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고 싶은 직장 1위' 카카오, 내부엔 네포티즘 만연
직원 쓴소리는 무시, 요직엔 지인 앉혀...구재벌 행태 답습
김 의장 지인 조수용 대표, 카카오에 JOH 팔고 차익 약 100억 실현
주요 계열사 대표 절반은 김 의장(브라이언)과 같은 출신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카카오커머스-카카오IX 합병 검토가 권승조 대표의 ‘방만경영’ 때문이라는 주장(관련기사: 11일자 폴리뉴스)이 제기되자, 카카오 내부에서 네포티즘(연고주의)에 대한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맺어진 사람들을 요직에 앉혀 구설에 오르는 건 재벌 대기업에서나 벌어지던 일이다.
지난 3일 카카오IX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게시판에는 권 대표의 광범위한 지인 채용과 그에 따른 회사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권 대표가 지난 2년 간 해외법인 수장과 사내 팀장직 등에 자신의 지인들을 앉혔고, 그 중 일부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는 게 골자다.
해당 글에는 카카오 본사 및 계열사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댓글도 다수 달렸다. 댓글에선 이러한 연고자 채용 문화가 카카오IX뿐만 아니라 카카오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조수용 카카오 대표 영어이름 션으로 추정)가 데려온 인사는 하나같이 왜 그러느냐”, “개인적으로 카카오 본사 및 공동체 채용하는 거 보면 아는 사람 데려와서 같이 일하는데 위험하다고 본다”, “서로 얽힌 게 많은 친구 사이라 문제가 생겨도 내치지 않는 등 카카오의 이미지가 과대포장 되어 있다”, “이게 바로 카카오 문화고 직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등의 의견이다.
이런 상황은 카카오 내부에 네포티즘 문화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의문점을 낳는다. 네포티즘은 혈연‧지연‧학연 등에 따라 사람을 중용하는 연고주의 및 족벌주의를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보수적인 여타 대기업들과의 차별성을 주창하며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를 강조해 온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생경하다.
카카오 연고주의 문화에 대한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부터 카카오IX를 이끌어 온 권 대표를 영입한 건 모회사 카카오의 조수용 대표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조 대표가 카카오 공동대표로 취임한 후 사이가 좋지 않던 카카오IX 전임 대표(조항수) 대신 최측근이자 과거 인척관계인 권 대표를 데려왔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현재 법적으로 두 분(조수용과 권승조)은 인척관계가 아니다”며 “그런 이야기(조 대표 이혼 전 부인의 동생이 권 대표)가 설령 맞다하더라도 이혼을 했다면 남이니까 인척은 아니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 김범수(브라이언) 의장이 조 대표를 카카오로 영입하는 과정에도 논란은 있었다. 김 의장은 2016년 JOH를 설립 및 운영하던 조 대표를 카카오 브랜드총괄 부사장으로 스카웃했다. 조 대표는 김 의장과 NHN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은 관계다.
문제는 조 대표가 카카오에 합류할 당시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JOH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자사 임원 보유 회사에 그 정도 돈을 지원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카카오는 조 대표가 카카오 공동대표로 승진하게 되자 아예 수백억 원을 들여 JOH를 인수해버렸다. 인수 당시 JOH는 영업이익 적자(-20억 원) 회사였고, 매출도 하락세였다.
때문에 시장에선 주당 3만3334원, 총 293억 원으로 책정된 JOH의 인수대금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김 의장과 조 대표간 친분이 기업가치 책정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 실제로 조 대표가 JOH 인수 과정에서 실현한 차익은 약 100억 원이다.
이와 관련 조 대표는 같은 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와 JOH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JOH의 기업가치 책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올해부터 시너지가 가시화된다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장담하던 시너지를 보여주진 못했다. JOH와 카카오프렌즈가 통합돼 탄생한 카카오IX는 최근 2년 영업이익이 직전 2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현재 카카오커머스와의 합병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측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만으로 실적 악화라고 말하기엔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김 의장을 필두로 한 NHN출신 인사가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점이 카카오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13일 기준 총 97개에 달하는 카카오 그룹사 중 회사 이름에 ‘카카오’가 들어가는 주요 계열사는 총 16곳이다. 이 가운데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승조 카카오아이엑스 대표,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문태식 카카오브이엑스 대표, 박승기 카카오브레인 대표 등이 모두 NHN 출신이다.
또 모회사 카카오의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도 NHN 재직 경력이 있다. 30대 중반 나이로 카카오 수장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도 NHN에서 근무했었다. 즉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CEO의 대략 절반 정도가 NHN 출신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직이 잦은 IT업계 특성상 NHN처럼 큰 회사를 거쳐 간 인재가 많을 순 있다. 하지만 특정 회사 출신이 계열사 대표직에 줄줄이 배치된 것에는 다양한 해석이 동반된다. 카카오 내부에선 김 의장이 NHN공동대표 시절 자신과 인연이 있는 지인들을 대거 중용해 기업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카오 측은 만연한 네포티즘 문화에 대해 “우리 회사(카카오)가 다른 곳보다 기업문화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100%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카카오는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일하고 싶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며 “앞으로 더 신경써서 노력하겠다”며 질문을 회피한 답변을 내놨다.
카카오 측은 또 법인카드 사적사용 제보나 광범위한 지인 채용 문제에 대해 “실제로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한다”며 “다만 실제로 회사 내에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개인정보나 명예훼손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확인해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다니고 싶은 직장 1위' 혁신 기업 카카오는 정작 내부 구성원이 지적한 문제의 사실 확인이나 개선 의지 표명을 단 한차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리얼 카카오] 1편에서 내부 직원이 제기한 대부분의 지적과 본편에서 보도한 대부분의 사실에 대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폴리뉴스>는 보다 뚜렷한 사실관계에 접근하기 위해 카카오 상층부에 현재 재직 중인 다수의 관계자를 통해 김범수 의장과 카카오 요직자간 인물 관계도를 11일 입수했다. <폴리뉴스>는 곧 있을 [리얼 카카오] 3편에서 모자이크를 제거한 인물관계도를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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