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LAB2050 대표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보수주의 타파해야”
“시대 전환기에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역할 필요해”
‘정부 곳간 지키기’고수 재정보수주의자와도 합의 필요해
범진보 내 논쟁 축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택1로 흐르기보다 함께 ‘재정보수주의’와 싸워야”

이원재 LAB2050대표가 지난 10일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 이원재 LAB2050대표가 지난 10일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기본소득에 따른 재정 고갈 우려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이원재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보수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기계화가 급진전하면서 일자리가 축소되는 ‘전환기’에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고, 가장 먼저 맞서 싸워야 할 것이 ‘재정 보수주의’”라고 강조했다.

<폴리뉴스>는 지난 10일 한국사회 기본소득과 관련해 가장 오랫동안 심도깊게 연구해온 이원재 LAB2050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본지 김능구 대표는 여의도 <폴리뉴스>에서 이원재 LAB2050 대표와 만나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논쟁을 중간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대표는 정부 ‘곳간’ 지키기를 필생의 과제로 생각하는 ‘재정 보수주의’적 관점에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는 “산업구조와 노동의 성격이 변화하는 전환기에는 정부가 그 부담을 흡수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충분히 재정여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정여력을 가지고서 바꿀 수 있고 것들이 있는데 ‘나라곳간을 털어서 쓰면 안 된다’는 재정 보수주의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정부의 ‘곳간’ 상황이 선진국에 비해서 충분하다는 점과 함께, 불평등에 대응해 재정을 풀고 있는 국제 사회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사실 주요 선진국들이 국채를 갚은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미국은 물론 스페인과 영국 등 주요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저금리 장기화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를 지급하는 초유의 상황도 현실이 됐다. “국가가 돈을 빌리고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는 재정에 대한 우려에 발목 잡히기보다, 전환기에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견실한 논쟁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는 최근 범 진보진영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논쟁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같이 가야 한다. 우선 재정보수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는 재정 보수주의론자들과의 합의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재정을 투입해서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하겠다”는 주장과 함께 대신 규제보다는 재정을 중심으로 국가가 나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현 국면에서 증세를 논할 상황은 아니“라고 분명히 하면서 LAB2050 연구 결과를 인용해 세출 구조조정을 통하면 증세 없이 월 3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다소 낮은 수준의 금액이라도 기본소득을 지급해, 현재의 사회안전망을 한층 더 튼튼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세가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재정보수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원조’ 주창론자로서 지금 한국 정치에서 기본소득이 주요 정책 논쟁으로 떠오른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대해서는 “이 지사의 다른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선 판단이 없지만, 기본소득 재원에 대한 입장이 과거엔 부동산 과세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반면, 지금은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해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부터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인 정책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 논의의 불을 당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과거 미국에서 민주당이 뉴딜정책으로 전환하며, 진보로 저변을 넓힌 것처럼 김종인 위원장도 ‘사회경제적으로는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면 정책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이 대표는 21대 국회에서는 시대전환을 비롯해, 정의당, 그리고 김종인 위원장이 있는한 미래통합당도 미래 비전에 대해 논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 “우리 사회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고민해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내공이 상당해 보인다. 기본소득을 통해 의제를 제시했던 것을 기본소득의 주창론자로서 어떻게 보나.

다른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해선 이재명 지사에 대해서 판단이 없다. 거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렇지만 기본소득제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할 때도 그렇고 페이스북에 쓰는 걸 보면 전문가처럼 이야기를 한다.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하자고 얘기하는 내용이 정책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 점은 정말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은 가지고 있다. 또 최근에 이 지사가 기본소득 재원에 대한 입장이 좀 바뀌었다. 과거엔 국토보유세를 걷어서 증세를 통해서, 기존 세제를 활용한 증세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걷어서 부동산 과세를 통해서 기본소득을 하자고 주장했었는데 최근에 바뀌었다. 일단 작은 액수부터 증세 없이 시작하고, 소득세 비과세 감면을 통해서 하자는 것. 우리가 연구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현실적으로 세금을 새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세를 논의하자는 것이니까. 현실적인 정책측면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복지 강화에는 찬성해도, 증세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세출을 통해 조정 가능한 부분은 제한적이지 않나.

올해 이 논의를 하고 있으므로 지금의 경제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10년 전이라면 물론 증세가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민간에서 세금을 가져오는 것이다. 지금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올해 기본소득을 논의하면서 증세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시기상 맞지 않다. 증세 없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저는 불평등이 상당하니까 증세를 장기적으로 해서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대표님께서 시대전환을 창당하면서 그러한 메시지를 던지셨다. 우선은 당과 거리를 두고 비영리활동을 다시 한다고 하시는데. 실제로 보니 어떤가. 한국 정치가 희망이 있어 보이나.

해결 과제가 굉장히 많다. 이런 비전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것이 선거여야 하는데 지난 선거는 전혀 그렇지 못했었다. 그런 논의는 실종이 됐고 양쪽으로 나뉘어서 편가르기를 잘 하는 쪽이 더 유리해졌다. 그래서 좀 실망도 컸다. 어쨌든 앞으로 다양한 정책 정당들이 나타나서 협치 구조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정치에도 점점 정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듯하다. 우리 정치에서 정책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아마 다음 2020년 대선에서 내년부터는 정책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86세대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고 ‘정책마인드’가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다만 이재명 지사같은 경우는 기존 86세대의 정치인들과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 본인의 내공이 중요해 보인다. 이 대표가 정치인, 선배세대들에게 정책 생산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지금 약간 겉핥기만 하고 있다고 보인다. 얕다. 어떻게 보나.

그런 논의가 제대로 선거판에선 이뤄지진 않는다. 그 전에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다. 정책에는. 예를 들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런 시도를 좀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책 중심으로 정치해보겠다. 대전환기엔 정책이 판을 뒤집는다. 뉴딜정책이 그렇다. 민주당이 노예제 옹호하던 정당에서 뉴딜정책으로 공화당이 링컨 이후 진보적 색채 이상으로 진보적 정책을 내놓은 민주당. 공화당이 기업을 대변하지만 기업의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를 대변한다. 뉴딜의 핵심은 노동조합 보호 강화, 사회보장제도 생겼고, 재정 투자도 많이 일어났다. 뉴딜연합이 이뤄지면서 확 뒤집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회를 장악하게 됐다. 하원을 장악하니까 정책은 진보적으로 나오면서 강대국이 된 것이다. 이 과정을 김종인 위원장이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서 시작한 것 같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이야기 못할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정책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바야흐로 시작될 수도 있다.

 

21대 국회가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한을 총선 승리로 벌었다.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를 문재인 정부 차원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에 있어서 대전환을 해야 하는 시기로 인식하면 된다. 남북관계도 절망스럽다. 한국의 미래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남북관계 변수를 제외하고 보면 기회가 있다고 본다. 전환기에는 항상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돈을 부담해야 하는데 한국은 재정여력이 있다. 이 재정여력을 가지고서 바꿀 수 있는 여력 있는데, ‘나라곳간 털어서 쓰면 안 된다’는 재정 보수주의를 가장 먼저 탈피해야 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다. 다만 타협은 가능할 것이다. 규제보다는 재정을 중심으로 가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 개인에게 투자해서 사회안전망 형성해서 생애 전환을 30‧40‧50대에 이뤄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 구조를 가지고서 차세대 산업을 얹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좀 안타까운 건 진보 내에서 ‘고용보험 VS 기본소득 구도’로 논쟁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같이 가자. 다만 재정 보수주의와 먼저 싸워서 같이 가보자라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지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잘 할 수 있을까.

해 나가야 한다. 당위고. 조언을 한다면 우리 사회의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토론을 통해 명확히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시대전환, 정의당 등 모두 대화가 가능하며 미래통합당도 김종인이 있는 한 대화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일자리 생산 중심으로 갈 것인가, 기본소득 중심으로 갈 것이가의 비전 갈래에 대해서 논쟁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비전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역할을 하면 좋겠다. 그렇기에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우리사회는 어떤 경로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국채를 갚아야 한다? 사실 선진국이 국채를 갚은 지 20년이 흘렀다. 미국은 물론 스페인·영국·프랑스도 마찬가지. 세상이 바뀌었다. 국채 금리 마이너스가 유럽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국가가 돈 빌리고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국채를 사면 수수료 내야 하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빚을 내고 안내고 계산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가 많은 나라여야 하나? 인공지능이 많이 일 하고 사람들은 공부하고 토론하는 나라여야하나? 어떤 방향과 비전으로 가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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