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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정하룡의 흩어져야 산다⑪] "정은경은 팬데믹대통령이다"

'흩어짐과 떨어짐'의 양태로, '따로 또 함께'의 원리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숙성시켜야 한다.
"팬데믹은 '해결의 대상'이 하니라 '공존의 주체'로 봤으면 한다"
인류의 팬데믹과의 소통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정은경은 분명 팬데믹대통령이다.

 

'K-방역 사령관' 정은경의 '연대'

우선 박수부터 보낸다. COVID-19의 'K-방역 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오늘(9월12일)부터 질병관리청의 초대 청장으로 활동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직접 충북 청주를 찾아 정 본부장에게 "세계에서 모범으로 인정받은 K-방역의 영웅, 정은경 본부장님이 승격되는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으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임명장을 수여하고 꽃다발과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축하패도 건넸다. 꽃다발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는 알스트로메리아, '감사'를 상징하는 카네이션, '보호'의 뜻을 담은 산부추꽃 등 세 가지 꽃으로 이뤄졌다. 정 본부장은 "국민의 건강과 사회 안전을 지키는 건강 지킴이로서 질병관리청이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가슴 훈훈해지는 장면이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보건분야를 전담하는 복수차관제를 도입한다. 질병관리청은 청장과 차장을 포함한 5국·3관·41과와 소속기관으로 구성되고, 일할 사람도 대폭 늘인다. 감염병 위기상황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백신수급·안전관리를 맡는 의료예방안전국이 신설됐고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조직도 강화된다. 전국에 수도권·충청권·호남권·경북권·경남권 등 5개 권역별로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한다.

여하튼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지난 8월3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 확진자 발병 추이를 설명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전파 속도가 둔화하지 않고 새로운 집단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 식당, 카페, 체육시설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감염 전파고리가 생겼고 최후의 방어선이랄 수 있는 의료기관과 요양시설까지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를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 규정했다.

이어 필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파고 든 것은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모두가 흩어지고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정 본부장의 간곡한 메시지다. 이 짧은 메시지 안에 'COVID-19시대를 살아갈 키워드'가 눈에 반짝 들어왔기 때문이다. '연대 방법' '흩어짐' '거리둠'...

인류 역사속에서 감염병의 대유행이 일어날 때마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그에 대한 대책을 각계의 전방위적인 모색을 수없이 감행해왔고, 또 현재까지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100년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행해왔던 감염병 대응방식은 거의 습관처럼 굳어진 '반사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특히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되짚어 보게 만든다.

 

시간의 주름

우주의 질서가 변하고 있다. 우주란 시간과 공간이다. '시간의 주름'이 쏘물어지고 있다. 질병이나 재난이 인간에 가해오는 '시간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 시간과 시간의 간극間隙이 좁혀지고 있다.

가까운 어제를 돌아보면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메르스(2012년 서아시아 발생해 2015년 유행), 2020년 COVID-19로 이어지는 시간의 주름이 쏘물다는 점이다.  7년 6년 5년...

2015년 메르스 사건 때는 바레인에서 입국한 환자가 16일이나 지난 뒤에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동안 환자는 4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등 최초 환자의 확진 뒤 한 달 만에 메르스 환자가 150여 명으로 급속 전파됐었다. 의심 환자가 입국한 다음 23시간 9분만에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공개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현재 K-방역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진단키트'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내에 진단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확진 판정과 동시에 밀접 접촉자들을 파악해 자가 격리나 시설 격리를 조치하는 등 상당히 넓고 촘촘한 방역망을 펼쳐 방역 초기 단계에서 선방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시간의 주름이 점점 좁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20년 COVID-19 PANDEMIC이 EPIDEMIC이 될 수밖에 없는, 팬데믹 '일상화의 근거'다. 

 

공간의 간격

시간만 이런 게 아니다. 공간의 간격 또한 확연히 쏘물어지고 있다. 2008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발표된 한 논문, 1940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에 보고된 감염병 335건을 분석한 결과 60.3%가 동물에서 유래된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임을 알아냈고,  이 중 71.8%가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밝혀냈다[Jones et al, 2008; 박성원, 김유빈, 2020에서 재인용]

여기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펼치면, '인수人獸 공통 감염'은 '경계境界의 사라짐'으로 해석된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사라진다고? COVID-19가 박쥐에서 옮겨왔다 해서 인수 공통 감염병이라는 단순 경계 개념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우선은 국경없는 사회, 세계화, 글로벌, 지구촌이라는 언어처럼 공간과 거리의 간격이 좁다, 촘촘하다, 사라짐, 소멸 등의 공감각적 해석을 부여할 수 있다. 이 또한 EPIDEMIC으로 갈 수밖에 없는, 즉 '시간의 일상성, 공간의 사막화'의 근거가 된다.  시간의 주름이 접혀지고 있는 것처럼 공간의 모든 장場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감염병의 대유행이 '야생동물에서 유래'한다는 기존의 발생학적 차원을 넘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라는 뉴노멀New normal 차원의 해석이 필요하다.

 

연대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필자는 지난해 말부터 '흩어져야 산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연대는 흩어짐을 전제한다는 발상에서다. 흩어질 수 있음은 끈끈한 공동체적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즉 이심전심의 흩어짐과 끈끈한 연대는 분리되지 않는다. 

정은경 청장은 COVID-19 발생 초기부터 PANDEMIC 상황인 지금까지 'K-방역'을 이끌어 온 상징적 인물이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국민 모두가 한 팀이 돼..." 라는 그의 간곡한 당부에는 '메르스의 아픈 경험'이 묻어 있다. 아시다시피 오늘날의 'K-방역' 탄생드라마는 눈물겹다. 탄생드라마는 생략한다. 다만 정은경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하여 보건의료 분야 공무원 9명(의사출신 동료들)과 함께 정직, 감봉이라는 중징계처분을 받기도 하고, 이때 관료사회의 타성(?)에 실망해 공직을 떠난 보건·역학 전문가들도 많았는데, 고진감래라 해도 될는지...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그에게 파격의 승진과 대한민국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 리더의 자리가 주어졌다.

모르긴 해도 그의 인생 여정과 함께 'K-방역'이 탄생된 것은 틀림없다.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 국민 및 의료계와의 원활한 소통, 보건의료 관련 현안에 대한 슬기로운 해결, 맡은 일에 대한 성실함과 겸손함...
머리 감을 시간도 아까워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도시락을 먹으며 긴급상황실(ECO)을 지켜온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매우 두텁다.

여기에서 필자는 '연대'라는 키워드를 발견한다. 정은경은 팬데믹시대 삶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연대'와 '연대하는 방법'까지 몸소 보여준다. 연대는 '신뢰자산'이고 신뢰자산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연대는 꽤 오래동안 축적돼, 숙성된 한 공동체의 '관계에너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사회적 연대의 수준은 어떠할까?

9월4일, 지난 8월 광화문집회에 참여했던 정치방역고발연대·공권역감시국민연합·자유민주국민운동·공권력피해시민모임 등 보수단체들이 정은경을 살인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8·15 광화문집회 집단감염 이후 국민생명을 보호해야 할 방역당국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교회와 보수단체 등을 대상으로 과잉 검사를 진행하며 탄압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에게 직권남용죄·강요죄·직무유기죄·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불법체포 감금 교사죄·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교사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러한 반응, 이러한 실존들은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이 전체주의국가가 아님을 증명한다. 대한민국은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다. 하지만 이들에게 '연대'란 불가능해보인다. 이들은 '흩어져야 산다'는 사회적 공감이나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뭉쳐야 산다'던 때가 있었다. 살면서 우리는 '덩어리의 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너무 오래 뭉쳐서 일까? 사람의 피는 진득해졌고, 어혈은 심장의 뜀박질을 위협했다. 물자는 넘쳐났고 인간은 뚱뚱해졌다. 배고파 죽는 인간보다 배터져 죽는 인간이 더 많아졌다. 연대할 수 없는 이들은 밀접·밀착·밀폐·밀집이라는 생활패턴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과거처럼 똘똘 뭉쳐서 무한경쟁과 무한속도 속으로 사라질 듯싶다.

인류 문명의 생멸生滅 가운데 건강하게 살아남은 사회시스템은 '정주定住'와 '이주移住' 양식이 매끄럽게 순환하는 것이었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했다. 이에는 어김이 없고 용서가 없다. 싫든 좋든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대결對決이냐 대연(帶然=대자연과의 동맹)이냐

사실 인류가 갖고 있는 편견 중에 아주 잘못되거나 너무나 치명적인 것 하나가, '공간과 시간이 따로 논다'는 망상이다. 그래서 이 세계는 대상화되고, 나로부터 분리 독립됐다. 아니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될 수 없다. 시간의 주름이 접히고 공간의 간격이 함몰하면 결국 지금의 인류도 이 우주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여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행동백신(=사회적 거리두기)을 너머 '생태백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야생동물이 생존하는 환경을 보존하지 않으면 이들에게서 감염된 바이러스의 창궐은 지속될 것이고, 유행 시기도 계속 짧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이러스 및 세포 분야의 수많은 석학들도 COVID-19의 대유행에 대해 더 큰 대유행이 '또 일어날까'가 아니라 '언제 발생하고 얼마나 파괴적일까'를 따져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팬데믹이 단시간 내에 종식되기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규모 노력', '전지구적 연대'의 필요를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팬데믹 포스트post 담론' 거의 대부분은 '원인발견 백신개발 질병퇴치 국난극복'이라는 문제해결 프로세스라는 기존의 담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난 '은혜로운 모델'을 두고서도 말이다...

오늘의 정은경 청장은 메르스 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질병예방센터 현장점검반 반장으로, 조직에서는 최하위 말단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최고사령관으로 일했다.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메르스 유행에서 경험했듯이 신종 감염병은 신속한 초동 대응이 안되면 언제든지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초래하여 경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깨달았다. 팬데믹은 "질병관리본부의 확진자와 관련된 정보 공유의 지체와 부실 대응"이 가장 큰 원인이라 꼽았다. "팬데믹은 '시간의 문제'다"

'흩어짐과 떨어짐'의 양태로, '따로 또 함께'의 원리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숙성시켜야 한다. 이것이 정은경의 연대다.

"팬데믹은 '해결의 대상'이 하니라 '공존의 주체'로 봤으면 한다" 이것이 정은경의 시선이다.

인류의 팬데믹과의 소통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정은경은 분명 팬데믹대통령이다.

 








[이슈] "'김해신공항 백지화' 말한 적 없다"는 검증위원장 발언 후폭풍…국민의힘 내 PK vs TK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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