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미정상회담 무익하다고 생각, 북미 수뇌의 판단에 따라 돌연 열릴 수도”
하노이 ‘영변핵시설’ 협상 두고 “위험 무릅쓰고 일대 모험, 하노이 흥정은 다시 못해”
“美 독립절 DVD 개인적으로 꼭 얻고 싶다, 김정은에게 허락 받아” 대화의 끈 가져가
“트럼프,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김정은 메시지도 전해

김여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 김여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0일 미국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메시지에 자신은 ‘불필요하고 무익하다’고 판단한다고 못 박으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진행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김 제1부부장은 ‘나’의 생각이며 판단이란 전제를 깔고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밝히면서도 최종적인 결단은 김정은 위원장 몫으로 남겨뒀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끈을 완전히 끊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 조건에 대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 협상의 연장 국면이 아니라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라고 했다. 즉 ‘영변 핵시설 폐쇄’와 ‘제제 해제’를 맞바꾸는 협상이 아니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북미관계 정상화’가 최우선 협상의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미국의 독립절 기념행사를 봤다면서 미국에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얻고 싶다고 요청했고 이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허락 받았다고 해 자신의 이번 담화에 따른 미국의 ‘응답’을 우회적으로 요구해 북미 대화의 통로를 남겨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성과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미국의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이어 “조미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며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담보되는 안전한 시간을 벌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거두어들일 그 어떤 성과도 없으며 기대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이 북미정상회담을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나는 조미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립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며 그 이유 3가지를 나열했다.

이에 대해 “그것이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했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는 것이며 둘째,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아야 또다시 우리의 시간이나 떼우게 될 뿐”이라며 “셋째, 쓰레기 같은 존 볼튼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영변핵시설’ 협상에 대해 “위험 무릅쓰고 일대 모험한 것, 다시 흥정 못해”

김 제1부부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시간을 버는 목적일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했던 협상조건으로 타결을 시도하려는 것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영변 핵시설 폐쇄와 경제제재 해제를 두고 벌였던 하노이 협상에 대해 “우리의 핵 중추를 우선적으로 마비시켜놓고 우리의 전망적인 핵계획을 혼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때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재 사슬을 끊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도모해보자고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우리는 제재해제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의제에서 완전 줴던져 버렸다”며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재를 가해온다고 우리가 못 사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미국에 끌려 다니겠는가”라고 새로운 계산법을 얘기했다.

이어 “지금에 와서 하노이의 회담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해제와 우리 핵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핵시설의 영구적 페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며 강조했다.

또 김 제1부부장은 대미정책과 관련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며 “수뇌들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미국 주류사회의 ‘북한 악마화’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제제 행정명령 연장과 인권문제 제기,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언급하고 “이것만 보아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결코 철회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며 “현 집권자와의 친분관계보다도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비핵화와 관련 “미국은 우리의 핵을 빼앗는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리의 핵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로 머리를 굴려 보는 것이 더 쉽고 유익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타방의 많은 변화라고 할 때 제재해제를 염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자고 한다”며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북미관계 정상화, 북한 체제안전보장과 연결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美 독립절 DVD 개인적으로 꼭 얻고 싶다, 김정은에게 허락 받아”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김 제1부부장은 ‘나’의 생각이며 판단이란 전제를 깔고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3차 북미정상회담을 ‘불필요하고 무익하다’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의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 협상의 연장 국면이 아니라 지금 국면은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를 두고 북미가 힘을 겨룰 때라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미국에게 독립절 DVD를 요청했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안부도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