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다수의 동의 있으나 홍준표 등 극렬 반발
28일 열릴 전국위원회가 김종인 비대위 향방 결정지어
원내대표 경선, 개인 자질 평가 위주로 진행 가능성
특별한 ‘당 대표감’ 없는 전당대회, 치열할 전망
4‧15 총선 참패 이후 당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제시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출범을 놓고 미래통합당이 큰 진통을 앓고 있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김종인씨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게 좋다고 의원과 당선인 다수가 결정했던 것”이라고 강조하며 28일 전국위원회를 통한 ‘김종인 비대위’로의 전환 안건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여러 당의 중진급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28일 개최될 전국위원회의 개최 여부 및 그 결과가 ‘김종인 비대위’체제 성립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재철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하자는 의견이 다수”
심 권한대행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종인씨가 내년 3월까지 대선 승리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으며, 대선을 치를 여건이 됐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패배를 반성하고 환골탈태해 대선 필승의 준비를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그래서 김종인씨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게 좋다고 의원과 당선인 다수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이 최근 현역 의원과 당선인 140명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약 43%가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으며, '조기 전당대회' 쪽은 31%로 나타났다.
조경태 “당헌당규 초월하는 김종인 비대위…차라리 전당대회 출마하라”
홍준표 “뇌물 전과 두 번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가는 것 부적절”
문제는 ‘김종인 비대위 찬성 43%’에 해당하지 않는 당내 반발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먼저 통합당 지도부 중 이번 총선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은 24일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무소불위의 비대위이며, 김 전 위원장은 차라리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 또한 “단답형 전수조사 방식이 옳지 않았다”며 총선 패배에 대해 “자멸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비대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졌는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출마 후보 121명이 모인 무제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더욱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뇌물전과가 두 번이나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가는게 부적절하다”며 “마치 개혁의 전도사인 양 정치판에서 해오셨지만, 우리당이 차떼기 정당을 벗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나”라며 “이런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는 것은 이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28일 개최 예정인 전국위, 연기될 가능성은 낮아
물론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는 당내 목소리도 크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분들이 주변에 꽤 있으나, 저는 이 상황에서 받아들여야 생각한다”며 “우리가 비대위원장감으로 김종인 박사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 분의 주장과 논리가 상식에 부합한다면 현재로선 그것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의 sns를 통해 26일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위가 열리면 선임에 딴지걸겠다”는 말이 들린다. 2016년 일부 정파의 전국위 보이콧을 참담한 마음으로 목도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당은 스스로 궤멸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오는 28일 전국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 안건이 통과되면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다. 전국위는 소집 3일 전 공고한다. 전국위 개최 연기를 요구하는 김태흠‧조해진 등의 ‘3선 의원 모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위는 28일 예상대로 개최될 확률이 높다. 이유는 심 권한대행의 말대로 ”조용한 다수“가 ‘김종인 비대위’에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원내사령탑 경쟁도 달아올라…내달 8일 선출 예정
비대위 전환을 앞둔 가운데, 통합당의 새 원내사령탑을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다음달 8일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의 경우 총선 참패로 혼란에 빠진 통합당을 수습하는 동시에 103석 야당으로서 180석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자리가 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당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5선의 주호영 의원과 4선의 박진‧권영세‧김기현‧이명수 의원과 3선의 김태흠‧유의동‧장제원 의원이 거론된다. 이외에는 재선의 김성원 의원과 현재 탈당해 무소속 신분인 4선의 권성동 의원의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 의원의 경우 원내대표 도전 의지를 일찌감치 드러냈으나, 복당 문제가 선결조건이다.
거대 여당을 상대로 효과적인 원내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차기 원내대표이기에, 과거에 있었던 계파 간 대결 양상보다는 대여 협상능력, 리더십, 전략성과 같은 개인적인 역량이 많이 경선 과정에서 평가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각종 여당식 개혁과제 드라이브와 원구성 협상 등에서 어떻게 제1야당의 입장을 관철해 실질적인 협상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중점적인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의 지역구 당선인 중 67%가 영남권이기에, 영남권 원내대표가 나올지 혹은 예상을 뒤엎고 비영남 원내대표가 선출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40대 기수론’ ‘830세대’ ‘탈영남 수도권’이 통합당의 혁신 방향으로 제시되는 상황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세대교체’와 ‘탈영남’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합당 당권 구도, 아직은 오리무중…생존 중진들 중심으로 거론
김종인 비대위가 부결될 경우 있을 조기 전당대회나, 비대위 이후의 전당대회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언급한 대로, 현역의원‧당선인 여론조사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지지한 비율이 31%나 됐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주자로는 이번 총선에서 생존한 중진들이 주로 거론된다. 5선의 주호영 의원, 조경태 의원, 정진석 의원, 서병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이번 총선에서 잠재적 경쟁자였던 중진 의원들 대다수가 낙선하면서 당권 후보 뿐만 아니라 국회부의장, 원내대표 등 여러 요직에 모두 거론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의 경우 부산지역에서 하태경 의원의 뒤를 이어 2번째 득표율 차이로 압도적으로 당선됐을 정도로, 선거 경쟁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내 최연소 5선 의원일 정도로 젊은 나이(52세)도 강점이다. 서병수 의원의 경우 격전지로 분류되던 부산지역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과, 부산시장‧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안정된 리더십 등이 크게 평가받고 있다.
새누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역임한 정진석 의원의 경우 주요 당직을 거쳤다는 점과, 당내 충청권 최다선으로 ‘충청 대표주자’라는 점이 상징적이다. ”주위에서 자연스레 적임자라고 해줄 때 가능한 일 아니겠나“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주호영 의원 또한 민주당의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을 꺾었다는 점에서 당에서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대규모의 물갈이로 TK 지역 중진이 사실상 주 의원을 제외하고 없다는 점에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된다. 황 대표가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 불허’ 입장을 수 차례 밝혔지만, 그의 사퇴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무소속인 홍준표 전 대표의 복당 후 당권 출마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인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또한 거론되는 중진 인사들의 경우,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실한 ‘당 대표감’이라는 인식이 어느 누구에게도 크게 없는 만큼 리더십 공백 상태가 된 통합당의 당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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