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김영춘 후보
▲ 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김영춘 후보

 

봄이다. 코로나로 인한 대한민국 봄의 기세는 다소 힘을 잃었지만 산과들에 꽃들은 마냥 지천이다. 그중에서 경쟁하듯 피는 두 꽃이 진달래꽃과 철쭉꽃이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주로 산에 피는 진달래꽃은 잎이 나기전에 앙상한 가지에 먼저 꽃이 피고 꽃이 진후 잎이 나온다. 또한 꽃은 군집형이 아니고 듬성듬성 핀다. 꽃봉오리가 풍성하지도 않고 차라리 소박하다. 

반면 철쭉은 진달래에 비해 무더기로 펴 화려하다. 그래서 주택단지나 아파트단지 등 조경용으로 쓰인다. 둘은 촉감으로도 구별할 수 있는데 진달래는 꽃받침을 만졌을 때 끈적거림이 없지만 철쭉은 끈적거림이 많다. 

또한 진달래는 식용이 가능해 술을 빚거나 화전을 만들어 먹었다. 반면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으면 심한 배탈과 함께 구토를 유발해 먹으면 안된다. 그래서 옛 어른신들은 단맛이 나는 진달래를 ‘참꽃’, 먹지 못하는 철쭉을 ‘개꽃’이라고 불렀다.  

필자가 구구절절이 진달래와 철쭉의 차이를 설명한 이유는 4.15 총선 결과 때문이다. 여당이 180석을 가져가 압도적으로 이겼고 야당은 쪼그라들었다. 철쭉같은 행태를 보인 정당 정치인인들은 이번에 가차없이 떨어졌다. 겉만 화려하고 막말한 속 검은 정치인, 소신보다 특정 계파에 휩쓸린 정치인, 국민들에게 독이 된 정치인, 험지보다는 안락함을 추구한 정치인들이 이번에 대거 탈락했다. 철쭉꽃에게는 미안하지만 ‘개꽃 정치인생’을 산 인사들이다.

반면 소신과 태생을 무기로 ‘텃밭’을 버리고 ‘험지중에 험지’라는 지역에 나간 ‘나홀로 후보들’이 있다. 화려하지도 않고 당내 주목도 부담스런 그들이었지만 지역구민들의 일용할 밥이 되기위해 고군분투한 정치인들이다. 바로 김부겸, 김영춘 두 후보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부겸 후보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통합당 후보에 크게 졌다. 상대후보가 누구냐는 중요치 않은 그였다. 민주당 소속으로 보수정당 텃밭인 대구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예상밖의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다시 시작할 것임을 예고했다. 당연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후보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 정국속에 역시 험지인 부산에 출마해 떨어진 김영춘 후보는 짧게 낙선 소감을 밝혔다.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웃주민들 곁에서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대신 캠프 직원들과 일일이 껴안으며 긴 낙선 인사 시간을 가졌다. 오고간 대화도 짧았다. 후보자는 ‘고맙습니다’라고 했고 선배들은 ‘미안하다’고 했고 후배들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소리없이 흐르는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눈물이 패배의 아쉬움을 더했다. 

김부겸 김영춘 두 후보는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독수리 5형제중 뿌리가 없는 민주당에서 근근히 버텨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정치인들이다. 또한 ‘따놓은 당상’인 군포와 광진을 떠나 험지라는 대구와 부산에 내려와 정치를 다시 시작했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질시와 설움을 오히려 약으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나란히 자신이 자란 고향에서 패했다. 두 후보의 정치 행보를 보면 진달래꽃이 연상된다. ‘앙상한 가지’에 꽃을 피운 점이나 군집형이 아닌 나홀로 피는 습성도 그렇고 ‘끈적거림’ 없는 소박함과 무엇보다 안락한 화단을 버리고 야산을 선택해 피는 등 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두 인사를 볼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이 등장할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이번 국회에서도 여전히 군집형 정치인, 화려하지만 독을 품은 정치인, 끈적끈적한 정치인, 조경용 정치인들이 득세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달래형 참꽃 정치인들은 부상할 수밖에 없다. 본인들이 원해서가 아닌 국민들과 지지자들이 호출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돌아오는 길에는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워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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