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공약... 집값, 건설사 “올랐다” 시민단체 “내렸다”
“소비자가 ‘로또’냐 건설사가 ‘로또’ 냐 정부는 선택해야”
“땅값 높고 건축비 낮아, 분양가로 건설사 옥죄지 말라”

정치권에서 서민들의 표심 잡기 위한 정책으로 사용된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사진=최정호 기자.
▲ 정치권에서 서민들의 표심 잡기 위한 정책으로 사용된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사진=최정호 기자.

[폴리뉴스 최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총회가 연기되자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시행을 오는 7월로 연기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한 인사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한 정부의 포석”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의 거품을 빼 서민에게 좋은 아파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데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당장이라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사, 관련 협회, 학회는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해 건설 산업 발전의 저해 요인이라 지적했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정책이 20번 시행됐으나 오히려 상승했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 가격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국장은 “정부는 소비자가 로또냐, 건설사가 로또냐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권력의 오른팔 ‘표심 잡기용 공약’

분양가상한제로 서민들에게 양질의 아파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실련 김성달 국장. <사진=최정호 기자>
▲ 분양가상한제로 서민들에게 양질의 아파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실련 김성달 국장. <사진=최정호 기자>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분양가상한제’는 이병박‧박근혜 정권에서 유지되다 2014년 국회에서 폐지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을 예고했으나 지난 2019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발의가 실패로 돌아가자 정부는 동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을 추진했다. 여당과 경제 단체 등의 반대로 시행령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한 인사는 “서민을 생각한다는 진보 정권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정권인 이병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서 서민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공약을 내세울 뿐 시행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부동산학회 소속 한 교수는 “촛불 집회를 보듯 서민들은 뭉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보수층들은 모이지 않는다”며 “정치권은 이를 이용해 뭉치는 서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공약으로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를 두고 가장 첨예하고 대립하는 것은 ‘민주’와 ‘경제의 자율성’이다.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공산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경제제의 아파트 값을 정부가 정하고 물량을 통제한다는 게 공산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경실련 김 국장은 “아파트는 공공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하지 않겠다는 것은 방관하는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를 옹호했다. 

건설사와 시행사 취재 시 “기업은 나라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면서 “정부 정책에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으로 돌아간다”며 답변을 기피했다. 

♢정부정책 집값 안정 VS 불안정

경실련은 박근혜 정부 이후 2015년부터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전국이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봤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2662만원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4년말 평균 분양가는2027만원으로 5년만에 635만원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주택협회 이기웅 차장은 “아파트값 상승  이유는 도심 좋은 위치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공급은 한정돼 있다”며 “분양가를 낮춰서 시세를 변경시켜도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경실련  제공 자료. <이미지=최정호 기자>
▲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경실련  제공 자료. <이미지=최정호 기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주택협회 제공 자료. <이미지 =최정호 기자.
▲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주택협회 제공 자료. <이미지 =최정호 기자.

경실련과 한국주택협회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08년(이명박 정부)부터 2014년 12월(박근혜 정부)에 집값이 떨어진것은 인정했다. 경실련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다 시행 이후 집값 하락이 두드러졌다. 다시 폐지된 후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권 후 분양가상한제를 바로 시행했다면 강남권의 무분별한고분양이 사라지면서 선분양과 기존 집값이 서로 견인하는 악순환에 의한 집값 폭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이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봤다. 협회는 “분양가격 규제가 지속되는 동안에도집값은 꾸준히 상승했다”며 “강남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매와 전세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는 이유는 자사고 폐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재건축 사업의 불안 확산이 작용했다”고 봤다. 또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 달성 효과가 불분명하고 또 달성될 공익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로또냐’ 건설사 ‘로또냐’

‘건축비 과책정 때문에 분양가 높아진다’를 두고 건설사와 시민단체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실련 김 국장은 “강남 아파트값이 평당 5000만원 수준인데 이는 3000만원 정도 과책정됐다”면서 “이명박 정부 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은 ‘래미안 도곡 카운티’의 경우 평당 2500만원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프리미엄 아파트와보급형 아파트의 건축비를 비교해볼 때 건물의 구조를 위험하게 하지 않는 이상 소요되는 예산은 비슷할 것”이라면서“건설사들은 고급 마감재 때문에 건축비가 오른다고 하는데 벽에 금칠을 하지 않는 이상 과책정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협회 이 차장은 “건축비 과책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건축비 기준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또 “고가의 택지비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차장은 “정부 공급 택지도과책정됐는데, 민간 택지비는 공시지가로 결정돼 실거래가가 아니라 적정선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분양한 ‘꿈의 숲 아이파크’의 경우 건축비가 평당 800만원이지만 택지비는 1020만원이었다. 같은 해 분양한 ‘디에이치 자이개포’는 건축비가 710만원, 택지비가 3420만원이었다. 건축비는 최소 710만원에서 최대 1630만원, 결국 건축비는 줄일 수 있어 건설사가 적정선에서 수익을 가져가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주택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축비 보다 택지비가 26% 높게 책정됐다. 또 간접비용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택지비와간접비 등을 낮추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이 차장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건축비로 옥죈다”면서 “분양가는 건축비와 택지비로 산정되는데 규제가 한 쪽(건축비)으로 치우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가 공시 의무가 있는데 택지비는 공시 항목에 몇 개 없고 건축비는 항목이 많다”면서 “건축비가 비싸서 분양가가 높다고 지적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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