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상당히 왜곡된 자본주의인데, 그것을 한 번 더 왜곡시키면 지금의 한국
70년간 한국정치는 수구와 보수의 올리가르키(과두지배)
자본주의 시장경제, 효율적이지만 자유롭게 놔두면 인간을 잡아먹는다

김누리 교수는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 완전히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라며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자유시장경제에서 공공성 중심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사진=안채혁 기자)
▲ 김누리 교수는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 완전히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라며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자유시장경제에서 공공성 중심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사진=안채혁 기자)

 

“‘한국은 미국보다 더 미국이다’ 미국도 상당히 왜곡된 자본주의체제인데 그것을 한 번 더 왜곡시키면 지금의 한국이다.” 

<폴리뉴스>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교육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해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김누리 교수를 만나 사회 전반에 걸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김누리 교수는 지난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 완전히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 단계에 와있다.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한 사회”라며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0년간 한국 정치는 수구와 보수의 올리가르키(과두지배)였다.”고 밝히고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이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보다 훨씬 더 좌파”라며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 지형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를 “자본과 노동 사이의 상시적인 내전상태”로 진단하고, “자본이 노동을 죽이고 있다. 조세정의를 찾아볼 수 없다”며, “99%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앉아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효율적이지만 자유롭게 놔두면 “야수처럼 인간을 잡아먹는다”며 “자본주의라는 야수에 올라타되 못 잡아먹게 통제해야 된다. 이 통제과정을 소셜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소개했다.

“독일 아이들은 학비도 없고, 생활비도 다 준다. 실업을 자본주의를 굴리기 위한 대가로 보고 국가가 전면적으로 책임진다”면서 김 교수는 “우리는 이번에 국가에서 주는 돈을 국민들이 처음 받아봤다. 이 경험이 한국사회가 복지국가로 진입하는데 결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누리 교수와의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코로나 속에서 미국의 정체가 드러난 게 성과라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아직도 아메리칸드림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을 그렇게까지 규정한 근거가 무엇인가. 

미국은 근대 이후 탄생한 새로운 국가로서 유럽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배울 것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자유시장경제라는 시스템 하에서 아주 독특한 유형의 나라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두 가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한국이 과연 얼마나 미국화 되었을까. 두 번째, 미국이 과연 글로벌 스탠다드인가. 

한국은 실제로 미국보다 더 미국이다. 그것을 한국인들이 모른다. 왜곡된 미국이다. 미국도 상당히 왜곡된 자본주의체제인데 그것을 한 번 더 왜곡시키면 지금의 한국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된 이유가 여기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 대학체제, 치열한 경쟁, 엘리트 서열체제, 어마어마한 등록금, 특권 고등학교… 다 미국을 따라온 것이다. 지금 한국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총량으로 봐서는 미국이 1위지만 1인당 국민소득 대비 한국이 1위다. 끔찍한 이야기다. 

이번에 코로나가 그 민낯을 보여준 것처럼 소위 자유시장경제라는 게 사회를 완전히 하나의 정글로 만들었다. 한국사회는 완전히 정글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 지금 18년째 1위이다. 재작년에 한번 2위했다. 그런데 사실은 자살이 아니다. 사회적 타살이다. 24년째 산업재해사망률 1위이다. 전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독일이 1300시간인데 한국이 2000시간 내지 2300시간, 사실상 한국인은 노동기계다. 그러니까 아이를 안 낳는다. 저출산 계속 세계 1위이다. 작년에 세계최고 기록을 경신해서 0.9였다. 1 이하면 위기다. 기존하는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첫 번째 국가다. 왜 이렇게 됐는가. 여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윗세대는 독재 치하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우리 세대는 민주화가 안 돼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민주화 되었다.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만들었다. 그럼에도 더 지옥이 되어 간다. 그러자 정권 교체가 안 되어서 그렇다고 했다. 지금 세 번째 정권 교체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까지 왔는데 더 나빠졌다. 이제는 국민들이 조금씩 깨닫고 있다. 민주화 문제가 아니다. 정권 교체 문제도 아니다. 어떤 구조의 문제구나 깨닫기 시작했다. 그 구조의 핵심은 바로 자유시장경제다. 왜 한국사회가 이런 지옥이 되었는가. 아이들이 저렇게 죽어가고 노인자살률 세계 1위, 노인빈곤율 세계 1위, 유리천장 비율 1위, 남녀불평등 세계 1위, 사회관계지표도 최악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 OECD 꼴찌다. 모든 지표가 한국은 이미 인간이 사는 사회가 아니고,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정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저는 그것을 센 언어로 규정한 것이다. 

지금 여의도에 앉아있는 자들이 법을 만든다. 그들이 만든 법에 의해서 우리의 삶이 규율된다. 그러면 그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떠한 정치를 펼치고자 하는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여의도에 있는 300명 중에 294명이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 자가 99% 앉아있는 의회가 세상 어디 있나. 그러니까 인간이 다 잡아먹힌다. 지난 회기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는 630명이 있는데 그중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유당, 자유민주당이 시장의 자유, 자본의 자유, 기업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 지지자들인데, 그들이 지난번 선거에서는 의회에 한 명도 못 들어갔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자들의 정치적 포지션이 대체로 8~10%다.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이 앙겔라 메르켈이 있는 기독교민주당이다. 메르켈 수상이 지금 16년째 하고 있는데, 정책의 골간이 프리마켓 이코노미가 아닌 소셜마켓 이코노미다. 20세기 내내 시장경제와 계획경제가 경쟁했다.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자본주의가 훨씬 효율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는 것. 그 결과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붕괴했다. 자본주의가 효율성 경쟁에서 더 우월하다. 그것은 분명하게 판가름이 났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주의가 효율적이지만 자유롭게 놔두면 인간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야수 자본주의’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인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야수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잘 뛰어다니고 효율적인데 자유롭게 놔두면 자꾸 인간을 잡아먹으니까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효율성은 살리되 야수성은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라는 야수에 올라타되 못 잡아먹게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채워서 통제해야 된다. 통제하는 이 과정을 소셜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프리, 마음대로 잡아먹게 내버려둬서 온 천지에서 인간을 잡아먹고 있다. 한국에서 철학적 자살이 몇 %나 되나. 90% 이상이 완전히 삶의 벼랑에 몰려서 뛰어내린다. 사회적 타살이다. 

그래서 독일은 소셜마켓 이코노미를 보수당이 한다. 보수주의라는 것도 한국이 잘못 알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근본문제에 대한 성찰이 없는 게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기만적 언어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짓의 언어가 한국의 정치를 규정하고 있다. 보수주의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정치이념이다. 어느 사회에나 좋은 보수주의가 있어야 그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저는 역으로 한국사회의 비극은 보수주의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수구들이 보수라고 주장을 하고, 보수는 진보인 척 하니 이 나라에는 보수가 없다. 이게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한국에서 보수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보수가 아니다. 이들이 대변하는 가치는 보수적 가치가 아니다. 보수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이다. 보수주의야말로 소셜한 것이다. 공동체 가치를 중시하는 게 보수주의이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건 자유주의이다. 또 보수주의는 공동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을 중시한다. 공동체를 가능케 한 과거로서의 역사를 중시하고, 공동체를 지탱해 주는 횡적인 가치로서의 문화를 중시한다. 즉, 보수주의의 네 가지 핵심 가치는 공동체, 민족, 역사, 문화이다. 그러니 하나의 공동체가 지속되는 데 보수주의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보수주의라고 이야기하는 자들은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빨갱이라고 공격하고, 민족문제를 경시하고, 역사이야기 나오면 도망가고, 왜곡하고, 축소한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또 저들에게서 문화를 찾아볼 수 있나. 제가 한겨레신문에 ‘보수주의를 위한 변명’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보수주의가 나쁜 게 아닌데 수구들이 자꾸 보수라고 주장하면서 보수라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한국에서는 완전히 훼손되어 있다. 지금 보수주의라고 주장하는 저들은 보수가 아니고 수구이다. 수구는 규정하기 쉽다. 개인이나 그 집단의 사적인 이해를 위해서 대개의 경우 외세에 의존해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는 정치집단, 이들이 수구이다. 지금 저들이 하는 것 보면 100% 수구이다. 

그러면 보수는 누구냐. 지금 문재인 정부가 보수이다. 그런데 자꾸 진보인 척을 한다. 굉장히 잘못된 처신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보수적 가치이고, 정말 좋은 보수가 되고자 해야 수구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왼쪽에 진짜 진보가 나타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고 자꾸 진보인 척 하는 것이 큰 문제다. 그래서 한국 정치의 결정적인 비극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한다고 기본 프레임을 다 짜고 모든 언론에서도 그렇게 거짓보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할 수가 없다. 

정확하게 지난 70년간의 한국 정치는 수구, 보수의 올리가르키(과두지배)이다. 서로 손잡고 4 대 6, 6 대 4. 지역을 근거로 4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2가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지배체제가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한국사회는 전혀 안 바뀐다. 다시 말해 오른쪽 끝에 황교안이 서 있다. 저 끝에 서서 계속 문재인 정부는 좌파정부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의 시각에서는 다 좌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황교안 바로 옆에 서 있다. 그리고 세 발짝 정도 떨어져 심상정이 서 있고, 이만큼 떨어져서 앙겔라 메르켈이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이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보다 훨씬 더 좌파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단언컨대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다. 그 안에서 네가 좌파다, 네가 좌파다, 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 사이에 아무리 정권 교체가 되어 봐야 한국은 변하는 게 없다. 부동산 문제를 보면 이렇게 바뀌면서 오히려 이 정부의 무능이라고 하는 것이 정글자본주의 + 카지노자본주의를 만들어 놓았다. 정글 안에서 부동산이라고 하는 카지노 도박을 하는 자본주의로 한국사회를 또 한 번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본다.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유일하게 보수양당제를 하고 있는 나라인데 한국도 똑같다. 우리는 수구-보수 양당제니까 미국보다 더 질이 안 좋다. 미국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지난번 미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 워렌이 나왔다. 워렌의 주요 공약은 첫째, 대학 무상교육, 둘째, 대학생 부채탕감, 셋째, 무상보육, 넷째, 이것을 위한 부유세였다. 샌더스도 비슷하다. 한국도 지난 4월 15일 선거했다. 우리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워렌 수준의 공약을 낸 정당이 없다. 대학생들 거의 대다수가 빚쟁이다. 등록금이 하도 비싸서 감당 못한다. 그것을 탕감하겠다고 내세우는 정당이 없다. 선택지가 있어야 선택을 할 텐데 이 끝에 극단적으로 보수화된 두 개의 선택지 속에서 무슨 선택을 하겠나. 정의당조차도 진보정당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좌파정책이라는 공격을 받으면서 최저임금, 52시간 노동제 등을 하고 있다. 그 점은 소셜하게 가려 한다고 인정할 수 있지 않나. 

너무 약하다. 여야가 무슨 대단한 것으로 싸우는 것 같지만 그 정책의 차이라는 게 미미하다. 그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게 김종인이다. 양쪽을 왔다갔다 몇 번을 했나. 그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독일에서 기독교민주당에 있던 사람이 다음 선거에서 사회민주당의 간판으로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민들이 전혀 이상하게 생각 안 한다. 왜 그렇겠나. 별 차이가 없으니까. 다시 말하면 두 정당이 일종의 거대한 연극을 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가. 교육문제다. 우리 아이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고, 학교를 떠나고 있고, 또 한국인 거의 대다수가 평생을 열등감에 시달리면서 살고 있다. 노동자들이 24년째 전 세계 노동자 중에 가장 많이 떨어져 죽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4만 명, 1년 평균 2천명 이상이 죽은 거다. 이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아무도 여기에 관심 없다. 지금 한국사회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상시적인 내전상태다. 자본이 노동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지금 해결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당이 없다. 

특히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게 조세정의의 문제다. 둘 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니까 조세정의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내유보금이 900조씩 되고, 그것을 세금으로 걷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것은 99%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 앉아있기 때문에 그렇다. 자본주의는 아주 효율적이지만 실업과 불평등이라는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를 내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는 불안과 빈곤 문제는 거의 따라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실업 문제를 소셜마켓 이코노미에서는 자본주의라는 대단히 효율적인 체제를 굴리기 위한 비용 혹은 대가로 본다. 대체로 자본주의는 5~8%의 실업을 상시적으로 내장한 체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가 당연히 개입해서 실업 상태에 있는 그 과정을 전면적으로 책임져야 되고, 또 교육을 통한 재취업까지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국가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소셜마켓 이코노미의 핵심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는 실업보험뿐만 아니라 실업부조가 있다. 실업부조는 취업할 때까지 무기한이다. 그래야 사람이 살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실업은 네가 잘못해서 그렇지. 네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야지. 네가 게을러서 그래.” 이런 식으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 개인 탓으로 전가시키는 게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뛰어내려 죽는다. 끔찍한 사회인 것이다.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외치는 정당이 가장 보수적인 정당이다. 그 옆에는 사회민주당이 있다. 사회민주당이 내세우는 건 일종의 소셜리스틱 마켓 이코노미다. ‘사회적(Social)’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적(Socialistic)’ 시장경제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데 전제가 되는 영역이 교육, 의료, 주거인데 이 세 영역을 가지고 돈벌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최소조건이니까 이것을 시장에 맡기는 것에 반대하는 게 사민당의 정책이다. 실제로 독일은 세 영역의 공공성 수준이 굉장히 높다. 

우리는 완전히 엉망이다. 87%가 사립대학이고 국립대학이 13%밖에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이 87%인 나라가 어디 있나. 독일은 95%가 국립대학이다. 당연히 국가에서 고등교육을 책임져야 되는데 우리는 교육 받고 싶으면 시장에 네가 돈 내고 사라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구조다. 교육부는 교육에 대해서 아무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육정책도 없고 대학정책도 없고 학문정책도 없다. 오로지 입시정책 하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고등교육 체제를 가진 나라다. 

주거는 완전히 시장에서 카지노 자본주의의 핵심이 되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조금 나은 게 의료다. 그래봤자 민간의료가 90%, 공공의료는 10%밖에 안 된다. 미국은 공공의료가 10%도 없으니까 K방역이라는 게 미국보다 조금 잘한 것이다. K방역은 잘했지만 K의료는 못했다. 재밌는 것은 의료영역에 있어서만 우리가 미국을 전적으로 쫓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10%라도 있었다고 본다. 이것(국민건강보험)은 남북대치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이 우리에게 준 선물인데, 김일성이 60년대에 다 해버렸기 때문에 박정희가 안 할 수가 없었고, 그것을 노태우 때 일부 시행했고 김대중 때 상당 정도 제도화했다.  

독일은 기민당의 사회적 시장경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는 사민당, 그다음 더 좌파인 녹색당은 생태적 시장경제(시장경제 좋으나 자연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다음 좌파당은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적 대안을 모색한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네 개의 정당이 베를린 연방의회에 있다. 이런 630명이 모여서 만드는 법률과 국회의원 300명 중 294명이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 만드는 법률은 어떻겠나. 

-교수님 이야기 중에 교육과 의료는 공공성으로 가야 된다는데 공감이 가는데, 독일에서는 주거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공공임대주택을 엄청 많이 짓는다. 세입자 권리가 굉장히 강하고 엄격하게 해 놨다.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다 주거권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제가 독일에 갔을 때 기숙사가 안 됐다. 그래서 아이까지 셋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식으로 생각해 유학생은 돈이 없으니까 최대한 조그만 집에서 최소 비용을 내고 살고 싶은데 안 된다는 거다. 거의 30평, 1인이 차지해야 될 최소면적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비싸지만 일단 들어갔는데 그다음 돈은 내 수입에 맞춰서 내고, 절반은 주 정부에서 내준다. 이것도 힘들면 주 주택국에 보조비를 신청할 수 있다. 독일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될 최소한의 조건으로 들어가고 돈은 내 형편에 맞춰서 내면 된다. 

독일 아이들은 학비도 없고 생활비도 다 준다. 유학생도 학비는 없다. 이게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우리는 이번에 국가에서 주는 돈을 국민들이 처음 받아봤다. 이것은 엄청난 경험이다. 저는 국민들이 국가가 준 돈을 받아본 이 경험이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국가라는 것은 결국은 국가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 덕에 처음으로 우리가 그것을 본 것이다. 

요약하면 지금 독일과 미국은 정반대 극에 있는 사회이고 유럽모델과 영미모델은 교육제도나 사회제도가 전혀 다른 사회다. 가장 큰 것은 경제시스템으로서의 자유시장경제냐, 사회적 시장경제냐가 결정적으로 다른데, 한국은 완전히 미국을 쫓아가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글로벌 스탠다드냐는 문제이다. 미국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 미국인들은 스스로 항상 우리는 예외주의 국가라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표준과 거리가 먼 나라다. 

유럽인들은 미국을 어떻게 볼까. 미국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놀랍다. 굉장한 자유가 주어지는 나라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이렇게 무책임한 나라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보면 지옥이다. 이게 일반적으로 유럽인들이 보는 미국관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런 것을 너무 모른다. 우리가 미국 모델을 이렇게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지옥으로의 행진일 수도 있다고 제가 10년 전에 어느 글에 썼다. 그게 지금 증명되고 있다. 이런 것을 깨닫게 해준 게 이번 코로나이다. 

김누리 교수가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안채혁 기자)
▲ 김누리 교수가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안채혁 기자)

 

* 김누리 교수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독문학 석사, 독일 브레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2019년 JTBC 방송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독일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교육개혁, 통일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강연이 화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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