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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금태섭을 두번 죽이는 정치

177석 거대여당의 졸렬한 출발

 

177석을 가진 거대여당의 첫 걸음이 이렇게 졸렬할 수가 있나. 이제는 야당의 발목잡기도 두려울 것이 없게 된 더불어민주당이기에 21대 국회 개원을 맞으며 조금은 더 넉넉하고 포용력있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덜컥 날아든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소식은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민주당이 금 전 의원을 징계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반대’도 아니고, 당론과 개인의 소신 사이에서 타협한 ‘기권’이었다. 그런데도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공수처 법안 찬성은 우리 당의 당론이었다"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에 따라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고 밝혔다.

다들 알다시피 금태섭은 21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여 출마하지 못했다. 의정활동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아온 정치인이었지만, 조국 전 장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친문(親文) 지지층의 표적이 되었고 그를 탈락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진행되었다. 정봉주가 나섰다가 컷오프 되자 김남국이 뒤이어 나섰고, 여론의 비판으로 그가 물러서자 다시 강선우라는 정치신인이 나섰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례적인 추가 공모까지 하면서 어떻게든 경선을 하도록 만들었다. 친문 당원들을 의식하여 금태섭에게 결코 쉽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표적이 된 금태섭은 결국 친문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탈락 운동 속에서 경선 패배를 겪어야 했다. 그때 금태섭은 “제가 부족해서 경선에서 졌다”며 모든 결과에 승복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쿨하지 못했다. 그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이제 국회의원도 아니게 된 사람, 그냥 내버려둘 법도 한데 뒤끝이 작렬하고 만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던 정치인이 출마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은 사실상 정치생명이 끊어짐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에게 다시 한번 징계라는 ‘확인 사살’을 한다. 정치라는 것이, 그것도 한솥밥을 먹던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이 우발적인 판단이나 실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가 나서서 "권고적 당론은 반대하되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가 있지만, 강제당론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것"이라며 금태섭 징계의 정당성을 말한 것을 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거대한 공룡같이 큰 여당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앞으로 민주당에 소속된 177명의 의원 가운데 감히 당론을 어기고 소신투표를 할 의원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라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겠는가.

국회법 제114조의2는 국회의원의 자유튜표에 대한 조항이다. 여기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그러니 당론에 기속될 것을 요구하며 금태섭을 징계한 결정은 국회법을 무시한 것이다. 한때 정당개혁을 논의할 때 당론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투표 혹은 교차투표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던 시절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당의 거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 뒤로 설혹 당론과는 달리 소신 투표를 했다고 해서 소속 의원을 징계한 사례는 적어도 근래에는 본 기억이 없다. 하필이면 이런 정치를 한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인 것이 무척 유감스럽다. 겸손하겠다고 다짐했던 4월 16일 새벽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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