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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1)] 1980년 5월의 비극, 이제는 ‘진상규명’ 마침표 찍을까

발포 명령자·암매장 의혹 등 의혹 수두룩...조사위 활동 개시
전두환 재판, ‘헬기사격’이 쟁점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은 올해, 드디어 진상규명위원회가 시동을 걸었다. 

5.18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계엄령 해제’를 외치다 공수부대원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했던 날부터, 전남도청에서 150여명의 시민군이 최후의 항전을 벌인 ‘도청진압작전’까지 열흘 간 이어졌다.

발포 명령 책임자, 암매장 및 민간인 학살 의혹, 헬기 사격 여부 등 풀리지 않은 과제들을 품고 있는 5.18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동안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는 등 수많은 왜곡을 저지르면서 5.18에 거듭 상처를 입혔다.

지난 2018년 9월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올해 12월에야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2월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 2명(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이종협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포함한 진상규명조사위원 9명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자유한국당이 조사위원으로 추천한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가 특별법 상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조사위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사관 34명과 국방부 지원단 20명 및 전문위원 등의 선발을 모두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임하게 됐다”며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조사 1과는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사망사건을 조사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하고 있는 헬기 사격의 여부도 규명할 계획이다. 조사 2과는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 조사 3과는 북한군 개입 여부 및 계엄군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한다. 

조사위는 관계자의 증언과 가해자의 고백을 당부하기도 했다.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현재 재판기록과 관련 기록은 60만쪽 이상을 확보했지만, 자료 파기와 소각, 고의 누락, 왜곡이 있다”며 “특히 전남도청 집단 발포와 관련해 어떤 군 부대 상황일지에도 기록이 없다.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상태이며, 미국 정부도 최근 5.18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밀문건 43건(약 140쪽 분량)을 외교부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비밀이 해제돼 제공된 기록물은 모두 미 국무부 문서다. 신규 문서가 일부 포함됐으며, 과거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비밀해제 됐으나 이번에 완전히 공개된 것이 대부분이다.

 

‘발포 명령자’ 규명이 핵심

진상조사위원회가 가장 핵심적으로 진행할 조사는 당시 발포 명령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전 씨는 지난 3월 11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 출석하면서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이거 왜 이래?” 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 “발포 명령이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쓰기도 했다.

전 씨는 발포 명령자가 없었고, 당시 발포는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씨가 발포를 명령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부족해 1995년 대법원은 전씨의 내란목적살인죄를 1980년 5월 27일 희생된 17명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5월 20~21일 광주역·전남도청에서의 집단 발포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조사위는 발포 명령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전 씨 등 지도부부터 조사하는 ‘하향식 조사’ 방식이 아니라 당시 투입된 장병, 사병들을 중심으로 ‘상향식 조사’를 수행할 방침이다. 날짜별, 부대별 동선 및 작전을 재구성하다보면 지휘체계가 드러날 것이라는 전략이다.

한편 발포 명령자 규명에는 ‘지휘체계 이원화’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공식 지휘 체계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진종채 2군사령관-윤흥정 전투병과교육사령관-정웅 31사단장-각 공수부대 여단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발포명령은 이와 달리 전두환 보안사령관-정호용 특전사령관으로 이어지는 비공식 지휘체계를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5월 13일, 5.18 당시 주한미군 501여단에서 근무했던 정보요원 출신 김용장씨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두환이 1980년 5월 21일 정오께 K57(제1전투비행단) 비행장에 와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대장 등 74명이 회의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 당시 회의에서 사살명령이 전달됐다고 하는 것이 제 합리적인 추정”이라며 “헬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비행계획서를 파기하지 않았다면 자료가 남아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때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했다가 1988년 광주청문회에서 양심선언을 한 허장환 씨는 김 씨가 증언한 ‘사살명령’에 대해서 “그 사격을 제가 직접 목도했다. ‘앉아쏴 자세’에서의 사격은 절대 자위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전두환이 사살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씨는 “발포는 초병한테만 해당되는 말이다. 전두환 씨는 절대 발포 명령권자가 아니라 사격 명령권자였다”고 말했다.

전두환이 부정하는 헬기 사격, 진실은?

현재 진행 중인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쟁점은 헬기 사격의 여부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기소됐다.

전 씨는 지난달 27일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에 참석해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듭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7년 1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광주 전일빌딩 안팎에서 발견한 185개의 탄흔을 분석, “헬기가 호버링(hovering ·정지)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18년 2월 5·18특별조사위원회는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의혹 규명’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육군이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하여 사격을 가한 바 있다고 밝혔다. 

14일 5.18 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1980년 5월 21일 금남로 일대에서 군인들의 헬기 사격을 목격한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 씨는 전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돌린저씨는 5.18 당시 광주에서 미국 평화봉사단 단원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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