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장교의 헌신으로 대한민국 남겨줬다”
한미연합사령관 “철통같은 동맹의 창시자”
민주당 입장 안 내...정의당 “독립군 토벌인사 현충원 안장 유감”
광복회장, 트럼프에 서한 “백선엽, 동양판 나치전범”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 <사진=연합뉴스>
▲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영결식이 15일 엄수된 가운데, 그의 현충원 안장을 놓고 찬반 양론이 거세게 대립했다.

백 장군은 지난 10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국군 역사상 최초의 4성 장군으로, 6.25 전쟁 당시 주요 전투를 지휘하고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전쟁 영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일제시대 당시 ‘독립군 토벌대’인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이력 등으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백 장군은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 안장됐다. 안장식 당일인 이날에도 대전현충원 앞에서는 찬반 단체가 대치하기도 했다. 

15일 고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 15일 고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권과 국방부, 미국 국무부 및 주한미군 등은 고인의 전쟁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며 애도했다.

통합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어느 누구든 대한민국의 역사인 장군의 공(功)을 폄훼하고 오명을 씌우려고 해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울 순 없는 법”이라며 “병사들을 뒤로 물리고 포연 가득한 전장에 먼저 뛰어든 장교의 헌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남겨주셨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백 장군을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해 유감”이라며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백 장군을 조문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장의위원장인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백 장군을 “대한민국 창군의 주역이셨고, 육군의 처음을 여셨다. 장군님이 만든 부대를 이끌고 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주셨다”며 “장군님은 영웅이셨다. 백척간두 누란지위 속에서 대한민국 육군을 기사회생 시키셨고,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지켜내셨다”고 추모했다. 

또 “장군님은 어느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오직 나라를 위한 헌신 그 자체”라며 “대한민국 육군의 상징이셨고 한미동맹의 상징이셨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백 장군을 “철통같은 동맹의 창시자 중 한 분”이라며 “백 장군은 한국전쟁 지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암울한 순간에서 유엔군 전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끌었다”고 평했다. 

미 국무부 또한 14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한국전쟁에서 조국에 대한 그의 봉사는 한미 양국이 오늘날도 유지하는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한 싸움의 상징이었다”며 “백 장군은 외교관과 정치인 업무에서도 위대한 탁월함으로 조국에 봉사했고 한미동맹 구축을 도왔다”고 추모했다.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취소를 주장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취소를 주장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광복회 “전범국가 일본에 빌붙어 수많은 독립군 학살”

그러나 진보 성향 정당들과 독립유공자단체 등은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면서 현충원 안장을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백 장군의 사망에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영결식에 통합당 지도부가 다수 참가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과 국방위 간사 황희 의원만이 자리했다.

앞서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묘지를 국립묘지에서 파묘(破墓)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반민족행위자와 서훈취소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게 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도 지난 11일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 결정에 “한국전쟁 당시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백선엽 씨는 알다시피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이 조선독립군 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세운 간도특설대에 소속되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며 “이러한 사실이 이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규명된 바가 있으나, 백선엽씨는 이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또한 자신의 자서전과 회고록 등에서 간도특설대 복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1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백 장군과 관련, “백선엽은 일제 시 전범국가 일본에 빌붙어 수많은 독립군과 조선민중을 학살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백 장군을 칭송한 것에 대해 “일본에게 조선을 팔아먹은 이완용의 죽음에 대하여, ‘동양일류 정치가로 흠모할 바 많고 국가의 일대 손실’이라고 칭송했던 일제 한국강점 시기 사이토 마코토 조선 총독의 애도를 연상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반하고 독립군을 학살한 동양판 나치전범을 외국군 사령관이 비호하는 것은 한국국민을 무시하고 전범에게 학살된 독립군을 모욕하는 방자한 행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소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을 진행하는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 13일 MBN ‘뉴스와이드’에 패널로 나와 백 장군에 대해 “저 분이 6.25 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쏴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느냐”며 “현실적으로 친일파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대전현충원에도 묻히면 안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노 변호사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그는 15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오프닝에서 “(TV) 화면상 백 장군이 동포들을 향해 총을 겨눈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비판은 어쩔 수 없이 받겠다, 이런 내용의 글이 화면상 게시가 된 상황에서 생방송 도중 발언이 섞이면서 본의 아니게 잘못된 발언이 보도됐다”고 해명하면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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