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아닌 직권조사 요청 형식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서울시의 성추행 묵인·방조, 고소 사실 유출 등 의혹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8곳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어떤 편견이나 망설임 없이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드러내 달라”고 촉구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우리는 지난 20여일 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력의 실상을 참담하게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용기 있는 말하기 이후 행해졌던 2차 피해는 인권과 정의를 말하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성폭력에 대해 편견에 가득 찬 행위들을 하고 있음을 처절히 느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고 공동대표는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피해자의 인권 회복 첫걸음이자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순간임을 말하고 있다”며 “인권위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본질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에 피해자가 진정하는 방식이 있고, 피해자 진정 요구와 무관하게 인권위에서 성차별·인권 침해 문제가 있을 때에는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며 “저희는 직권조사에 대해 요청하는 바이고, 직권조사 요청 안에는 피해자가 진정을 통해 상담받으려고 했던 사실관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진정의 형식이 아니라 직권조사 요청 형식을 취한 이유에 대해 “직권조사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와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직권조사 요청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요청서에서 ▲서울시 및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비서를 채용하는 기준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할 것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성추행, 성적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등을 요구했다.
또 ▲피해자의 고소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에 대한 조사 및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상부기관 즉시보고 개선 ▲서울시 및 관계자들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호소 묵살 등에 대한 사실조사 및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 ▲선출직 공무원의 성폭력에 대한 징계 등 제도 마련 등도 촉구했다.
이날 공동행동에 참여한 여성단체 활동가와 일반 시민 등 150여명은 기자회견에 앞서 여성의 존엄을 상징하는 보라색 우산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인권위 앞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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