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올해 양동마을 가옥 개축 예산 10억여원 편성
경북도, 북부권과 경북동해안 유교문화권 형평성 맞춰야
포스코 용수공급 안계댐 피해 수몰민 가옥 산업유산 가치

<글 싣는 순서>

(상) 규제의 굴레를 쓴 주민들

(하) 정부·지자체 협력이 민속마을 살린다

일본의 대표적 민속마을인 시라카와 마을의 전통가옥 갓쇼즈쿠리. 이 마을의 성공 비결은 상업화의 차단이다. <사진=연합뉴스>
▲ 일본의 대표적 민속마을인 시라카와 마을의 전통가옥 갓쇼즈쿠리. 이 마을의 성공 비결은 상업화의 차단이다. <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기후현(岐阜県) 시라카와(白川)마을은 경주 양동마을처럼 주민이 거주하는 민속마을이다. 이곳 주민들의 자부심은 지난 50여년 동안 지켜온 ‘3不(불) 원칙’에서 잘 드러난다. ‘팔지 않는다, 부수지 않는다, 빌려 주지 않는다’.

경주 양동마을 주민들도 회재 이언적과 우재 손중돈의 자손으로서 문화재보호법의 규제로 인한 불편한 정주환경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씨족마을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에서는 조금의 양보도 없다.

하지만 지난 1984년 ‘중요민속문화재(189호)’ 지정 3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1324호) 10년을 맞는 지금 양동마을 관리정책의 성적표는 ‘국내 최초로 등재된 정주형 유산’이라는 위상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주민들은 좁고 불편한 생활공간에서 편의시설 및 냉난방 보완재 설치 규제, 평기와 개축 불가, 초가집 위주 지원, 관광객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 상업시설 증가 등 국내 7개 민속마을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한 보존 위주 정책으로 편의성을 요구하는 거주민들과의 골은 여전히 깊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과장은 17일 “심의위원회가 평기와 개축 민원에 대한 부결을 결정해 지원할 근거가 아직 없다. 올해 10억3000만원의 예산으로 초가 위주로 개축을 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은 4월말이 시한인데 아직 경주시가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 경주박물관에 근무한 한 학예사는 “주로 교수들이 맡고 있는 심의위원회는 문화재의 보존 위주로 결정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지자체가 정부에 주민 민원 등 지역의 고충을 잘 전달하고 절충해서 개선방안을 찾는데 해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경상북도와 경주시 등 지자체의 문화재 정책은 단체장의 치적 홍보와 정실주의로 특정 지역 간, 문화권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측은 “신경북도청이 북부권으로 이전한 뒤 문화재정책에서도 포항과 경주 등 동남권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특히 지리와 생활권에서 포항에 더 가깝고 신라문화 위주인 경주시의 문화재정책으로 인해 양동마을은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유교문화의 중심이 안동을 중심으로 한 북부권의 한축에 더해 경주, 포항, 영덕으로 이어지는 경북동해안권도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고려해 이들 지자체가 협력을 강화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형산강 이북에 양동마을이, 회재 이언적의 묘소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각각 위치하고 기북면 덕동마을에 여강 이씨 마을이 있으며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전통마을로 이어지는 경북동해안 유교문화권도 북부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장의 이해관계에 따른 특정 지역 지원 등 정실주의도 경계해야 할 요소이다.

주낙영 현 경주시장의 전임 최양식 시장의 초선 임기가 시작된 지난 2010 7월 경주시는 교촌 최씨 마을 한옥촌에 2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발표해 추진하고 인근의 월정교 복원사업도 마무리했다.

 안동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에서 관광객들이 가득 찬 가운데 열리고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진 제공= 안동시>  
▲  안동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에서 관광객들이 가득 찬 가운데 열리고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진 제공= 안동시>  

경상북도가 안동 하회마을에 비해 수도권 접근성과 인프라 등 관광 경쟁력이 뒤쳐지는 경주 양동마을에 대한 정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하회마을 관람객 수는 117만1019명으로 1994년 관람객 집계 이후 최고를 기록했으며 6년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하회마을 인근 만송정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지정된 병산서원, 부용대를 가로질러 설치된 섶다리 외에도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위한 상설 공연장 등 정부와 경북도가 지원한 각종 인프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하회마을의 전통성을 좀 먹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상업시설 난립 실태처럼 양동마을도 마을 입구의 궁도장과 승마장, 무허가 식당 등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운영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공무원 조직의 고질적 문제로 손꼽히는 순환보직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수원 양동민속마을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담당자들의 잦은 교체로 인해 업무 연속성은 물론 전문성도 떨어져 주민들의 어려움이 많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노르웨이의 리우칸-노토덴 산업유산 유적. <네이버 사진>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노르웨이의 리우칸-노토덴 산업유산 유적. <네이버 사진>

문화재보호법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는 평기와 가옥에 대한 해법을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의 피해자인 안계댐 수몰민들을 기념하는 산업유산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측은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산업 등 근대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1996년 ‘등록유형문화재’ 제도를 시행했다”면서 “600년 전통의 씨족마을에 산업화의 영향으로 평기와의 변형된 가옥 형태가 가미된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드문 사례이며 스토리텔링의 요소로도 매우 매력적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1968년 8월 착공된 안계댐은 포항제철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수몰민들은 양동마을로 이주하면서 반촌마을의 가옥 형태에 맞추기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골기와를 변형한 평기와 가옥을 건축했다.

이지락 여강 이씨 17대 종손은 “양동마을이 문화재 보존과 주민의 거주 조건인 정주성 등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려면 지자체는 주민의 요구와 현실을 중앙 정부에 전달하고 이는 다시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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