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文 조화,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
진중권 “성범죄자에게 어찌 대통령 직함 조화 보내나”
국회페미 “조화 비용, 정치인들 개인비용으로 해야”
전우용 등 친문, 정의당 비판 “각박이 진보는 아냐”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모친상을 당해 형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임시석방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함이 적힌 조화를 보낸 것을 두고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어떻게 대통령이 공직을 걸고 조화를 보내느냐”며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단체, 여성단체들의 비판이 거세다. 또 연일 여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는 진중권 전 교수도 가세하고 이를 친문 지지자들이 재차 비판하면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차기 대권주자인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일어난 성폭력 사건”이라며 “문제는 빈소에 대통령이 공직을 걸어 조화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분명 알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권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가세했다. 진 전 교수는 6일 그의 sns에서 “대통령의 철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같은 패밀리라도,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직함을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가. 굳이 보내야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빼고 보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대통령 자신이 이게 왜 문제인지 아예 이해를 못하신 것 같다”며 “결국 철학의 문제다. 공화국은 ‘공적 업무’라는 뜻인데 공화국의 통치가 친노친문패밀리를 챙기는 ‘사적 업무’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은 제 식구가 아니라 국민을 챙겨야 한다.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지은씨”라며 “철학이 없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최소한 개념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조화, 과연 대통령이 보냈나? 혹은 참모들이 별 생각없이 벌인 일일까. 전자라면 믿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7일 문 대통령의 처신을 재차 비판하는 글을 업로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두고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라며 굳건한 남성연대를 표한 격”이라고 꼬집으며 “코로나로 경제가 어렵다 보니 대통령 이하 여당 정치인들이 단체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수출했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국회페미’라는 단체의 성명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단체에서도 이들을 따라 줄줄이 성명을 내야 할 상황인 듯. 그런데 과연 성명이 나올까? 그런 당연한 확신조차 갖기 힘든 시대”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한편, 진 전 교수가 언급한 여성단체인 ‘국회페미’는 6일 성명을 내고 문 대통령이 안 전 지사에게 조화를 보낸 것을 비판했다. 국회페미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상습 성폭행해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안희정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의 이름으로,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며 “조화와 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의 혈세나 후원금으로 치러졌을 것이기에, 이제라도 안희정씨 모친상에 국민의 세금이나 후원금으로 조화나 조기를 보낸 정치인들에게 이를 개인비용으로 전환해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국회페미’의 해당 성명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45회나 공유됐다.

이와 같은 정의당과 여성계의 비판에 친문 지지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문의 대표 담론가 중 하나인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6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과거 미래통합당마저도 ”뇌물 받고 자살한 사람 빈소에 대통령 직함을 쓴 화환을 보냈다“고 비난하진 않았다”며 “정의당은 죄가 아무리 미워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나요? 인간이 각박해지는게 진보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친문 성향의 누리꾼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의당의 비판 성명을 두고 “가치가 ‘사람’보다 ‘여자’에 우선하다보니 정신을 못 차린다”, “모친상에 그런 논평 할 수 있는 그들의 인정머리가 놀라울 뿐”, “인권운동 참칭하는 당이 연좌제를 지지하는 모양”, “정의당은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한편 안희정 전 충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위계를 통해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지난해 9월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그는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며 귀휴 기한은 오는 9일 오후 5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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