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연휴 거제서 '목격' 후 또 '잠적'..."자진 출석해 수사 협조해야”
市 정무라인·與 시의원 상대 권익위 진정·고발도 잇따라
부산 여성단체 "오거돈 사태 개인일탈 아닌 공직사회 전체 문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 후 잠적했다가, 12일 만에 '부산일보' 취재진에게 목격된 후 사라졌다.

5일 취재진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지난 23일 사퇴 이후 이달 4일까지 경남 거제시의 모 펜션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시장님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는 답만 남긴 채, "황급히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고 알렸다. 해당 차량은 오 전 시장 소유의 승용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에 나섰지만 피해자 진술도 받지 못한 채 2주 가까이 답보 상태다.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성추행을 인정한 후 경찰은 내사에 착수해 지난달 27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성추행 장소로 지목된 시장 집무실의 구조를 파악하고 주변 CCTV 영상 분석도 하고, 주변인 및 참고인, 고발인 조사 및 피해자 조사와 피의자 조사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피해자 진술은 물론 오 전 시장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아직 오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당과 시민단체, 부산여성단체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어 날로 사태가 확산되는 추세다.

부산 시민사회인 활빈단은 오 전 시장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외에 강제추행,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뿐 아니라, 시의 정무라인과 측근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을 상대로 추가 고발장을 경찰에 냈다. 그 내용은 장형철 정책수석보좌관 등 시장의 정무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건 무마를 시도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상담 내용, 인적 사항을 정무라인에 미리 알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비밀 준수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다.

또 열흘 넘게 잠행을 이어가 시민의 비난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미래통합당도 "부산시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면서 "이런 상황에 오 전 시장이 자발적으로 경찰에 출석해 사건 전모를 밝히는 게 혼란만 거듭하는 부산시정과 시민에 예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북구의 한 시민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41명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책임 추궁에 함구하고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된 진정 내용이 경찰로 이첩됨에 따라 "시의원 41명을 범죄방조 혐의"로 부산경찰청이 수사 검토중에 있다.

여기에 부산의 여성단체들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공직사회 전체의 문제, '권력형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 5개 여성단체 총연대(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연대회의, 부산여성단체연합, NGO여성연합, 구군여성단체협의회)는 4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논의는 없이 정치 쟁점으로만 비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참담하다"며 "사건 발생 후 여성계가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차단, 근본적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 평등 추진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 표피적인 수습에만 급급하다"고 항의했다. 이어 "이번 사태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로 개인 일탈이 아닌 공직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여성을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한 이런 성폭력 위험은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시가 성 평등 종합대책 마련을 실패한 결과"라며 "시는 사건 본질을 가리는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 인지 감수성 점검과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진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성의정참여연대 유순희 대표는 "부산시 최고 책임자였던 오 전 시장은 경찰 조사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부산 이미지에 먹칠하고 숨어 있는 것은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성추행과 불법 청탁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칩거와 은둔만을 고집하는 건 전 부산 시정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오 전 시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부산시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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