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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정하룡 칼럼] "슬로건이 이긴다"

힘내라 대한민국 VS 국민을 지킵니다... 누가 이길까?

 

"힘내라 대한민국"

 

1. 결론부터 말하면 이 슬로건에는 '다 타버린 잿더미'의 냄새가 난다.

전쟁터... 폐허... 잔해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의 이미지.

2. 슬로건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어떤 슬로건이 쓸모가 있으려면, 우선 그 '존재론'적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힘내라'라고 했을 때, 이 '언어의 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힘이 '실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에 힘이 있을 때' 힘을 내라면 이 슬로건은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힘이 없는데 힘을 내라면', 이는 형용모순에 빠진다. 그래서 두 발로 서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일어나 뛰어라'고 한다면, 그 슬로건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

또 '힘내라'는 '있고 없고'의 담론, 존재론적 담론 자체가 '보수의 품격'이기도 하다. '힘내라'는 가진자들의 리그에 소속된 언어이다.

3. 주체성 또는 정체성

다음은 주체의 문제다. 앞서 말한 존재론적 담론은 "지금 대한민국에 '힘 낼 힘'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치환된다.

'힘내라'는 권유 또는 명령어가 '유체이탈의 화법'이 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에 '힘 낼 힘'이 존재해야 한다. 만약 '힘 낼 힘'이 없다면, 누군가 '힘을 줘야' 힘을 낼 수 있다.

그런데 "힘내라 대한민국"에는 '힘을 주겠다'는 뜻은 찾아볼 수 없다. 즉 '힘내라'고 소리는 치지만 대한민국과는 무관한 존재들, 방관자들의 외침일 수 있다.

그런데 주체가 모호하다. 누가 누구에게 '힘내라'고 하는가? 주체가 모호하면 '책임'이 모호해진다. 책임의 애매함은 주체들의 방관자적 태도와 연결된다. 구경꾼들이 잘 사용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우리는 경험한 적이 있다.

4. 과거지향적인가, 미래지향적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힘내라 대한민국"은 과거지향적 슬로건이다. 우리는 IMF 때 금 모으기를 했었지, 2002년 대한민국에는 붉은앙마가 살았다더라, 임진왜란 이순신.......'자랑스런 역사'를 소환해 '힘찬 대한민국'을 기억케 한다.

이처럼 '기억된 당위'가 '소환된 향수'와 뒤섞이면 '자랑스런 역사'로 재구성된다. 이것들은 모두 여여與與한 아이디어다. 쉽게 말하면 기득권, 집권자들의 발상이라는 것.

5. 하여 "힘내라 대한민국"은 태생적 '보수'(애매모호한 주체들)와 집권여당적 '욕망'이 뒤섞여 조작된 이율배반적 슬로건이라는 결론. 이를 선택한 집단은 반드시 패망한다.

 


"바꿔야 산다"

1. 이 슬로건은 '입자粒子'적이지 않다. 명사적이지 않다. 하여 사람들에게 '실체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being의 진영'에서는 이 슬로건의 뜻을 알 지 못한다.  'becoming의 담론'으로 넘어가야 이해할 수 있다.

'바꿔야 산다'는 상당히 조건적이고 파동波動적이다. 하여 사람들에게 '액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바꿔야 산다'는 상당히 선동적이다.

'바꿔야 산다'는 듣는자들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죽고 싶은가? 살고 싶은가?" 더 직설적으로 "죽을래 살래?"이다. 더 나아가 "살고 싶으면 선택하라"는 액션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그쪽으로 가면 죽는다"는 네가티브적 요구도 포함됐다.

2. 이 슬로건은 매우 적대적이고 전투적이다. 즉 피아가 분명하다. 주체가 뚜렷하니 타격해야할 '적'도 분명하다. 이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쉽게 다가간다.

또 하나, '바뀌어야'가 아니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즉 수동이나 피동이 아니라 주동적으로 주체로써 동참하라, 선택하라고 선동한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에게 '능동적 적극성'을 요구하고 있다. 즉 구경꾼이나 방관자가 아니라 '주인으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3. 생사生死가 걸린, 긴급성의 문제, 절박성의 담론이다. 인간이 살면서 '죽고사니즘'보다 심각하고 큰 차원의 문제가 있는가? '먹고사니즘'보다 한 차원 높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게임이 되겠는가?

지금 'CoViD19 pandemic'을 '죽고사니즘' 차원으로 볼 것인가, '먹고사니즘'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인가는 분명하지 않은가.

거꾸로 듣는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작은 액션 하나가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는 긴급하고 절박함의 문제로 다뤄지기를 원할까? 아니면 '있으나마나 한 한 표이기를 원하겠는가?

4. 하여 이 슬로건이 승리할 가능이 높다.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힘내라 대한민국"과 "바꿔야 산다"가 합쳐졌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지다가 이길까?

처음엔 보수의 품격은 조잡했다.  흐리멍텅하던 주체들의 전투력은 갈수록 선명해졌다. '힘내라 대한민국'에는 똑똑한 이데올로그가 없다. 

이 그룹의 멤버들은 늘 고집스럽고 가끔씩 겸손하다. 그들의 안개처럼 흐릿하던 방향성이 '어쩌다 반짝'이는 이유는 '낯선 이물질' 때문이다.

여하튼 얼키설키 엮인 슬로건이 뜻하지 않은 '외부 침입자'로 인하여 전투력을 얻었다. 피아가 분명해지고 돌격할 방향이 선명해졌다.  어줍잖은 조합이지만, 상대에 따라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을 지킵니다"

1. 이 슬로건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차마 형언할 수 없이 처참하다.

지킨다고? 누가 누구를? 너희들의 정체는? 그리고 왜? ....

무엇 하나 그럴듯한 것이 없다. 그냥 공중에 둥둥 떠다니다 어쩌다 얻어걸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많이 닮았다.

'지킨다'는 말이 '독수리5형제'나 '태권V', '레전드 시리즈'에 나오는 무슨 구호같다. 여기에는 '메시아 콤플렉스'가 작동한다. 최면에 걸린 '신데렐라'도 가세해 춤을 춘다. 

전혀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다. 기습적인 전염병 창궐까지 가세해 14개월째 내리막이던 수출과 극도의 소비 부진에 허덕이던 내수가 한꺼번에 복합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경제 전반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기업 체감경기는 급락했고 수익성 전망은 시계(視界) 제로의 위기다. 경제의 주축이자 허리인 30∼40대가 고용시장에서 탈락한 가운데 자영업 경기, 서민경제 전반에서 적신호가 요란하다. 퍼펙트 스톰의 악몽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환란으로부터 '지키겠다'는 뜻이겠거니...

하지만 '쏘 홧'

2. 국민을......?

'국가주의'라는 밥풀떼기에 '포퓰리즘'이라는 야채를 덮었다. 여기에다 '파시즘'이라는 양념까지 살짝 뿌렸다. 거브넌스 요리계에 족보도 없는 비빔밥에 짬뽕이다.

19세기 제국주의 이념에다 20세기 분단체제를 뒤섞었다.

4돈에 8촌까지 엮어 혈통이니 혈연이니 계파니 족보까지 동원한 조폭패거리주의자들, 알 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조상 할배할매들의 고향땅문서주의자들(이들 중에는 통일주의자들이 많다. 이들 가슴에는 6.25때 남쪽으로 도망쳐올 때의 고향땅문서를 아직도 품고 있다), 대량상품 생산체제 아래서 동일화, 보편화교육을 받았던 군복교복을 무슨 무공훈장처럼 흔들어대는 학연만연주의자.

꼴랑 한 표다. 기껏 한 표에 지구를 갖다대고, 민족을 갖다대고, 운명을 갖다붙이는 거대담론주의자들.

'국민을 지킵시다'에는 이런 '시대의 상흔'들이 뒤섞였다. 여기에는 나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수성守城의 호소뿐, 야성野性의 비전은 없다. 

지나간... 또는 한 물 간 '국민'에 한번 맛을 들인 회고주의자들의 호소.

21세기 디지털혁명시대를 지나고 있다면서... 아직도 '국민'에 사로잡혀 국민을 지킨다고?  어불성설이다.

3 결론적으로 이 슬로건으로는 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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