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한 평화프로세스가 난항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또한 높아진 국가 위상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미중간 대치와 갈등은 우리 안보와 경제 모두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폴리뉴스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을 통해 우리 외교안보의 현 주소와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3일 국립외교원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렵기는 하지만 “실천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2017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하노이 회담의 불발에 대해 “미국이 굉장히 경솔했다, 영변 제안을 차버리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기본적으로 미국은 포괄적 해법을 견지하고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고집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실천’이란 우리의 제안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고싶어 하는 게 보인다”면서 양국이 선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안하는 쪽에 무게감이 있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표현처럼 두 정상이 결정하면 만나는 것”이고,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와 ‘적대시 정책 포기’와 같은 “실천 보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교환하는 방법이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남북과 북미의 문제는 “전쟁의 위기가 있었던 2017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첫번째 목표”이고 “2018년을 재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현 상태를 기준으로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지 않는, 적어도 “관리하는 수준에서의 평화공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을 받고 동북아 정치와 한미관계 등을 연구해온 국제정치학자이며, 한동대 교수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지난해 8월부터 국립외교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볼턴 회고록이 나왔다. 그걸 보는 우리 국민들은 착잡하다. 그렇게 열광했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실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가 팩트인가?

세부적 내용에 앞서 일단 굉장히 잘못된 회고록이다. 이게 어떤 해악을 끼칠 수 있느냐면, 국제정치의 외교 협상에서 관객 비용(cost of audience)이란 말이 있다. 외교 협상에 대한 국내적 비용을 얘기한다. 국내 정치가 외교나 국제정치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이 사람들이 임기가 있고 지지도가 중요하니까. 그 영향이 너무 강하게 작동하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거나 비밀회담이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뭘 받아내기 위해서 양보를 하면 밖에서 이거 양보했다고 발설을 해버리니까 협상 자체를 어렵게 하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도 약간 그런 경향이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하고 만나고 나와서 얘기를 해 버린다든지. 근데 볼턴이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한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을 그 오랜 기간 하노이까지 준비해가지고, 치밀한 협상 순서와 시나리오를 짜서 셋업된 게 아니라, 그 자리의 기분이나 순간적 설득에 넘어가버리는 게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리더십이란 면에서 보여줘선 안 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김정은 탓을 했지만, 나중에 내용을 보니 사실은 미국이 사전에 준비했던 걸 그냥 모두 무시했다는 거 아닌가.

누구든 협상에 가면 제일 센 걸 처음에 내놓는다. 그런 다음 설득을 해서 적게 주고 많이 받는 게 협상이다. 영변 문제는 합의가 안 된 채로 빈 칸으로 간 건 맞다. 그런데 이 영변과 교환될 것을 협상하다가 무산된 게 아니라, 딱 듣고는 차버린 거다. 미국이 굉장히 경솔했다. ‘너는 포기하는 게 맞는데 무슨 협상을 해’ 하는 식인데, 이건 근본적으로 시각이 잘못된 거다. 북한이 그렇게 나왔으면 협상을 해서 낮추고 적게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아침에 듣고 차버린 거다. 지금 북한은 계속 핵물질 생산한다. 적어도 영변에서 핵 생산을 중단한다는 약속이라도 했으면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뭘 더 얻어내고, 제재는 좀 줄이고 했다면 되었는데, 사실 두고두고 아쉽다. 부족하더라도 영변을 일단 받고, 그 다음 더 협상을 했어야 되는데. 영변을 차고 나니까 아무 것도 안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핵 해결방안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북핵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

미국은 포괄적 접근이다. 북한이 전부를 포기하면 주겠다. 가장 극단적인 포괄론이 리비아 모델이다. 북한이 시간도 끌고 과정을 잘라서 길게 가져가고 많이 얻어내려고 한다는 게 미국의 불신이다. 이걸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북한 입장에서는 리비아도 봤고, 일단 적대시 정책이 없어졌다는 보증이라도, 북미수교라든지 평화협정까지는 요구하지 않겠지만, 중간 단계의 뭐라도 보여줘야 믿고 뭐라도 포기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이래서 북한은 단계론이다. 그래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실천’이 우리 안이다. 정의용 실장이 얘기했던 게 ‘실제는 2~3개로 자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비핵화라는 마지막 단계는 합의하고, 2~3개 단계는 필수적인데 영변이 그 중에 하나다. 북한이 당신을 못 믿는데 한 단계로 진행할 수가 없으니 현실적으로도 실천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이게 이제 우리 방법이고, 저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왜 그것도 안 받아 들이냐면, 의심들이 몇 가지 있다. 북한은 ICBM과 영변은 포기하되, 자기가 가진 핵무기를 끝까지 가져갈 것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걸 해주면 북한은 그 신호를 파키스탄, 인도처럼 미국이 북핵을 용인한 걸로 해버릴 것이라는 의심이 있다. 

미국은 군산복합체 국가다. 그래서 미국은 자기 이해관계상 북한의 전면적 핵 폐기를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군산복합체의 개별적 이익을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 아버지 부시 대통령 같은 경우는 상당히 깊이 관여가 되어 있었다. 미국이 ‘위기를 생산하고, 무기를 판다’는 말도 실제 있을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은 사실 우리가 막아야 되는 거고, 또 제도화 된 미국의 정치에서 노골적으로 그런 음모론이 일사천리로 실행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의 전체 외교정책이나 대북정책이 하나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금강산 관광이라든지 개성공단 문제는 좀 전향적으로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원장님께서도 기대를 하고 계시는가.

미국 쪽에서도 전체적인 제재 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은 거부감이 있지만, 방역이라든지 식량이라든지 또 금강산 개별관광은 해당도 되지 않으니까 긍정적으로 본다. 그 부분에는 한미 간에도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에 통일부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성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런 것들로 북한의 문을 열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타이밍이나 규모 면에서 북한이 원하는 수준은 아닐 거다. 북한이 결국은 체제 보장 문제, 적대시 정책 중단을 얘기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식량이나 이런 부분은 미국과 합의해서 우리가 해주고,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용의가 있다든지, 아까 말씀드린 6자정상회담을 한다든지 해서 체제 보장은 미국이 해주면, 미국의 부담이 적을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더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얼마 전에 ‘북미 정상회담은 없다’면서도 ‘양 정상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의지를 갖는다면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October Surprise 등으로 예측도 한다. 3차 북미정상회담 어떻게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분명히 선을 그었고, 폼페이오도 선을 그었다. 가능성의 무게추는 안 하는 것에 쏠리는데 깜짝으로 만날 수 있다고도 본다. 작년 6월 30일 3자 회동도 모두 안 된다고 얘기했고, 북한도 미국의 셈법이 바뀌지 않으면 안 나오겠다고 했는데 나왔다. 아까 김여정의 표현처럼 두 정상이 결정하면 만나는 거다. 그런데 미국의 확실한 양보가 없으면 안 나간다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그래서 원래는 안 될 거라고 하면서 뒤에 여지를 남기는 거다. 저는 8:2 정도로 안 되리라고 보는데,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100일 안쪽으로 들어왔으니까 실천보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교환한다면, 예를 들어 북한은 더 이상 생산하지 않을 용의가 있다든지, 불가침조약 선언이라든지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그런 것들이 교환이 되면, 오히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검증 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그 부분은 바이든으로 바뀌더라도 북한이 손해 볼 게 없으니까. 북한이 이벤트로는 안 만나겠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양보의 약속을 던지면 가능한데,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그 양보가 많을수록 북한이 혹하겠지만, 양보가 많을수록 대선에는 불리하다. 딜레마가 숨어 있다.

워킹그룹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우리나라에서 없애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효용성도 크다는 말이 있다. 원장님은 어떻게 보는가.

미국 내부의 강경파들은 한국이 혹시라도 자기들 모르게 제재 시스템의 붕괴는 아니지만 그걸 뛰어 넘어서 너무 앞서가는 거에 대한 의심을 해왔고, 그러다 보니 마치 코리아워킹그룹이 한국이 뭘 하려는 걸 막는 통제 시스템처럼 보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자체를 없애는 거는 저는 반대한다. 왜냐면 미국의 시스템 자체가 정부 각 기관을 다 만나서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 경험이 있다. 국무부의 힐을 설득시켜서 6자회담을 했고, 북한과 9.19 공동선언을 했는데 바로 다음날 재무부에서 나가버렸다. 그러니까 코리아워킹그룹은 내부적으로 적어도 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 조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그걸 활용해야지, 미국과의 갈등을 각오하고 만들어놓은 그 자체를 깨버린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고, 실익이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있다. 안심이라면 좀 그렇지만, 지금 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어쨌든 미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보는데,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일종의 뉴노멀이라고 해서 뭔가 안정되지 않는 상황이, 다시 말해서 미국이 중국을 확실히 제압한다든지,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든지 당분간 판가름이 안 날 거다. 서로 밀당하면서 상당 기간을 갈 거고 직접 충돌은 안 하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 되는 것이 많은 불안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가 다 끼어있고, 어떤 의미에서 다른 국가들도 우리하고 연대하고 벤치마킹 하면서 살 길을 찾으려고 하고 있고, 특히 과거와 달리 프랑스나 독일, 거의 미중 밑에 있는 탑 국가들이 우리와 협력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G0에서 아까 말씀드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고, 우리 외교력에 달렸지만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문제는 2017년, 2018년, 2019년을 제가 딱 그렇게 표현한다. 2017년은 전쟁의 위기가 있으니까 X표, 2018년은 우리가 가장 바랬던 O표, 2019년은 다시 삼각표로 온 거다. 그럼 2020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17년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인 거고, 2018년으로 가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2019년의 연장이 될 가능성이 많다. 2018년을 재연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2017년으로 가지 않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2년 동안 뭐했느냐, 아무 것도 안 남았다 얘기하는데 사실은 다르다. 우리가 적어도 북한에 대해서 걱정은 안 했다. 평화의 비용이라고 생각을 한다. 사실상 북한에게 준 게 별로 없다. 2년 동안 우리가 북한을 관리하면서 얻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었던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북한하고는 적어도 평화 공존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으로 가서 궁극적으로 통일하면 좋겠지만, 적어도 관리하는 수준에서는 평화공존을 해야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