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장혜영, 故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
심상정 “유족·시민 추모 감정에 상처드렸다면 사과”
진중권 “민주당 2중대 오류 반복...진보에도 세대교체 필요” 쓴소리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후 당내에서는 ‘탈당 사태’가 벌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4일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들의 추모의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심 대표가 사과한 것이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내용을 밝힌 만큼, 정의당이 피해자 중심의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과 이어 “이제 진실과 연대의 시간”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후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자에 대한 굳건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은 애도의 시간 동안 고인의 공적을 반추하며 저를 포함한 당내 전현직 의원이 조문을 하고 명복을 빌었다”며 “동시에 피해호소인에게 고통이 가중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장례기간에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과 피해호소인에 대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심 대표는 “사회적인 논란이 큰 만큼 우리 당 내부에 논란도 크다”며 “정의당이 늘 사회 변화에 앞장서왔던 만큼 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 성장 과정에서 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 대표는 박 시장에게 4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호소인의 전날 기자회견과 관련,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이 당사자의 절규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우리 사회가 응답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 진실과 연대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서울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 비난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명확히 공개하고 2차 피해에 대한 고소 건에 대해서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각 정당들에게도 “성폭력, 성희롱 2차 피해 방지법’ 제정을 시급히 촉구한다”며 “별도의 법 제정을 통해 2차 피해를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정의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류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의 명복을 빌면서도 피해자가 외롭지 않아야 한다며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정의당 내부에서는 탈당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 사망 이후 대거 입당한 친(親) 더불어민주당 성향 당원들이 이탈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두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SNS에 ‘#탈당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정의당에 힘을 실어줄 때’라며 탈당 거부 운동을 펼쳤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탈당 사태와 관련,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희가 볼 때는 그렇게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탈당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있다”며 “다른 측면에서는 고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질서있는 토론과 서로 인식을 맞춰가는 진통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2중대 한계” 비판
심 대표의 사과 발언에 논란이 일자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심 대표는 조문거부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두 의원의 연대의사 메시지가 유족과 시민들의 추모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드린다는 메시지”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심 대표의 사과를 겨냥해 “민주당 2중대 하다가 팽당했을 때 이미 정치적 판단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 일이 있은지 얼마나 됐다고 똑같은 오류를 반복한다”며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저 말 한마디로써 피해자가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투항, 아니 적극 가담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분노한다”며 “심상정마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규정하며 내쳤으니, 우리라도 그 옆에 서 있어 주자”고 썼다.
당원게시판에서는 “당의 입장과 색을 분명히 할 기회인데, 연대발언한 두 의원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신 사과를 한 것은 얻는 것 하나 없이 잃기만 하는 것”이라는 지적 글이 올라왔다.
심 대표의 페이스북 댓글에서도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누리꾼은 “피해자와 연대한다고 한 말을 사과하면서 이제는 피해자와 연대할 때라고 말하는 게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느냐”며 “혁신위원장을 대신해 대표가 사과하는 것의 의미를 아셨으면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른 누리꾼은 심 대표의 발언을 향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자 하는 당의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며 “당이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 찬물 끼얹는 언행은 삼가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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