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역전 현상에 나타나는 광경들

 김남국 국회의원, 박주민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  김남국 국회의원, 박주민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닷새만에 달라진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말이 화제다. 지난 7일,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주택자를 때려잡자”고 했던 그는 12일에는 “나도 내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런 분들을 너무나 지나치게 투기 세력, 적이라고 막 (공격)해버렸던 것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지만,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가볍기 이를 데 없는 말들이다. 애당초 다주택자라고 해서 ‘때려잡을’ 일은 아니었다. 과거 경기부양을 위해 집사는 것이 권장되던 시기도 있었고, ‘공개하지 못할 가정사’나 ‘피치 못할 사정’은 청와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주택자들도 머리에 뿔 달린 사람들이 아니라 김 의원의 말처럼 “주변에 그냥 친구들, 평범한 저희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그렇게 말했다가 여당의 지지율이 추락하니까 말이 180도 달라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여당 국회의원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폭탄을 던질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는 생활의 기반이고 삶이다. 자신들이 이틀 만에 통과시킨 법 때문에 내 집 마련해서 이사 가려던 계획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결혼을 앞두고 전세를 구할 길이 없어 애태우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정책 하나 입안하고 법 하나 통과시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인지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저마다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세심하게 이모저모 살피며 합리적 정책으로 연착륙시킬 일이지, 그렇게 북한 얘기까지 하면서 때려잡을 일은 아니다. 집값은 급등해도 문제이지만, 급락해도 문제이다.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면 때려잡아 경착륙 시키려다 금융위기 같은 사태를 촉발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세심한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연착륙 시키려는 안목과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라면 말하고 나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하기 바란다. 민주당에는 왜 이렇게 생각 없이 큰 목소리로 내지르는 의원들만 눈에 띄는가 모르겠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역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이 입장을 내놓았다. “저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며 반성한다.”면서 “달라지겠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글에서 다시 이런 말을 한다. “검찰개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국민이 바라는 권력기관 개혁에 망설임 없이 나서겠다.” 잘 읽어보니, 반성하겠다고 말은 해놓고, 그냥 하던 대로 하겠다는 얘기다. 지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찰장악 방식의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여론이 비판적임은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는’ 여당, ‘망설임 없는’ 여당이 무섭다. 적어도 국민 앞에서는 머뭇거리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하면서 자신들이 가는 길이 최선의 것인가를 회의할줄 아는 성찰 능력을 가졌으면 한다.

박주민 식의 반성은 과거 새누리당이 하던 방식이었다. 위기에 몰리면 그냥 다들 엎드려 절 하면서 반성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반성했는지 말하지 않으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그러니 실제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어디 박주민의원 뿐이겠는가. 지지율 역전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꺼내는 말들을 접하니, 단단히들 무엇에 씌웠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그냥 부동산 안정되면 좋아질 상황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부동산 안정 여전히 쉬운 일 아니다. 지금은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는 장이기 때문에, 넘치는 유동성 속에서 정부의 규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여당이 마주한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워낙 복합적인 여러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서 어디부터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할지 길을 찾기도 쉽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질 문제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민주당 지지하다가 이탈한 층은 부동층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곧바로 통합당 지지로 이동하고 있다. 그만큼 여당에 대한 거부가 적극적이고 심판의 의지가 생겨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구나 통합당은 변화의 신호만 울렸을 뿐,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데도 그 효과를 크게 거두고 있다. 이런 비상한 위기 앞에서도 별 문제 아닌 것으로 넘기는 여당의 분위기를 보니, 여당의 위기는 진짜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집단적 병리 현상이 아닌가 싶다. 제 정신을 차리고 말하는 사람 어디 없나.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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