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화’ 이전 현산 정몽규 회장 "신주를 2조원 이상 증자하면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간다“ 언급
2조 지원해 아시아나 재무구조 개선하면 ... ‘이자비용 축소’하면 이익 회수 가능 판단
협상 이후 코로나로 부채 비율 ‘급증’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통한 이자비용 낮추는 계획’ 불투명
이익 회수커녕 ‘아시아나 인수 가능’ 이유로 회사채 조달도 어려워진 현산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사진=연합뉴스> 
▲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아시아나 항공(이하 '아시아나') 매각 협상을 두고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의 ‘시간 끌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산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되면 막대한 인수대금을 지불하는 것 외에도, 아시아나 존속을 위한 추가 지원까지 공급해야 해 현산의 재무구조에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이미 채권 시장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리스크’로 인식하면서, 인수를 위한 추가대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현산은 아시아나 인수를 재점검 중이라고 공식화한 상태다. 현산은 아시아나 인수를 재점검하는 이유를 “선행조건 미충족” 등으로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아시아나의 실적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아시아나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이자비용'을 줄여 '순이익'을 늘린다는 사전의 '플랜'이 불투명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확산되기 이전, 현산은 아시아나에 신규 자금 2조여 원을 투입해 부채가 과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이자 부담을 줄여 영업이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행했다.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3분기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659.5%에 근거해서 "신주를 2조원 이상 증자하면 아시아나 항공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간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아시아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660%대의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를 안고 있었다. 아시아나의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한일갈등 등으로 일본 여객 수요가 급감한 시기인 2019년 이전인 2018년과 2017년 영업이익은 각각 2800억, 2700억을 기록했다. 다만 이자 비용 지급 등으로 2017년 1470억여 원, 2018년 1813억여 원을 지급했다. 영업이익 절반에 육박하는 과다한 이자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아시아나의 수익성 증진에 '발목'을 잡아온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금호 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 등으로 금호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여파다.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 비용'이 높아진 영향이다.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현산은 아시아나의 ‘나쁜 재무구조’를 개선해 ‘높은 이자비용’을 내게 하는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면 이자 조달 비용을 줄여 이익을 회수 가능하다고 봤다. 현산은 아시아나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CB) 형태의 영구채(5000억원)와 채권단에 빌린 3000억원을 차환할 예정이었다. 이 외에도 고금리 차입금 상환 등에 자금을 투입해 부채 비율을 낮춘다는 방침이었다. 또 항공 물류가 필요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의 지원과 함께, 대한항공에 비해 부실했던 리조트나 호텔, 레저, 면세점 등 항공운송업의 부대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현산 계열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터져 아시아나의 영업이 중단되다시피하면서, 현산이 사전에 '계산’했던 매입의 전제가 무너졌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아시아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 6279.8%로 치솟은 것이다. 현산은 재협상을 언급하면서 “계약 체결 후 불과 5개월 사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무려 4조 5000억원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작년 6월 말 대비 1만 6126% 급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또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도 작년 6월 말보다 1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당기순손실도 8000억원 이상 확대된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아시아나가 '갚아야 할' 채무는 급격히 불어났다. ‘코로나 이전’ 현산은 아시아나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 채권단에 빌린 3000억을 줄인다는 계획이었지만, 되레 채권단에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 것이다. 2분기 아시아나항공이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 7000억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지난 달 채권단은 3000억원 아시아나 영구 전환사채(CB)를 매입했다. 아시아나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항공기리스, ABS(유동화증권), 회사채 등에서 조기회수 트리거가 발동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해당 사채의 이자는 7.2%로 고금리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회사채 시장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자체를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 3사는 현산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등재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부담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급 감시의 주요 이유로 “현대산업개발은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중이지만,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가 확정될 시 인수 대금 지불 및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에 따라서 회사의 재무적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인수시 현산의 부채가 증가해 재무 여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를 발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을 추가적으로 조달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1조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앞서 인수를 위해서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3207억 외에, 추가적으로 1조 3000억원을 마련해야 아시아나 인수를 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6일 현산이 총 3000억 규모의 회사채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를 예측했지만, 110억 원만이 신청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현산은 회사채 조달 자금 중 1400억 원을 회사채 차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아시아나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한편  지난 1분기 기준 현산의 현금성 자산은 총 6612억여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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