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이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변화는 가능할까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김미애 비상대책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6.1
▲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래통합당 김미애 비상대책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6.1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에 참여한 인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아마도 초선의 김미애 의원이었을 것이다. 부산 해운대 을에서 당선된 그는 통합당의 다른 정치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15세 때 어머니가, 20세 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10대 때는 방직공장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20대 때는 초밥집과 잡화점 등에서 일하다가 29세 나이에 뒤늦게 법대 야간대학에 입학한 뒤 5년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입양한 딸과 조카 둘을 키우는 '싱글맘'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건조하게 요약한 그의 인생 스토리다.

이런 인생 스토리만 들으면 더불어민주당으로 갈 사람이 보수정당으로 잘못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흔히 사회적 약자 출신은 민주당, 반대로 사회적 강자 출신은 통합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통념을 우리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의원이 선거 때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왜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통합당으로 갔냐”라는 질문이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사실 배경이 든든하고 잘나가는 삶을 살아왔던, 그래서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통합당이곤 했다. 그런 통합당에서 김 의원은 희소한 존재이기도 하다.

총선을 앞두고 출마할 당을 고르다가 당선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당을 택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당사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런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미래통합당의 강령과 당헌을 모두 읽어봤다. 이 당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나는 보수의 가치를 신뢰하고, 자유를 존중한다.” 나처럼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이 부자로 살고 싶은 것은 자유다. 박수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의 이런 말들을 듣노라면 그 나름대로 보수의 가치를 믿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통합당 안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입법과 정책 이슈들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한때 극우정당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던, 통합당에서 이런 의원이 탄생하고 비대위원까지 된 상황이 무척 낯설기는 하다. 입만 열면 ‘보수’를 외치던 통합당의 체질이 과연 김미애라는 정치인의 생각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일이다. 그를 비대위원에 발탁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김미애 의원을 가리켜 “여러가지로 상당히 스토리가 많은 분” 아니냐며, “그런 상징성을 갖는 인물을 잘 선택했다고 나는 본다”고 밝혔다. 마침 김 위원장은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며 더 이상 이념의 경계에 갇히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 시절 한때 태극기 부대와도 손잡은 모습을 보였던, 그리고 4.15 총선 때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 실패했던 통합당이 과연 극단적 보수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그 진정성과 결과는 실제로 하는 것을 보며 평가해야 하겠지만, 어찌되었든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극단적 대립을 해소하려는 목소리들이 통합당이라는 보수정당 안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우리 정치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극단적인 보수정치의 행보는 진보정치 또한 반대편 극으로 몰아갔고, 그로 인해 우리 정치는 진영 간의 극단적 대결로 점철되는 상황을 내내 겪어왔다.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며 유권자의 지지를 더 많이 받으려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책이 아닌 혐오와 증오만이 자리한 진영 간 대결은 우리 사회에 깊은 분열과 갈등의 상처만 남겨왔다. 코로나 시대 속에서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자는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이유는 없다. 물론 구제적인 정책과 방법에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더 나은 정책을 위한 선의의 경쟁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웠던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는 초선 의원이 보수정당의 비대위에 들어간 광경은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그 메시지가 당내의 완고한 벽에 부딪혀 과연 공수표가 되지는 않을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나쁜 보수는 진보의 긴장을 해제시킴으로써 나쁜 진보를 낳게 된다. 반대로 보수가 좋아지면 진보도 긴장하여 함께 좋아진다. 김미애 의원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미래통합당이 그런 정치인을 제대로 키울 의지를 보여주는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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