라올 결과의 한 측면일 수 있다.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우울감에 빠지는 수순으로 진행되기 전에 반드시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만성 두드러기를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고생 중이이었던 일산의 가정주부 정 모씨(44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마지막 출산 후 40대 들어서면서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에 열이 오르거나 추운 곳에 있을 때나 피부가 뭔가 자극을 받았을 때 그러니까 한마디로 수시로 두드러기가 올라왔습니다. 시도 때도 없었죠. 음식은 별 상관없었던 게 물에 밥만 말아 먹어도 두드러기가 났어요. 심하면 혈관 부종도 올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그건 두드러기 때문에 먹은 양약 부작용이었고요. 그 약 끊으니 더 심하게 올라와서 진퇴양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한약 치료를 시작했어요. 밤에 계속 잠을 못 자고 긁으니 나중에는 남편도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키우고 직장일 병행하느라 처음에는 생각 없이 방치했다가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건강을 챙기라는 몸의 신호가 두드러기로 나타난 것인데 깨닫지 못했던 거죠.”

이렇게 과도한 만성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외적 원인(항원)으로는 음식물이나 항생제나 소염제 등의 약물, 감염이나 물리적 자극, 한열 자극 등이 있다. 몸이 사소한 일상적 자극조차 항원으로 인식하는 과민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 혈장 성분이 혈관 주변 조직으로 빠져 나와 피부가 부풀고 붉어지며 가렵고 따끔거리게 된다.

심지어 치료를 위해 먹었던 약조차 항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혈관 부종이 동반되면 눈 주위나 입술이 퉁퉁 붓고 복통, 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만성 두드러기는 증상으로 인한 고통이 크고, 정신적 문제를 동반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두드러기는 지속된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또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십중팔구 면역체계가 약하거나 불안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면역이니 뭐니 골치 아픈 설명보다 ‘병원 가서 처방받고 열심히 약 먹으면 나으리’란 믿음에 매달린다. 그러나 불행히도 만성 두드러기를 완벽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현대의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과 같은 면역 관련 영역에는 “난치”라는 꼬리표를 붙여두고 뚜렷한 원인이나 치료방법을 찾기보다는 증상의 완화에 집중한다.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병은 ‘스트레스성(심인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악화의 속도를 늦추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주목하는 부분을 한의학적 근거로 접근하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장기간에 걸쳐 받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서 물질적인 몸의 기(氣)를 울체시키고, 울체된 기는 몸 속에서 필요 없는 열(熱)로 나타나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BTS의 멤버 중 한 명은 자신이 ‘콜린성 두드러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열성 체질의 젊은 남성은 지속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성 두드러기가 오는 사례가 많다. 또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의 항진을 부르고 정상적 소화 기능을 방해하거나 위식도 역류질환을 부르기도 하는데, 위장병이나 역류성 식도염과 두드러기가 동반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대체로 두드러기가 음식과 관련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음식 자체보다는, 소화 기능과 스트레스에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과 스트레스 제어 중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다.

한의학은 누적된 스트레스로 유발된 ‘열’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 환자의 몸에 직접적 도움을 주는 한약재를 투여하여 치료한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무려 56%가 “무력감, 수면 장애, 감정 기복 등이 흔히 동반”되어 일상생활의 지장을 받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러한 감정 기복이나 수면 장애 역시 한의학 치료가 효과적인 부분이므로 두드러기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특히 바쁜 생활 중 부족해지기 쉬운 수면은 우리 몸의 기능회복, 복구, 정화, 재생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므로 규칙적 수면 패턴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 조절, 수면 정상화, 자신에게 맞는 섭생, 면역 정상화의 네 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지는 치료만이 만성 두드러기 없는 건강 피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본인의 노력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괴로운 증상 완화와 함께 과민하게 반응하는 피부와 전반적 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 데 목표를 둔다. 또 두드러기의 양상에 따른 변증에 기초하여, 환자마다 다른 맞춤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특히 요즘처럼 두드러기나 알레르기가 오기 쉬운 환절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글 : 고운결 한의원 일산점 김내영 원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