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3석 현실적으로 한계 인정”
이준석 “국민의당, 야권의 범주에 넣겠다는 최초의 천명”
이해찬, 미래한국당 원내교섭단체 “그런 일 없길 바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혁신준비위원회 1차 회의 및 총선평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혁신준비위원회 1차 회의 및 총선평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안에 동의하면 여야든 어떤 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의당이 연대를 구성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4·15 총선에서 3석을 얻은 국민의당이 다른 원내 정당과 연합하면 원내 교섭단체 지위(20석 이상)를 얻게 되면서 21대 국회를 운영하는 데 다양한 권한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안철수의 정치 철학에 미루어보았을 때, 당 대 당 ‘통합’보다는 정책적 연대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시각을 제기하면서, 국민의당이 시기를 보며 단계적으로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합설에 선 긋던 국민의당, 이젠 “어떤 당과도 손잡을 수 있어”

지난 6일 안 대표는 KBS1 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해 “우리가 낸 안에 대해 여당이 동의하면 여당과 손잡고 통과시키고, 야당이 동의하면 야당과 손잡고 관철 시키고 그런 것이 국회의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준희 교수가 ‘미래통합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묻자, 안 대표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국회에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어떤 당과도 손잡아야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작동 원리 아닌가”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통합당과의 논의를 연대나 연합 정도의 수준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4·15 총선에서 통합당은 참패했고, 국민의당은 실패했다”며 “차이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 기준에 통합당은 문 정권 폭주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구심력을 완전히 잃었고, 국민의당은 목표했던 의원 수에 도달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석 가지고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대표가 야권을 향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보수·진보할 것 없이 연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고, 나아가 ‘우리 주도로 범야권을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표는 4일 국민의당 혁신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을 필두로 야권에 총선 패배 분석을 위한 합동 총선평가회를 제안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 가장 높은 ‘미래한국당’…먼저 교집합부터 만들어

이에 따라 19석을 얻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연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의 미래한국당 입당과는 별개로 국민의당 같은 경우도 미래한국당과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대표가 야권에 제안한 ‘합동 총선평가회’를 근거로 들면서 “정치권을 크게 여·야로 나눴을 때 국민의당을 야권의 범주에 넣겠다는 최초의 천명”이라면서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대표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연합교섭단체를 구성하면 국회 부의장, 국회 상임위원장까지도 배정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교섭단체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 대 당 통합보다는 정책적 연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갖기 위한 연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안 대표가 대선 후보로서의 길을 가야 하는데, 당장 미래한국당과 손을 잡게 되면 자신이 주창하는 개혁과 혁신 중도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계기가 된다”면서 “안 대표의 ‘손을 잡겠다’는 말은 법안 추진에 같은 입장을 취하는 등 느슨한 정책적 연대를 통해서 점차 교집합을 만들어가면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부터 대선 국면에 들어서기 때문에, 1년 후 정도에나 연합이나 합당의 모양새를 취할 것 같다. 앞으로 1년까지는 탐색전,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을 높이는 데 열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미래한국당과의 연합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고, 다음 주 정도에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한국당의 반응은 미적지근…진보진영은 ‘교섭단체’ 구성 반대

그러나 이 최고위원이 전망한 것과 달리 미래한국당 내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도 출범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의당과 합동 평가회를 가질 여유와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래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우리는 통합당의 지도 체제가 정비되면 바로 합당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통합당 새 원내대표가 정해지는 대로 합당 시기와 절차, 방식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지속해서 미래한국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항간에 미래한국당에서 교섭단체 구성 여부로 여러 논의가 있는 모양”이라며 “그런 일 없이 정상적인 국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생당은 이에 대해 “안 대표의 현란한, 그러나 내용 없는 언어가 다시 들려온다”며 “호사가들이 안 대표를 쳐다보는 이유는 단 하나, 미래한국당과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의 예로 보건대 안 대표가 미래한국당과 통합을 결정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는 언제나 일구이언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한솥밥을 먹어본 이들로서는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언어는 늘 자기중심적이고 자의적”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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