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헌법전문 수록, 주호영-안철수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화
‘87체제’는 ‘1987년판 대타협’, 5.18평가-국민통합과정 ‘개헌 또는 사회 대타협’ 출발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추모탑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추모탑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폴리뉴스 정찬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그러나 5·18의 역사적 평가를 두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6월 항쟁의 결과물인 ‘87체제’의 한계와 결부돼 아직도 ‘역사적 평가’는 제 자리 걸음하고 있다.

1987년 헌법은 6월 항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당시 집권세력인 민주정의당(민정당)과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국민항쟁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3권 분립 등 민주주의 원리를 담은 헌법이 만들어졌지만 군부독재 정치세력을 청산한 것은 아니었다. 

군사독재를 계승한 정치세력은 수십 년 동안 독재세력과의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재벌, 이들에 부역한 검찰과 관료, 보수언론 등과 ‘기득권 연합체’를 형성했고 1990년 3당 야합 등 정치적 진화를 거듭하면서 ‘보수진영’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또 이들은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에서 안정적인 권력유지를 위해 정치적 다수인 영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구도 정치’도 함께 만들었다. 87체제 출범이 지역구도 정치체제 시작이자 한 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속에서 5.18은 ‘영호남 대결’의 정치적 표석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5.18의 역사적 평가를 가로막았다. 

1987년 6월 항쟁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연장선이다. 보수진영이 6월 항쟁의 역사적 정통성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도 모태인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온전히 인정하려들지 않으려는 태도는 ‘지역구도의 진영정치’ 속에서 이득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지역대립’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획득하고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유지·확대하려는 보수진영 내 독재권위주의 세력의 5.18 폄훼와 왜곡은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적이고 집요했다. 1995년 12월 21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이러한 흐름이 기승을 부렸다. 보수정권 9년 기간은 5.18에 대한 보수진영의 본심(本心)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는 촛불혁명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5.18 망언 당사자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방조했다. 심지어 김진태 의원의 경우 4.15총선에 공천했다.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헌법전문 수록, 주호영-안철수 긍정적인 입장

한국 정치의 최대과제 중 하나는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의 과제는 5.18의 역사적 평가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 평가는 발포명령자 등 5.18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역사적 의미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이 담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하나하나의 과정이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며 국민통합과정이다.

국민통합은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누그러뜨리는 것이며 ‘진영’의 중추인 ‘영호남 대립’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5.18’은 핵심고리다. 5.18이 왜곡되고 폄훼되는 정치구조가 온존하는 환경에서 ‘통합의 정치’를 화두로 꺼내 국민들에게 들이밀 수 없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통합’ 요구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굴종’과 ‘복종’의 강요일 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수진영에서 내건 ‘통합의 정치’ 구호가 실효성 없이 공허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5.18정신과 6월 항쟁 이념을 헌법전문에 담은 헌법개정안 제출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 대통령은 2년이 지난 5.18 40주년에 다시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개최된 5·18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17일 반영된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진영 내 일부 정치인의 5.18 모독에 대해 “민주주의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폄훼에 대해서까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입법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일부 정치권에서조차도 그런 주장들을 받아들여서 확대 재생산하는 일들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런 식의 고리를 끊어야 우리 사회가 보다 통합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고, 우리 정치도 보다 통합적인 정치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5.18 왜곡을 차단해야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제기한 것은 5.18 진상규명, 5.18 폄훼·왜곡에 대한 입법조치,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등을 ‘국민통합’의 길로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4.15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여석을 확보함에 따라 힘이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정치적인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진영정치의 한 축인 미래통합당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지난 16일에 과거 당 소속 의원들이 5.18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5.18 40주년을 맞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 봐야 할 오늘의 시대적 요구는 바로 국민 통합”이라며 “더 이상 5.18 민주화운동이 정치 쟁점화 되거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주목된다.

나아가 “4.19 혁명이 불 지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며, 마침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굳건한 토대가 됐다”며 “오월정신은 40년의 굴곡을 뚫고 마침내 억압과 항거의 정신을 넘어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를 향한 보편 가치로 정립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헌법전문 수록 의견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정치권이 흔쾌히 합의하고 국민께서 동의해 5.18이 헌법 전문에 담긴다면 불필요한 논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을 것과 국민통합 역사를 함께 써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87체제’는 ‘1987년판 사회적 대타협’, 5.18평가-국민통합과정 ‘개헌 또는 대타협’ 출발점

문 대통령과 주 원내대표, 안 대표 모두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강조했고 이를 ‘국민통합’과 하나의 묶음으로 바라봤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으로 5.18에 접근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사회는 ‘5.18 역사적 평가와 국민통합’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인 ‘87체제’는 ‘1987년판 사회적 대타협’이다. 이후 33년 동안 한국사회는 숱은 국가적 난제가 제기됐지만 ‘87헌법’의 틀에서 갈등을 반복 재생산해왔다.

‘87체제’ 한계는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드러났다. 이때 국제통화기금(IMF)의 힘에 강제돼 일시적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잠깐 가동됐지만 사회적 갈등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정리해고를 위한 것에 가까웠다. 오히려 이후부터 노동문제는 생사가 걸린 사안으로 변화돼 노사, 노정 갈등의 원인이 됐다.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부의 편중을 낳았고 정규-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으로 표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에 의한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야기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가속화, 청년실업 심화, 지역 불균형 등의 문제도 닥쳤다.

역대 정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대타협, 사회적 대타협 등 여러 비전들을 제시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의 폭풍까지 덮쳤다. 산업구조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되고 다양한 경제영역에 인간노동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되고 있다. 

‘87체제’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이러한 한국사회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우리 사회구성원의 총체적 합의다. 이것은 ‘개헌’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유럽 모델의 ‘사회적 대협약’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두는 ‘국민통합’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헌이든 협약이든 ‘사회적 대타협’은 5.18정신의 미래지향점이다. 5.18 역사적 평가와 이에 따른 국민통합은 87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의 판을 짜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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