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에 이어 통합당 내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태영호 결국 사과
통합당 “탈북 대표한다면 상징적으로 새로운 통일 담론과 비전을 제시해야”
민주 “태영호, 지성호...관련 상임위 배제해야”
정세현 “두 당선인...북한 관련 대정부 질문에서의 발언 신빙성, 진정성을 잃을 것”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규홍 기자] 북한의 최대 명절로 불리는 태양절(김일성 생일)행사에 불참한 것을 계기로 신변이상설이 떠돌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고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거나 “99% 사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북한 출신의 태영호(미래통합당), 지성호(미래한국당) 21대 국회 당선인이 김 위원장이 인비료공장 시찰을 하며 건재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치권의 큰 비난에 직면했다.

태 당선인은 당 안팎의 비난이 이어지자 사과를 했지만 정계에서는 조만간 국회의원이 될 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그간 탈북자들로부터 나온 대북정보가 과연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靑 “태영호, 지성호...무책임한 발언, 근거 갖고 책임 있게 해야”

민주 “뉴스 가치도 없는 허위정보로 국민 혼란을 부추겨”

태 당선인은 지난달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신변 이상설이 보도된 후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 뒤 27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 당선인 역시 21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부터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며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위독한 사실은 맞다”고 주장했고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2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순천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이 두 사람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2일 김 위원장의 동향을 두고 특이사항이 없다고 줄곳 밝혔던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당선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 등의 언급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사망설', '위급설' 등을 주장하려면 근거를 갖고 책임 있게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당선인이 사과를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는 “두 사람이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이 상황에서도 근거없는 주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3일에도 청와대는 김 위원장에게 제기 된 수술설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는 이유 등을 들어 수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근거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종합적인 판단은 그렇다. 정보기관에서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이른바 '대북소식통' 보다는 '한국 정보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언론에게도 당부했다.

이어 2일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역시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이 배지를 달기도 전에 뉴스 가치도 없는 허위정보로 국민 혼란을 부추겼다”며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통해 북한의 본질을 알리고 대북정책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들이 결국, 무책임한 추측 발언으로 장사나 쇼를 한 셈이다”며 두 당선인과 미래통합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근식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사고 확대 해야”

김세연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 있어야”

또한 두 당선인들에 대한 비판은 통합당 내에서도 이어졌다.

3일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통합당 소속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발 실력을 갖추자. 제발 오버하지 말자. 제발 '동굴'에 갇히지 말고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사고를 확대하자”며 “두 당선인의 억측과 주장은 믿을만한 정보 자료의 미흡과 과거 유사 사례의 패턴 분석에서 실패한 것이다.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틀린 주장이 입증되었으면 겸허하게,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변명을 거듭하거나 정치적 쟁점화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 야당의 신뢰가 추락하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원석 전 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도 역시 페이스북에 “탈북을 대표했으면 상징적으로 새로운 통일 담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저 반북 정서에 편승한 발언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떨구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4일 같은 당의 김세연 의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99% 사망 확신, 이런 발언은 좀 자신감이 과도했던 측면이 있어 보였다. 그 부분은 좀 너무 나갔던 것 같다”며 “태 당선인 경우에는 아마 CNN하고 인터뷰 내용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은데 그 인터뷰 당시에도 제가 알기로는 지속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상에 관한 것은 특급 기밀사항이라서 외무상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계속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 당선인의 김 위원장 사망 발언을 두고는 “그 점은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마 이번을 계기로 해서 좀 더 신중한 분석들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 안팎의 비난이 이어지자 태 당선인은 4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밝혔다. 태 당선인은 “김 위원장 등장 이후 지난 이틀 동안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제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드린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 태영호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이유 중 하나가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에 대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태 당선인에 이어 지 당선인 역시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며칠간 곰곰이 제 자신을 돌이켜봤다. 제 자리의 무게를 깊이 느꼈다. 앞으로 공인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께서 제게 기대하시는 대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이 되겠다”며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죄했다.

김부겸 “통합당, 두 당선인 '국방위' '정보위' 들어가선 안돼”

윤건영 “상임위에서 다시 반복된다면 국격에 관한 문제”

김 위원장을 두고 ‘건강이상설’ ‘사망설’을 주장했던 두 당선인의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자 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회 상임위에 들어가선 안된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섰다.

4일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분이 ‘이제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내 말에 무게감이 더 실리겠구나’하는 생각에 빠져, 뭐든지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발언하려 욕심내지 않았나 싶다”며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해야 한다. 내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이란 직무에 실리는 무게를 먼저 의식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선서문을 인용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해쳤고,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지도 않았다”며 “북한의 최고지도자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군대나 정부의 대비 태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두 분도 알 것이다. 세 치 혀를 농할 가벼운 일이 아니다. 허언에 넘어갈 허술한 대한민국은 아니지만 자칫 국가적 화를 부를 수 있는 안보상 심각한 위해를 여러분은 가했다”고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임기 초반과 2년 후, 두 차례에 걸쳐 상임위원회에 배정된다. 그때 두 분은 '국방위'나 '정보위'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달라”며 “여러분은 이번 일로 자발적 제척 대상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다시는 자신의 바람을 허위 정보와 섞어 사실인 양 언론에 퍼뜨리지도 말라”고 요구하며 통합당 지도부에게도 두 사람을 상임위에 배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역시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두 분은 공인이다. 단순한 탈북인이 아니라 이제는 대한민국 입법부 국회의원이라면 말 한마디의 무게가 다르다”며 “의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1급 정보들을 취급하게 될 텐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임위에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된다면 국격에 관한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故김대중 대통령의 3남으로 이번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홍걸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역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희망사항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 마치 자신이 직접 북한에 가서 보고온 사람처럼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정부를 상대로 '비상사태인데 왜 대책이 없느냐'고 윽박지르던 언론과 정치인들, 자신들만 망신스러운 것이 아니라 국가적망신이란 것을 이제라도 깨달았다면 앞으로는 제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허점 드러난 탈북자 대북 정보...믿을 수 있는가?

박범계 “태영호, 지성호...국민들을 불안케한 선동은 어찌 책임질 것인가?”

박지원 “靑 발표 믿을수 있어...국가안전보장회의(NSC)결정 후 이야기하는 것”

북한 출신으로 소위 대북정보에 정통하다고 믿어왔던 두 당선인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정계에서는 과연 탈북인들에 대한 ‘대북정보를 믿을 수 있는지’로 논란이 촉발되었다.

지난 2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당선인을 지목하며 “이들은 조만간 국민의 대표로 국회의원이 된다. 모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의 접근 요구가 가능하다.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가? 얼마만큼 믿을수 있는가”라며 “이들이 김정은 위원장에 내뱉은 말들의 근거는 무엇이고 합법적인가? 소위 정보기관이 활용하는 휴민트 정보라면, 그럴 권한과 자격이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추측에 불과한 선동이었던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며칠간 국민들을 불안케한 선동은 어찌 책임질 것인가? 또한 이를 여과없이 받아쓴 언론은 어찌할 것인가? 정부의 ‘특이 동향이 없다’는 말보다 우선이었던 혼란과 혼돈의 상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조화하는가”라며 이들이 국회 상임위 배정을 우려했다.

아울러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역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통합당에서 두 사람을 공천해 당선시키는 걸 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유력한 카드로 일단 국회에 진입시켰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번에 너무 앞서나가는 바람에 앞으로 두 당선인의 북한 관련 대정부 질문에서의 발언은 신빙성 내지는 진정성을 잃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 소식통이라는 게 애매모호하다. 얼마든지 말하자면 루머를 퍼뜨릴 수 있고 유력 언론들까지도 거기 휘둘렸다”며 “삼국지에서도 헛소문을 퍼뜨려 상대방을 교란하고 뒤에서 치는 그런 전략을 쓸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대북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보는 김대중 정부 때보다 훨씬 정확하다. 거의 100% 믿어도 좋다”고 정부의 정보력을 추켜세웠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을 두고 “청와대 발표는 굉장히 신중하고 모든 대북 정보를 합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며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에 대한 흑역사도 있었지만 10년 전 그때와 달리 지금은 우리 정부 당국의 정보라인이 굉장히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이상설은 진짜 엉터리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던데 전 세계의 김 위원장에 대한 대북 정보가 진짜 엉망이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또는 잘 모르는 일부 극우 보수 인사들이 튀김질했다, 이렇게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박 의원은 “소위 호위사령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늘 김 위원장과 함께하는 김여정, 최룡해, 김재룡, 박봉주 등 권력서열 10위 내 함께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사라졌을것이다”며 “최근 북한 군부에 이상도 없었고 특히 북한에 변고가 생기면 중국이 바빠져야 하는데 그것도 없었기에 저는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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