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든 노동자 원청사가 가입해야”
원청사 “책임 없다, 하도급사에 공사비 주면 끝”
노동계 “상호 협의돼야, 공공사업부터 적용”

하도급사 소속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4대보험 가입 의무가 소속 회사에 있는 게 관행이었으나, 가입 의무가 '원청사'에 있다는 게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 하도급사 소속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4대보험 가입 의무가 소속 회사에 있는 게 관행이었으나, 가입 의무가 '원청사'에 있다는 게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최정호 기자]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4대보험 가입 의무’를 원청사가 하도급사에게 전가하고 있음이 최근 드러났다. 관련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 못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 같은 관행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도급사가 일용직 건설 노동자 채용 과정에서 4대보험 미가입으로 노조에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현장에선 일용직 건설 노동자의 4대보험 가입 의무가 하도급사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현행법상 일용직 건설 노동자가 8일 이상 근무했을 때 4대보험 가입 의무는 ‘원청사’에게 있다. 

4대보험 가입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사(원청사)들은 사실상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하도급사 소속 노동자라도 원청사가 가입해 줘야 한다”면서 “시스템 상 가입이 어려울 경우 하도급사와 계약 시 건설노동자 4대보험 가입 의무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도 “하도급사 소속 건설 노동자는 원청사에서 4대보험을 가입해줘야 한다”고 했다. 

<폴리뉴스> 취재결과 실제로 원청사들이 법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원청사(건설사)에서 직접 고용한 인력은 4대보험에 가입한다”며 “하도급사에서 고용한 건설노동자에 대해선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원청사가 공사비를 산정하고 하도급사가 공사 계약하면 끝”이라면서 “하도급사가 고용한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의 4대보험 가입은 도급 받은 공사비 안에서 그들이 해결할 몫”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C사 관계자는 “원청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4대보험 가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작업 능력이 뛰어난 노동자들은 원청사가 직접고용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에 대해선 4대보험 가입해 당사 다른 현장에서도 일하게 한다”면서 “하도급사에서 고용하는 노동자의 보험 가입은 원청사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을 옮기는 경우가 빈번해 4대보험 가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상시 근로의 경우 한번만 가입하면 되지만,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4대보험 가입과 해지를 반복해야 한다. 

원청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작업 단위로 하도급사와 계약하지만, 하도급사 입장에선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의 4대보험료까지 납부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부와 건설사 간 현실적인 협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원청사 4대보험 가입을 공공사업 부문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4대보험 가입은 노사 간 끝없는 논란이었다. 지난 2018년이 돼서야 4대보험 적용 기준이 20일 근로에서 8일 근무로 바뀐 게 전부다. 노동계에서는 이 법규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설 현장을 파악하지 않고 제도만 바꿨다”면서 “제도가 현장과 괴리돼 기업들이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데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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