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영방송 아닌 공영방송 되기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언제부터인가 MBC 뉴스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있으니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일 것이다. 한동안은 윤 총장의 장모에 관한 보도가 연일 계속되는가 했더니 최근에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의 옥중 편지 때문에 연일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MBC 보도에 등장하는 것은 “윤석열의 가장 최측근 그 검사장”이지만, 리포트할 때 화면 사진조차도 윤 총장의 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사실상 윤 총장이 거명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윤 총장의 장모에 관한 건은 이미 기소가 되었으니, 어떻게 판단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재판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자. 다만 현재 진행형인 이철 전 대표 쪽과 채널A 기자 사이에서 있었던 문제의 경우는 현시점에서 몇가지 판단은 가능해 보인다. 우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엮기 위해 양아치 같은 비윤리적 수법을 사용한 채널A 기자의 문제는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채널A의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해당 기자는 물론이고 이를 지시한 책임자가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채널A는 모든 진상을 밝히고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채널A 기자의 행위는 신라젠 사건의 본질은 아니고 곁가지이다. MBC 뉴스가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도 결국 검-언 유착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채널A 기자의 그런 행위에 윤 총장 최측근이라는 검사장이 개입했는가 하는, 그러니끼 검-언 유착이 있었느냐 여부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MBC 뉴스에서는 채널A 기자가 제보자인 이철 전 대표 지인에게 들려준 음성의 주인공이 A검사장인 것으로 거의 단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음성의 주인공을 A검사장으로 거의 기정사실로 보도한 MBC 뉴스도 리포트 마지막에는 이런 얘기를 덧붙인다.

 “A검사장의 해명과 달리 실제 녹취록 대화가 있었을 수도 있고, 채널A 기자가 허위의 녹취록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채널A 기자가 A검사장과 실제 통화는 했지만, 신라젠 사건이 아닌 다른 내용으로 통화를 한 뒤, 그 음성을 들려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MBC의 판단과는 달리 상황이 전개될 것에 대한 면피용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아직 MBC도 정확한 확인은 못했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MBC로서도 리스크가 큰 배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 리스크는 투자자 3만여명에게 7천억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심지어 감옥에서도 ‘옥중경영’을 이어가며 불법투자 유치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로 징역 2년 6개월의 선고를 받은 인물의 말들을 어디까지 신뢰해도 되느냐 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MBC의 보도들이 독자적인 취재가 아니라 전적으로 이철 전 대표와 제보자 지모 씨의 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누구도 진상을 덮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조만간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음성의 주인공이 당사자의 주장과는 달리 A검사장으로 확인된다면 그는 당연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A검사장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MBC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그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다만 MBC 뉴스를 접하노라면 이철 전 대표와 지모 씨의 말들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동어반복적인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유가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코로나19 로 뉴스가 넘치는 와중에도 MBC 뉴스는 유독 윤 총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윤 총장이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절대악이라는 인식이 MBC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보도에 어떤 목적이 앞설 경우 경우, 공영방송으로서의 균형과 공정성이 무너질 수 있음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MBC 뉴스에서 윤석열 검찰에 대한 몰입도에 비해 신라젠이나 라임 사태의 본류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MBC는 왜 윤석열 이름 나오는 것만 보도하고, 신라젠 같은 7천억대의 사기극, 라임사태 같은 1조6천억 짜리 사기극의 진상과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신라젠 사건이야 단순 사기 사건 이상의 무엇이 풍문이 아닌 사실로 드러난 것이 없기에 그렇다 하더라도, 라임 사태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라임 사태의 경우 특히 3월 들어 수사의 중요한 진전들이 있었고 청와대 행정관 출신 금감원 팀장의 개입 사실까지 확인되었는데도 다른 지상파 뉴스와는 달리 유독 MBC만 단 한번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혹여 정권의 이해관계와 자신을 일체화 시키는 모습은 아닌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MBC 뉴스를 응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권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던 그 참담했던 시절에 추방당했던 MBC 구성원들이 돌아올 때 진심으로 환영했었다. 그러나 지난 정권들의 방송장악을 이겨내고 만드는 공영방송의 뉴스에 대한 기대가 이런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어느 한 진영의 입장에 서서 보도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정도는 아니라고 믿는다. 윤석열 아니라 누구라도 책임질 일 확인되면 책임져야 한다. 다만 윤석열에 대한 관심의 절반, 아니 반의 반만이라도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았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라임사태 같은 일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방패가 되는 공영방송의 악순환을 지켜보기가 씁쓸하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책무는 그 대상이 ‘좋은 권력’인지 ‘나쁜 권력’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MBC가 ‘진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기를 주문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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