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대두-코로나19 장기화로 기본소득 논의 활발
통합당 김종인, 기본소득 논의 시작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도 동의

기본소득 논의에 물꼬를 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기본소득 논의에 물꼬를 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보이면서, 여야 모두가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때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 소득, 노동 유무와 관계없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없이 동일하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최소 생활비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일회성으로 지급됐지만, 기본소득은 지속되는 정책이다.

기본소득 논의가 진행된 배경은 4차 산업 혁명의 대두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로봇이나 AI 등이 생산 과정에서 사람을 대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실업자들은 소득이 없어진다. 기계가 생산한 물건을 소비해 줄 사람이 없어지면서 시장경제는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줘서 안정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게 논의의 골자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고, 가계소득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국민들의 생활 안정과 소비 촉진을 위한 기본소득 논의 필요성도 커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속적인 포용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확립하고, 보건 체제를 재정립하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 아울러서 이로 인해서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은 진보정당들이 주로 주장해온 제도였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이슈를 먼저 선점하면서 보수 우파의 정치적 편향성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을 당시, 국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성레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포용적 성장은 중요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 뿐만 아니라 통합당의 비대위원들도 기본소득을 검토할 단계라는 것에 동의했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5일 오전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위원장이 튼 기본소득 논의 물꼬에 여당인 민주당 뿐 만 아니라 정의당, 국민의당 등도 화답했다.

김부겸 민주당 전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 논의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4차산업 혁명 시대엔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의 기본소득 수용 발언으로 새로운 상생정치의 길이 열렸다”며 “김 위원장님 말씀이 통합당의 당론이 된다면 우리 정치는 이제 누가 더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갈 것인지를 겨루는 정책경쟁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4일 김종인 위원장의 예방을 맞은 자리에서 “(통합당의 기본소득 검토에) 대환영이다”라며 “실질적, 물질적 자유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말에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물질적·정신적인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전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이상의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복지 욕구별, 경제 상황별 맞춤형 복지제도로서의 한국형 기본소득제도를 고민하고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7년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 2017년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 동상이몽, 어떻게 다른가

기본소득의 논의 물꼬는 터졌지만, ‘누구에게 얼마만큼을 줄 것인지’, 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기본소득 정책 방향은 다르다. 

먼저 통합당의 김종인 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을 당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국가 재정이 어떻게 뒷받침을 할 수 있을지 먼저 연구해야 한다”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을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를 위해 논의와 연구를 시작하는 입장인 것이다.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도입은) 분명히 오랜 장고의 토론과 국민 합의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미래통합당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이제 오래 시간이 걸리는 그 문제를 지금이라도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는 안 되며,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또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나 노인층 등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4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기본소득이 누가 얼마나 더 많이 줄 수 있는가의 경쟁이 된다면 나라를 파탄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며 “재난지원금 행태를 보면서, 정치인들의 기본소득 주장이 자칫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재판이 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식의 기본소득 도입은 국가 재정 여력을 훼손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줄여나가기 어렵다”며 “사회 불평등이 존재할 때, 정부의 가용 복지 자원이 어려운 계층에게 우선 배분되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론 개념에 입각해 한국형 기본소득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의 한국형 복지모형이란, “청년층에게는 복지 욕구별로 차등 지급하되, 조금이라도 일을 할 경우에는 국가가 제공하는 소득 외에도 일을 해서 버는 추가소득을 인정해 주고, 저소득 근로계층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를 통해 근로한 만큼 소득을 더 많이 가져가게 하고, 노인 세대의 경우에는 노후 준비 수준에 따라 또 복지 욕구에 따라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취약층에 초점을 맞춘 방안이다. 

민주당은 증세가 필요하며, 기존의 복지 정책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기본소득에는 진보적 버전 말고도 보수적 버전이 있다.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국가를 축소해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후, 사회보장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토록 하자는 발상”이라며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개념의 기본소득입니다. 국가의 역할을 줄이고, 복지마저 시장에 떠맡기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보수적 개념으로 논의를 잘못 끌고 가게 둬서는 안된다”며 “기본소득은 복지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지급을)  청년계층이나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하려는 생각에 반대한다”며 “복지 아닌 경제정책이므로 재원부담자인 고액납세자 제외나 특정계층 선별로 일부에게만 지급하거나 차등을 두면 안 된다. 소액이라도 모두 지급해야 재원부담자인 고액납세자의 조세저항과 정책저항을 최소화하며 기본소득을 확장해 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은 증세를 전제할 것이 아니라, 기존예산 조정을 통해 소액으로 시작한 후,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확대에 국민이 동의할 때 비로소 증세로 점차 증액하는 순차도입을 제안한다”며 “낙수효과 시대는 갔다. 재난기본소득에서 체험한 것처럼 경제활성화에 유용한 소멸조건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으로 직수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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