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을 뒤집은 LUOES(르오에스), 글로벌화 노려
비건 립밤, 와디즈 펀딩 1시간 만에 1800% 돌파
홍콩 잡지 소개 계기로 홍콩, 일본, 싱가포르 진출
진짜 팬 모으기 위해 '시나브로 뷰티' 철학 유지
르오에스와 더불어 서비스 플랫폼도 구상 중

박정언 르오에스 대표와 르오에스의 대표 제품인 괄사 마사지기, 마스크팩과 립밤. 르오에스 립밤은 최근 와디즈에서 펀딩 1시간 만에 목표금액 1800%를 돌파했다. <사진=송서영 기자>
▲ 박정언 르오에스 대표와 르오에스의 대표 제품인 괄사 마사지기, 마스크팩과 립밤. 르오에스 립밤은 최근 와디즈에서 펀딩 1시간 만에 목표금액 1800%를 돌파했다. <사진=송서영 기자>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르오에스 립밤은 최근 와디즈에서 진행한 크라우펀딩에서 1시간 만에 목표금액에 1800%를 돌파했다. 목표 금액은 50만원으로 12일 기준 5907%를 달성했다. 동물성 성분이 전혀 없는 비건 립밤인 르오에스 립밤은 성분을 중시하고 만족도를 따지는 요즘 세대의 ‘가치 소비’와 맞아 떨어지며 폭발적인 호응을 일으켰다. 서포터즈로 등록한 사람은 1085명이다.

서포터즈는 르오에스 제품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를 말한다. 르오에스 창업자 박정언 대표는 이 서포터즈들과 어떻게 하면 오래 갈 수 있을지를 매일 고민한다고 한다. 박정언 대표는 1인 창업자로 지난해 6월 뷰티 브랜드 르오에스를 설립했다.

경험은 버릴 것이 하나 없어요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2년 간 꿈을 찾는 여정을 거치다 창업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을 수도 있을 시간이지만 그는 평소 관심 있었던 영역에 모두 도전해봤다. 기자, 피부과 의사, 창업이라는 세 가지 꿈이 있었고 먼저 언론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의대 시험을 준비했다. 틈틈이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거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그 시간을 모두 ‘버릴 것 없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하면 글을 쓰게 될 일이 많은데 저널리즘 스쿨에서 배운 글쓰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와디즈 상세페이지에 적힌 장문의 창업 이야기도 모두 박 대표가 작성한 것이다. 와디즈 이용자들은 창업자의 스토리텔링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

의대를 준비하면서는 자기소개서를 수차례 작성하다보니 도리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스스로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됐다. 브랜드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는 정량적, 정성적 지표를 보고 브랜드 순위를 매기는 일을 했는데 타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사업 구조 등을 조목조목 뜯어 공부해 볼 수 있었다.

창업을 시작한 시점은 마음에 쏙 드는 아이템을 찾으면서부터였다. 유럽 여행 중 괄사 마사지기를 한 쇼핑센터에서 발견했는데 한국에 들여오면 꽤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손에 잡히는 괄사 마사지기는 신체 국소 부위를 마사지해 붓기를 빼고 피부 리프팅 효과를 낸다.

한국에서는 LED 마사지기가 한창 출시되던 시기였는데 원석을 활용한 괄사 마사지기는 전자파 걱정이 전혀 없고 자연 친화적인 부분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SEOUL을 뒤집을 글자인 LUOES. 르오에스의 글로벌화를 꿈꾸고 브랜드명을 지었다. <사진=르오에스 제공>
▲ SEOUL을 뒤집을 글자인 LUOES. 르오에스의 글로벌화를 꿈꾸고 브랜드명을 지었다. <사진=르오에스 제공>

600만원으로 시작, 적자는 없었다

박 대표는 인턴근무를 하며 모은 돈에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보탠 600만원을 들고 ‘르오에스’ 창업에 들어갔다. 창업까지는 딱 2개월이 걸렸다. 투자자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브랜드 작명부터 패키지 디자인 등을 혼자서 해냈다.

르오에스라는 이름은 ‘SEOUL’을 뒤집은 글자다.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한국하면 떠오르는 서울을 브랜드 명에 담았다. 포털 검색시 다른 키워드와 겹치지 않고 유일하게 검색되면서도 해외에서 무난히 통용되는 점까지 함께 고려했다.

그 다음은 발품을 팔았다. 괄사 마사지기 원료인 분홍빛 원석은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로즈쿼츠’라 불리는 원석 중에서도 이물질이 없는 고급 원석만을 찾아냈다. 원석을 활용해 괄사 마사지기를 제작할 중국 공장도 20여 곳을 넘게 찾아다녔다.

박 대표에 따르면 그렇게 출시한 괄사 마사지기와 뒤이어 출시한 마사지팩, 립밤까지 포함해 와디즈 펀딩을 마치면 모두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도 본전치기는 있어도 적자는 없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초기 창업 아이템을 잘 잡은데서 비롯했다”고 말한다.

괄사 마사지기는 최소 발주량이 50개 이하도 가능해 소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었다. 소량 제작하다보니 재고도 없었다. 또한 제품 자체가 워낙 생소해 MD의 관심을 끌었고 쇼핑 사이트 입점 시기를 당겼다. 출시 후 한 달 만에 텐바이텐에 입점했다.

12일 기준 르오에스의 와디즈 펀딩 목표 금액은 5907%를 달성했고 서포터즈는 1085명에 달한다.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 12일 기준 르오에스의 와디즈 펀딩 목표 금액은 5907%를 달성했고 서포터즈는 1085명에 달한다.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팬심 확보의 장, 크라우드펀딩

박 대표는 르오에스의 새로운 제품인 립밤을 와디즈에서 선보였다. 와디즈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테스트마켓이자 든든한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홍보의 장이다. 새로운 것에 열려있고 창업자의스토리를 믿고 펀딩을 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용자들의 특성 덕분에 스타트업 기업은 대대적으로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단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한번쯤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박 대표는 “제품의 사진과 스토리를 담은 글을 사업자가 제공하는데 와디즈에는 에디팅 서비스가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와디즈 내부 에디터가 소구 포인트를 잡아 보기 좋게 첨삭을 해준다. 이 외에도 와디즈는 여성 커뮤니티와 제휴를 맺고 펀딩 제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참여는 사업자가 직접 신청을 할 수도 있고 와디즈에서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한다.

박 대표는 와디즈에서 연락을 받은 경우다. 처음 와디즈측에서는 괄사 마사지기를 하고 싶어했는데 박 대표는 수제품인 괄사 마사지기의 특성을 고려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비건 립밤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르오에스 세 번째 제품으로 비건 립밤을 만들던 중이었다.

박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데도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업자마다 다르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르오에스는 이번 펀딩에 온전히 집중했는데 와디즈에서는 이를 좋게 보고 성수동에 위치한 ‘공간 와디즈’라는 쇼룸에 르오에스 제품을 진열하기도 했다. 열심히 하면 또 다른 기회도 오게된다”고 말했다.

와디즈 홈페이지에 올라온 립밤 제작 스토리텔링.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 와디즈 홈페이지에 올라온 립밤 제작 스토리텔링.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비건 립밤 만들려 테스트한 립 제품만 100여개

그가 제시한 비건 립밤은 아직 와디즈에서만 만나 볼 수 있다. 오는 22일 와디즈 펀딩이 끝나면 내달부터 온라인 편집샵 29CM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마존, 싱가포르의 쇼핑사이트인 쇼피 등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비건 립밤은 탄생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제작은 한국 콜마와 함께 했다. 그동안 직접 사용해 보고 테스트로 만들어본 립밤만 100여개에 다다른다. 립밤 제품은 평소에도 일반 소비자에 관심이 많아 2016년부터 인스타그램에 립 제품 정보를 모아 올리기도 했다. 소위 성공한 ‘덕후’다. 립밤 케이스 디자인을 위해서는 지인을 포함한 256명에게 직접 설문을 돌렸다.

립밤 제작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까다롭기로 잘 알려진 비건 인증 절차를 받는데 4개월 정도가 걸렸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며 비건 인증에 필요한 원료가 수입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르오에스 립밤은 ‘한국인 착붙’ 컬러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피부색에 잘 어울리는 컬러만을 모아 코랄쿼츠, 로코코 레드, 무색 3종으로 출시했다. 박 대표는 “한국과 외국에서 잘 팔리는 립제품의 컬러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전했다.

르오에스는 여심을 저격하는 분홍빛으로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르오에스 제공>
▲ 르오에스는 여심을 저격하는 분홍빛으로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르오에스 제공>

진짜 팬을 모으자

르오에스 괄사 마사지기는 신세계 SSG닷컴, 롯데ON, 텐바이텐, 브랜드, 무신사, 29CM 등에 입점해 있다. 입점처는 직접 방문을 한 곳도 있고 연락이 먼저 온 곳도 있었다. 홍콩, 일본 등에서도 한때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박 대표도 모르는 사이 홍콩의 한 잡지에 르오에스가 소개가 된 것이었다. 일본 4대 쇼핑몰인 큐텐재팬에 곧 입점 예정이며 홍콩과도 이야기 중이다.

르오에스가 이렇게 알려진데는 ‘진짜 팬’이 큰 역할을 했다. 박 대표는 처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홍보를 시작했다. 금전을 들여 페이지를 키우지 않았고 정말 르오에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탄탄한 소통을 키워나갔다.

여심을 자극하는 분홍색과 성분을 신경 쓴 제품, 서서히 예뻐지는 ‘시나브로 뷰티’를 철학으로 내세우며 일관된 콘셉트로 나아갔고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똘똘 뭉치게 됐다. 진짜 팬들의 성의 있는 리뷰가 SNS 상에서 돌며 르오에스가 알려지는데 속도가 붙었다.

창업 지원 정보 간편화 절실

박 대표는 아직 정부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 절차의 어려움 때문이다. 박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K-Startup 창업지원포털’에 접속해보긴 했으나 정보가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아 어디서부터 접근해야할지 어려움을 느끼는데다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해야하는 절차들이 녹록치 않아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세무 관련 정보가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돼 있지 않아 스타트업 기업이 위법을 저지르지 않고 절세도 할 수 있도록 정보의 간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투자는 브랜드를 더 성장시키고 콘셉트를 확실히 한 뒤 받고 싶다고 한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참을 인자로 돌발에 대응해야"

박 대표는 “창업가는 매일 돌발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제품 관련 문의에 대한 답변을 한 달 만에 받기도 하고, 협력사가 급박하게 일 처리를 원할 때도 있는데다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다 실수를 하는 상항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번 르오에스 립밤을 만들면서도 참을 인(忍)을 마음속에 참 많이 새겼다고 한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한다면 매번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또 “스타트업 사업을 비교적 규모 있게 하는 경우 CEO는 직원들이 퇴근을 한 후부터 올라온 결제 처리를 하며 새벽에 퇴근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기 일’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보면 건강을 잃을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고 말한다.

르오에스의 마스크팩과 괄사 마사지기. 박정언 대표는 르오에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사진=르오에스 제공>
▲ 르오에스의 마스크팩과 괄사 마사지기. 박정언 대표는 르오에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사진=르오에스 제공>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싶어

박정언 대표는 당분간 브랜드의 콘셉트를 확고히 하고 성장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르오에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판매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패키징을 신경 써서 직접 디자인 했다. “선물용으로 자주 언급되는 제품들은 따로 있다”며 “르오에스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 주고 싶은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글로벌 르오에스가 그의 종착점은 아니다. 박 대표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도 구상중이다. 르오에스를 키워가며 차차 창업 분야에서도 그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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