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혁명가가 정치하면 독재하기 마련, 독재 막자고 혁명한 제가 독재 만들 이유 없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조카로 재심 청구에 나선 유족 대표 김성신 씨가 CBS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사진=CBS]
▲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조카로 재심 청구에 나선 유족 대표 김성신 씨가 CBS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사진=CBS]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죽인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판과정 육성 테이프에서 내란 목적 살인 명목으로 사형 당한 김재규 전 부장의 혐의가 사실이 아닌 정황이 드러나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김재규 전 부장 판결에 재심을 청구한 유족 대표 김 전 부장의 조카 김성신 씨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28시간 53개의 재판과정 육성 테이프를 입수한 사실을 밝히면서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및 내란 수괴 미수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김재규 씨의 육성 중 일부를 공개했다.

김 씨는 김 전 부장의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제 목적이다. 제가 만일 집권을 하게 되면, 저도 틀림없이 독재를 한다. 저는 군인이었고 혁명가다. 군인이나 혁명가가 정치를 하게 되면 독재하기 마련이다. 독재를 막자고 혁명을 한 제가 독재의 요인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자신의 내란을 도모하지 않았다는 말한 부분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재규 씨는) 자신이 감행한 것은 ‘집권 쿠테타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이다’, 이렇게 말씀 했다. 이는 즉 ‘내란음모 살인’이라는 그 죄명이 있지 않나? ‘내란음모가 아니다’라는 그런 취지”라고 말했다.

또 김 씨는 공개한 김재규 씨의 육성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 말씀은, 이제부터 사태가 더 악화되면 내가 직접 쏘라고 발포명령하겠다(고 했다). 저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절대로 목적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제 목적이다. 제가 만일 집권을 하게 되면 저도 틀림없이 독재한다”는 부분도 방송에서 공개했다.

이에 대해 “부마항쟁 당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민들에 대한 발포 명령이 김재규 전 부장의 중요한 범행 동기였다는 취지의 진술이라고 보면 된다”며 김재규 전 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포명령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김재규 부장의 진술이 공판 조서에서는 삭제됐다면서 “(이러한 진술 부분들은) 아예 다 삭제가 돼 없었다. 만일 당시 재판부가, ‘누가 들어도 이건 허황된 주장’이라고 판단했더라면 굳이 삭제까지 했을까”라며 “이 발언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같아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겠는가”라고 얘기했다.

또 그는 김재규 부장이 재판정에서 유신헌법에 대해 진술하려 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제지하고 진술을 가로막는 육성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면서 “유신 헌법에 대한 문제점들을 나는 계속 생각했고 그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려고 하셨던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40년 만에 128시간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의 입수경위와 재심을 청구한 배경에 대해 “방송국 JTBC에서 봉지욱 기자가 이 테이프를 입수했다”며 “이걸 민변 변호사님들께서 법률적인 검토를 했다. 이영기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 이상희 변호사, 이분들께서 검토를 했더니 이것은 충분히 증거로써 자격이 있겠다. 재심도 가능하다고 해서 이분들이 유족들에게 재심 청구를 권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테이프의 실제 전달자에 대해서도 “100% 확실하지는 않은데 입수되는 과정들 속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때 재판정, ‘쪽지 재판’이라는 얘기가 있지 않았나? 그 쪽지를 직접 전달하신 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김재규 부장이 당시 재판에서 변호인의 변호를 거부한 데 대해 “‘변호사들을 물리지 않으면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당시에 거래를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니까 동생 분들의 안전이라든지 이런 부분들하고 본인이 직접 변호사들의 변호를 받는 부분하고를 어떻게 보면 맞바꾸신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그 측에서 ‘가족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 그래서 변호사들을 물리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저한테는 둘째 외삼촌이 되는 김한규 씨가 나와서 온 가족들을 모으고 그 앞에서 회의를 했던 그 기억을 저희 부모님이 갖고 계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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