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컨테이너 항구 <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컨테이너 항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영업 환경의 변화로 전 세계 각국에서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또한 ‘리쇼어링’을 언급한다. 다만 국내 시장이 수출 중심 제조 기업들에게 매력적 환경을 구축해왔는지에 대해선 불확실한 지점이 많다. 법인세는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인 반면 ‘정규직 노동’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높아 국내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를 상쇄할만한 ‘생산성 향상’을 지원할 수 있는 견인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 미국‧일본 등 OECD 주요국 ‘법인세’ 낮춘 가운데... 한국만 ‘높여’ 거꾸로

먼저 한국의 법인세 부담은 주요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은 OECD평균 21.9%지만 한국은 25%로 평균을 상회한다. 2010년 중반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였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법인세 ‘인상’ 가닥으로 돌아선 영향이다. 2017년 말 세법 개정을 거치면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27.5%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는 프랑스(33.3%), 호주(30%), 멕시코(30%), 벨기에(29%), 그리스(29%) 등 6개 국 뿐이다. 한경연은 “2010년 대비 2019년까지 법인세율이 인상된 국가는 OECD국가 중 한국 포함 6개 국 뿐이며, 인하 국가는 19개국으로 현재 국제적 흐름은 인하 추세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면서 기업의 조세 부담을 적극적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펴고 있다. 2020년 이후 영국은 법인세율을 19%에서 17%로, 프랑스는 2022년부터 33.3%에서 25%로 인하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법인세 폭탄 할인’을 시도했다. 법인세율을 최대 35%에서 일괄적으로 21%로 인하한 동시에 해외수익송금세와 상속세 면제 한도 등 각종 감세정책을 제시했다.

결과는 ‘리쇼어링’의 현실화였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해 연구 보고서에서 “애플, GE, 인텔 등 수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리턴해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리쇼어링 기업으로 인한 일자리 수가 가장 많았던 2017년에는 미국 제조업 신규고용의 55%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 또한 ‘20년 불황’을 벗어나기 위한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법인세율을 대폭 낮췄다. 2020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3.2%에서 20%로 인하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등 기업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한번 고용하면 부담 큰 ‘노동시장 경직성’ 환경도 걸림돌

한국은 소규모 내수시장의 한계를 적극적인 수출을 통해 돌파해온 ‘수출 중심 국가’이기에 내수시장의 목표로 유턴하려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넓은 내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미국‧일본 등에 비해 리쇼어링을 유인할 만 한 근본적 요인이 다소 취약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전속거래가 이뤄지는 구조에서, 대기업이 한국으로의 리쇼어링을 ‘매력적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는 한 중소 제조기업이 독자적으로 국내 유턴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리쇼어링’을 유인하려면 타국에 비해 ‘기업하기 괜찮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에 녹록치 않은 환경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해외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 150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고임금(16.7%)’과 ‘노동시장 경직성(4.2%)’ 등을 U턴의 장애물로 꼽았다. 한국의 연공급(직무 능력보다 근무 연수에 따른 임금 지급)과 기업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과보호 구조의 노동시장이 기업의 해외 투자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지적은 고질적이다. 정승국 중앙대학교 교수의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가파른 임금 상승과 더불어 기업은 하‧도급 사용과 해외공장 설립, 해외 투자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투자만 하게 됐다.

해외와 비교하면 경직성은 더 뚜렷이 드러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정리해고비용은 116위, 고용해고 관행은 102위, 임금결정 유연성은 84위를 기록했다. WEF는 한국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대표적 약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고의 자율성과 능력에 따른 임금 결정이 강력하게 통용되는 미국이 아닌, ‘복지국가’ 북유럽과 비교해도 정규직 고용 부담이 확연히 높은 사실이 확인된다. 한경연에 따르면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경우 한국은 1년 미만 근로자보다 4.39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았다. 반면 덴마크는 같은 경우 1.44배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60%가 연공 서열형 임금체계를 채택하는 강한 경직성으로 인해 노조가 강한 대기업일수록 호봉이나 연령에 따라 임금이 자연적으로 증가하고 해고가 어려워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더 강력한 생산성 향상 원하는 기업 욕구 충족하기엔 부진한 ‘투자’ 밀어주기

법인세‧고용부담의 환경적 취약성이 형성된 상황을 돌파할만한 ‘무기’를 지원받기도 쉽지 않다. 국내 투자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제조업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책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독일의 경우 임금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더스트리 4.0’안의 틀 내에서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을 첨단 로봇과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도록 지원해, 기업이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국도 ‘혁신 성장’을 강조하면서, 지난 2018년 12월 ‘스마트 제조혁신’ 정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국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도입을 기존 2만 개에서 3만 개로 늘리고, 스마트공장 전문 인력 10만 명을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 스마트공장 구축에 드는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비용은 평균 1억 5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스마트공장 구축비용의 50%를 최대 1억 원(고도화 1억5000만원) 한도로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은 투자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84.4%는 스마트공장 도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나, 이 중 77.8%는 ‘시설투자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제조기업의 경우 고강도의 규제‧노동의 경직성 등이 조성된 환경에서 국내의 리쇼어링을 선택하기에는 더욱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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