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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인터뷰

[편집국장이 만난 사람]오르간과 코로나의 시련 끝에서 만난 ‘희망’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 오자경 교수 인터뷰
롯데문화재단과 국내 최초 국제파이프오르간콩쿠르 준비에 '여념'
코로나19사태 불구 전세계17개국 70여명 신청 마감 ‘성과’
20일 저녁 ‘오자경의 바흐이야기’ 첫 무관객 네이버 중계

“국내 파이프오르간 음악계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처음으로 국제콩쿠르를 추진했는데 코로나19사태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17개국에서 68명이 참가 신청을 하고 한국이 3분의1에 이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 오자경 교수는 요즘 롯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오는 9월 본선이 예정된 제1회 국제파이프오르간콩쿠르의 준비위원장으로서 행사 추진에 여념이 없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행사 연기를 고려해야 할 만큼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한예종의 바흐 주간 프로그램인 연주회의 제10회 ‘오자경의 바흐이야기’도 예정대로 진행하며 오랜 시름에 빠진 대중들을 잠시나마 위로한다는 마음이다. 자신을 오르간의 세계로 이끈 ‘진지한 음악가’ 바흐가 퍼즐을 자주 음악의 주제로 활용했듯이 인간과 음악의 세계에 숨겨진 끊임 없는 질문에 도전하는 파이프오르가니스트 오자경 교수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대중에게 파이프오르간은 관심은 많지만 다소 접하기 어려운 음악 분야이다. 연주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우리 세대에는 지금과 달리 악기들이 그리 흔하지 않았으며 시국 상황으로 인해 대학도 매우 어수선했다. 음악도로서 바흐의 깊이 있는 음악에 매료됐는데 파이프오르간은 인간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는 울림이 큰 악기라는 점이 좋았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틈틈이 채문경 선생님께 오르간을 배우며 3학년 때 교회에서 첫 오르간 독주회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전세계 음악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상당하다. 이와 비교해 국내 파이프오르간 연주계의 수준과 전망은?                                                                                                    조성진을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음악가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피아노는 매우 대중적인데 비해 파이프오르간은 서울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공공 공연장에는 설치된 곳이 없다. 또 외국은 전통적으로 교회가 문화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외부에 별로 개방되지 않는다. 이에 더해 파이프오르간 연주계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낮고 연주자도 적어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다. 결국 이를 타개할 길은 양보다는 질에 있다. 국내에서 파이프오르간 음악 연주 역사는 40여년에 불과하지만 기량이 좋은 연주자들이 많아 중국 등에 비해서도 수준이 높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오르간, 쳄발로과 출신 연주자들은 국제콩쿠르에서 바흐특별상(2006년 오스트리아 1위), 모차르트특별상(2007년 스위스 2위)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한해도 빠짐 없이 모두 32회의 입상 실적을 내왔다.

그동안 뛰어난 제자들을 많이 육성하셨는데 교수로서 국내외에서 수준 높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들며, 평소 가르침에서 중심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악기의 중요성을 늘 절감한다. 한예종에 유럽 고유 바로크 방식의 고아트(GOArt) 오르간이 설치된 2006년은 한국의 음악사에서 중요한 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오르간은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고아트 연구소가 발견한 바로크시대 명장 아르프 슈니트거의 제작방식을 복원해 바흐 시대의 소리를 재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작품이다. 한예종의 오르간 설치 이후 학생들이 유럽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제콩쿠르 입상자가 급증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악기 자체가 가르치는 효과가 더 큰, 최고의 스승이라고 얘기한다. 또 이 점으로 인해 학생들이 국립학교에서 국가와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늘 감사하고 엘리트 예술가로서 사회에 기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제자들이 기량이 날로 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처럼 뿌듯하다. 그리고 국내의 연주 여건으로 인한 아쉬움과 함께 이를 잘 극복해 더 큰 예술가로서 뻗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 이사장을 맡고 계신데 협회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1984년 설립된 협회에서 16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창립 초기에는 국가적 경제 호황으로 전자오르간업계의 지원은 물론 교회의 연주 행사도 많았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 기존 지방 신학대의 파이프오르간학과가 거의 모두 폐과했다. 그래서 교수직과 학생 모집도 모두 감소하고 있다. 그 여파로 인해 협회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국제콩쿠르는 바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고심 끝에 기획됐다.

9월에 개최되는 첫 세계콩쿠르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코로나로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해 지난 5월 마감된 참가 신청 접수 결과를 비롯해 대회 준비에 어려움은 없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악재였던 만큼 온갖 난제들에 부딪혔다. 오르간 연주계와 협회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여러 분들과 함께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첫 세계콩쿠르 개최라는 도전에 뛰어들었는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라는 더 큰 시련이 닥쳐왔다. 하지만 우려했던 신청 마감 결과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진리임을 깨닫게 해줬다. 독일,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모두 68명이 지원한 것은 물론 국내 지원자가 3분의 1이나 됐다. 이 정도의 결과는 첫 국제콩쿠르로서는 국내 콩쿠르도 거두기 어려운 매우 큰 성과이다. 만일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훨씬 더 많은 참가자들이 신청했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 했던 콩쿠르 개최의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서 한국 오르간과 클래식 음악계가 세계에서 이뤄낸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아직 안정 단계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콩쿠르 강행을 무조건 고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입국 후 2주간 격리돼야 하는 참가자들과 함께 각종 일정으로 바쁜 해외 심사위원들의 불편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 콩쿠르를 공동개최하는 롯데문화재단 측과 함께 지금 대회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프오르간을 비롯한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정부 정책을 포함해 개선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과 K팝이 상징하는 대중음악으로 인해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아시아 권역에서 중국, 일본과 우리 문화예술 정책을 비교해보면 아직도 많은 과제가 있다. 이들 양국은 구미 선진국과 비교해 경제력보다 문화적 역량에서 자국의 우월성을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문화예술인들의 해외 공연이 열리면 미리 현지 대사관이 나서서 관객을 모으고 언론 홍보나 섭외에 까지 참여해 지원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인식도, 지원도 부족하다. 문화예술 분야는 자생력이 없어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분야로 이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정치를 비롯한 힘과 지원이 필요하다. 대중음악은 그 주위에 형성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지원이 없어도 자생이 가능하다. 하지만 클래식은 다르다. 음악인들 사이에서 “0이 두 개가 더 붙는다”라는 말이 있다. 클래식 공연에 500명이 모이면 대중음악에는 50,000명이 모인다는 뜻인데 우리 문화예술계의 현실이 요약돼 있다.

문화예술 기반이 열악한 지방도시들에 파이프오르간 설치 사업이 적은 예산으로 큰 문화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오르간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국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에는 모두 200여대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는데 반해 일본은 2천여대로 10배가 넘는다. 오르간 역사가 200여년인 일본에는 교회가 적지만 시민회관 등 공공 공연장에 설치가 많이 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예산과 운영 역량 등 여러 면에서 150여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교향악단 설치에 어려움이 많다면 파이프오르간 1대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파이프오르간은 교회에서 악단을 대체해온 악기이기도 하다.

20일 바흐 시리즈로 오르간연주회를 진행하는데 바흐 시리즈와 이번 연주회를 소개하면.                                                     올해 제12회 한예종 바흐 주간을 맞아 20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제10회 ‘오자경의 바흐이야기’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학교의 지원 아래 처음으로 관객 없이 네이버에 생중계된다. 진행은 바흐와 그 음악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한 다음 연주를 하는 방식인데 바흐 음악은 특히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바흐는 음악에 수수께끼 같은 퍼즐을 자주 활용했다. ‘음악의 헌정’이라는 컬렉션 중에는 ‘캐논’의 제목으로 ‘찾으라, 찾을 것이오’라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문제는 던지고 답을 주지 않는 까다로운 스승이요, 진지한 음악의 대표자이면서도 유머를 겸비한 작곡가였는데도 그러한 면모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연주회의 전반은 다소 어려운 곡이 많은 반면 후반은 하프시코드와 곽연희 선생님의 오보에 협연 등 다양한 악기로 진행할 예정이다.

임재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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