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못 미치는 의사 수...‘서울 집중’도 심각
코로나19 계기로 논의 탄력
지역의사제 도입...역학조사관·의과학자 등 특수분야 양성
의협 ‘반대’ VS 병협 ‘찬성’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당정이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간 4000명 증원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대한병원협회는 환영 입장을 내놓는 등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고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당정의 이번 결정은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코로나19로 드러난 공공의료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4명으로, OECD 평균 3.48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도 7.6명으로, 평균 13.1명에 비해 부족하다. 

또한 인력 대부분이 서울에 쏠려있어 지역 공공의료의 공백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 3.12명이지만 ▲강원 1.76명 ▲제주 1.75명 ▲전남 1.68 ▲경남 1.65명 ▲경기 1.59명 ▲충남 1.50명 ▲경북 1.38명 ▲세종 0.87명 등으로 차이가 컸다. 

올해 초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증했을 때 지역 병상 및 의료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공의대 설립 논의는 탄력을 받았다. 

 

지역의사제 도입...10년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폐교’ 서남대 의대 정원 유지...공공의료대학으로

당정은 현 의대 정원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 증원하고, 10년간 한시적으로 3458명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분야에 종사할 지역의사 300명 ▲역학조사관, 중증 외상 등 특수 전문분야 50명 ▲바이오메디컬 분야 견인을 위한 의과학 분야 30명 등이 증원 대상이다. 

특히 당정은 지역 내 의사 인력 부족 및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의사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2022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에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도입하고, 입학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들은 면허 취득 후 대학 소재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 복무 해야 한다. 

의무 복무 10년에 군복무는 제외되고, 전공의 수련은 포함된다. 의무복무 미이행시에는 장학금 환수 및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패널티가 주어진다.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는 새로운 선발 전형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 재학생 중 해당 분야 인력 양성을 조건으로 대학에 정원을 배정한다. 정원 배정 3년 후부터 계획 이행의 적정성, 대학 양성 실적을 평가하고, 실적이 미흡한 경우 정원을 회수한다. 

특수 전문 분야는 민간에서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분야의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2022학년도 특수 전문 분야는 역학조사관과 중증 외과를 우선으로 시작한다.

또 의대가 없는 지역은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의대 정원 증원과 상관없이 지자체 및 해당 대학의 의지와 실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공공의대는 역학조사관, 감염내과 등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분야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일종의 ‘의무사관학교’ 형태로 추진된다. 당정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49인)을 유지해 국립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역의사가 해당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시행된다. 지역 우수 병원을 지정·육성해 지역 간 의료서비스 질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수가 가산·특수분야 인건비 지원 등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일방적 정책 반대, 총파업 불사”
병협 “내년부터 1500명 증원해도 부족...증원 발표 다행·환영”

의협은 당정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및 여당은 의사 인력 증원 관련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할 시 대의원 총회 의결을 통해 8월 14일이나 18일 중 전국 의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당정 협의 내용이 “왜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가 무너졌고, 이를 되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이 전혀 없는 정치적 표퓰리즘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혹평하면서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감염병 등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는 단순히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며, 현재 우리가 가진 보건의료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병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정협의 내용에 “이제라도 의사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의료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병협은 “환자의 안전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며, 병원은 필수 의료인력인 의사 및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환자 안전이 더 이상 위협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의료수요 변화 및 의사 공급을 추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중간 결과를 근거로 “당장 내년부터 1,500명의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시켜도 의사인력 수급 부족이 발생한다”며 “이같은 연구결과를 볼 때 정부의 400명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료현장에서의 의사 및 전문의 수급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에는 충분하지는 않다”고 더 큰 규모의 증원 필요성을 설명했다. 

 

민주당, 통합당 협조 당부
정의당, “공공보건 강화 방향성 부합” 환영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법안이 다시 발의돼 국회 보건복지위에 묶여있는데, 미래통합당이 법안 통과에 전향적으로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위 모두발언에서 반대 의견에 대해 “강남 성형외과 수준의 소득을 모든 의사들에게 보장해줄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공공의료, 필수분야,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국가가 나서서 양성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동네의 개원 의사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병원과 의사가 있어도 수술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지역병원을 강화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들을 모든 국민들에게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역학조사관을 늘리고 감염병 전문 의사를 늘리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당도 김종철 선임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그간 정의당이 강조해왔던 공공보건의료 강화 방향성에 부합하는 것”이라면서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 선임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한시적이어서는 안된다며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 전반적인 확충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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