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하룡 기자]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부산의 성적표는 '대패미승大敗微勝', '크게 지고 조금 이긴' 정도가 아니다.

초토몰패焦土沒敗, 초토화에 몰패를 보탰다. 초토(焦土)란 '싹쓸이'다. 거기에 완전한 패배, 몰패(沒敗)다. 그야말로 빗자루로 청소하듯 싹 쓸어(sweep)버린 형국이다.

당장에 "3명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과연 그럴까?

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고, 부산 민주당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상대 미래통합당 박민식 후보와 초박빙 승부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미래통합당 박민식 후보와 북강서갑에서 4번째 벌이는 리턴매치로 초박빙 승부였다.

초박빙이란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엎치락뒤치락 초접전 널뛰기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 의원은 상대 박 후보와 큰 지지율 차이로 앞서며 부산에서도 일찌감치 민주당 의원 중 안정적인 재선 1순위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심은 팽팽했다. 개표 초반, 통합당 텃밭으로 꼽히는 구포1동에서 전 의원이 49.4%, 박 후보가 50.6%를, 구포 2동에서는 전 의원이 50.3%, 박 후보가 49.7%로 선전해 조심스레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교적 민주당 표밭으로 여겼던 만덕동 등지에서 두 후보가 1위를 단 수백표 차이로 왔다갔다 초박빙 승부를 벌이면서 1위 순위가 바뀌기를 수차례 후,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4만8773표, 미래통합당 박민식 4만6795표, 1,978표 차(50.58%)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부산 남구을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어떤가?

박재호 의원은 서석재 국회의원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비서관을 지냈고, 20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해 부산에서는 그의 정치적 중량감을 인정해 재선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졌다. 더구나 선거 당일 오후 6시15분 발표된 지상파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박 의원의 예상득표율 50.7%로 나와 더욱 그랬다.

하지만, 부산 남구을 출구조사 결과 1.9%포인트 차이로 초박빙 승부가 예고됐다. 게다가 '남구2(용호 1·2·3·4동) 시의원 보궐선거'가 겹쳐 다른 선거구에 비해 개표가 늦게 시작되고 초반 개표율도 낮았다.

개표 초반 투표소별 개표 결과가 200~300표로 팽팽한 줄다리기 초접전 양상을 보였고, 개표 현장에서는 각 캠프 측 참관인들이 자칫 개표가 잘못된 건 아닌지 개표원들 손을 일일이 감시하기도 했다. 오후 10시 30분 개표율이 43%에 이르자, 미래통합당 이언주 후보가 1100표 차에서 700표 차로 따라붙었다. 드디어 89.71%까지 개표됐을 때 이 후보가 495표를 앞서자 박 후보측은 '역전패의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혼전 양상을 보이다가 16일 새벽 02시를 넘기며 개표율이 99.38% 지점에서 '사전투표함'이 열리며 박재호 후보측의 '다행이다'는 한숨소리도 열렸다. 결국 부산 남구을은 박재호 후보 4만1005표(득표율 50.5%), 이언주 후보 3만9575표(48.7%)를 득표해 1430표 차로 박 후보가 겨우 승리했다.

하지만 기자가 '폴리뉴스16일자 기사'에 밝혔듯이 박 후보의 '1430표 차'는 떳떳한 '승리의 숫자'라 볼 수 없다. 

총선 전, 부산 남구 선거구 경계가 대폭 조정돼 부산남갑 지역구에 포함됐던 대연1, 3동을 박 의원 지역구인 남을로, 남을에 있던 우암동, 감만1,2동, 용당동은 남갑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즉 박 후보 지역구에 새로 편입된 대연1·3동은 2개 종합대학에다 20대 1인 가구가 많고, 퇴출된 우암동, 감만1,2동, 용당동에는 '8부두 미 세균실험실'이 있는데다 '나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나타나기는 '박빙 대결'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저 종전(終戰)과 전승(戰勝)의 여유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선거구였다.

부산 사하갑은 또 어떤가?

부산 사하갑의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후보가 16일 새벽 4시까지 초접전을 벌인 끝에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를 600여 표 차이로 극적인 승리로 당선됐다. 정확히는 최 39,875표 - 김 39,178표 = 697표다.

같은 숫자이지만 한쪽은 '어쩌다~'를, 다른 한쪽은 '아깝다'는 반응일 것이다. 두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리턴매치로 4년 전에도 최인호 당선인이 김척수 후보를 2730표(3.95%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었다. 지난 선거 2730표 차에서 이번 선거 697표 차라는 추세는 다음 리턴매치가 있다면, 최인호 의원이 또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민주당 사하갑 최인호 의원 697표 차, 남을 박재호 의원 1430표 차, 북강서갑 전재수 의원 1978표 차...

이런 '성적표'를 두고 누가 '이겼다' 하겠는가?

전국적으로야 더불어민주당이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지만, 반토막난 부산 민주당 현역의원 3명은 '겨우 살아남았다'는 혹평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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