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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구의 정국진단] "국회 원구성 협상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21대 국회 원구성이 여야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원구성을 강행했습니다. 지난 15일 국회의장 직권으로 6개 상임위원회에 대한 위원 배정과 위원장 선임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 제시한 협상안에 근거하여, 민주당 몫으로 책정한 상임위 11개 중 코로나 19사태와 대북관계 위기 등 현안을 다루어야 할 기재위(윤후덕), 산자위(이학영), 보건복지위(한정애), 국방위(민홍철), 외통위(송영길) 등과 함께, 쟁점이 된 법사위(윤호중)에 대한 상임위원장을 선임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원구성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 의장이 사의를 표한 상황입니다. 당일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합의 주장도 있었지만 법사위가 아니면 나머지 상임위는 의미가 없다는 강경파의 주장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까지 원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늦어도 6월말까지는 완료될 전망입니다. 다만 ‘이렇게 할거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강경론이 현재 미래통합당을 지배하는 정서이고,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협상 당사자도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결과도 예견할 수 있습니다.

취지와 다르게 정쟁의 수단이 되어온 법사위원회

협상 결렬의 배경이 된 법사위원장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국회의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섭단체 의석수에 비례한 상임위원장 배분이 관행화된 1988년 13대 국회 이래, 다수당의 횡포와 독선을 막는다는 논지로 소수 야당의 몫을 고집해 온 만큼, 법사위원장 배정은 늘 원구성 협상의 쟁점으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원인이 되어왔습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빌미로 상원 행세를 하며 법안을 장기간 계류시키거나 국무위원을 출석시켜 법안과 무관한 현안 질의로 법안처리의 발목을 잡아 온 것이 법사위였습니다. 여야간 정쟁의 도구가 되면서 수없이 많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자동폐기되는 운명을 맞았고,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정당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행에 의존하는 국회는 언제든 파행과 공전이 되풀이될 수 있어

이와 같은 행태를 관행으로 인정한다면, 이번 원구성에서 나타난 현상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운 평행선,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177석 민의를 안고 국회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관행과 협치의 논리에 밀려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고 사사건건 야당에 끌려가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 중이지만 그 또한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래통합당이 취한 강경한 입장의 배경에는 총선 참패로 소수당이 되었지만 그만큼 법사위를 통한 견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권한이고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결국 양당 어딘가 시각을 완전히 달리하지 않는 한 풀기 어려운 문제이고, 그 결과가 다수당에 의한 단독 원구성과 야당의 반발이었습니다. 독재와 폭거라는 주장을 펼치지만 야당은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가적 재난과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내 정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매우 냉엄합니다.

일하는 국회의 관점에서 국회운영에 관한 모든 관행이 재검토 되어야

30여년 이어진 관행과 그로 인해 반복되는 공전, 이런 국회의 모습이 현 시점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책임지는 국회라는 기준에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 발의로 추진할 예정인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고 윤리특별위원회 기능을 결합하여 윤리사법위원회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법제 기능은 국회사무처 또는 입법조사처 내 전문검토기구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상임위의 안건 상정 순서를 선입선출로 정하여 원내대표간 합의 우선의 관행을 배제하는 방안, 정기국회 이전에 국정감사를 마무리하여 각각 보다 충실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매월 1일 열리는 상시국회 체제 등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극복하고 늘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이와 아울러 선거결과에 충실한 국회운영을 위해, 미국과 같이 과반수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원구성도 제도화할 수 있습니다. 다수당의 책임 하에 상시적인 입법과정이 이루어지고, 야당은 사안별로 협조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정책경쟁을 벌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국회운영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가 위기대응을 위한 산적한 입법 현안에 집중할 수 있어야

당분간 여야간의 불통과 논란이 지속될 수도 있지만, 개원의 첫 단계를 넘은 만큼 21대 국회는 입법 현안 중심으로 급속히 무게 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3차 추경,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등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입법,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우선 과제가 될 것입니다.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의 마무리 과정도 필요하며, 특히 대북전단 살포 금지, 4.29 공동선언 등에 대한 국회 인준 등, 악화되는 대북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를 마련하는데 국회의 중대한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파행의 수습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포용과 협치의 정치를 기대

산적한 과제를 수행할 국회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여야 모두 원구성 과정의 파행을 조기에 수습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실리는 물론 명분도 얻지 못한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국민에게 다시 다가설 수 있는 비대위 중심의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심만리’는 불과 일주일 전, 법사위원장 협상과 별개로 정책과 법안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습니다. 황교안 당대표 시절 장외투쟁과 발목잡기가 결과적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20대국회에서 강성 발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장제원 의원이 ‘법사위가 민심보다 중요한가? 양보하는 쪽이 승리할 것’이라고 원구성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과 함께 ‘진취적인 정당’, ‘정책적 선도 역할’, ‘수구 퇴행적인 체질의 혁신’ 등 강한 변화의지를 표명했지만, 실제 국회에서 야당의 모습은 아직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준입니다. 견제와 균형이 법사위 권한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인지도 민심의 관점에서 다시 보아야 합니다. 혁신을 통해 약자를 대변하고, 시대변화를 선도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데 미래통합당의 경륜과 힘이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단독 원구성까지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만들어 놓은 국회의 지배구조는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는 견제와 균형의 질서입니다. 177석 1당에 주어진 것은 자연스런 협치를 끌어낼 수 있는 힘과 포용의 리더십이라 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여당이 전횡과 독선으로 일관한다면, 내년 재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이라는 국민의 선택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일하는 국회’, ‘신뢰받는 정치’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여당의 포용의 정치, 야당의 선도적인 협치를 기대합니다.
 

김자경 기자

스페셜 인터뷰와 자치단체장 인터뷰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질문하고, 인터뷰이의 숨결까지 전하는 생생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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