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차가해..응시자 정치적으로 줄 세워”
김재련 변호사 “피해자, ‘참 잔인하다’고 표현”
MBC “해당 문제 시험에서 제외하고 재시험 치르겠다”

MBC의 논술시험 출제 논란 관련 사과문 <사진=MBC 채용 홈페이지 캡처>
▲ MBC의 논술시험 출제 논란 관련 사과문 <사진=MBC 채용 홈페이지 캡처>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MBC가 취재기자 입사시험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 대한 호칭을 묻는 질문을 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MBC는 지난 13일 진행된 취재기자 부문 입사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의 호칭을 피해호소인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면 피해자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 이유를 논술하라(제3의 적절한 호칭 제시도 상관없음)’는 취지의 문제를 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당초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썼던 여권과 서울시가 사과했고, 여성가족부도 ‘피해자’라는 호칭이 적합하다고 밝힌 만큼 이미 호칭 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응시자를 정치적으로 줄 세워 정권의 호위무사를 채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MBC의 문제 출제에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분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용어가 정리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에서 이것을 다시 논쟁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1800명의 응시자들이 일정한 시간 동안 살아있는 피해자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이 사람을 뭐라고 부를지 본인들이 결정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라면서 “어디에도 없는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하고 논제로 던지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가 이 상황에 대해서 “참 잔인하다”고 표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MBC는 14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MBC는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면서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숙였다.

이들은 “논술 문제 출제 취지는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다”면서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평가 사안이 아닐 뿐더러 관심 사안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해당 논술 문제를 채점에서 제외하고,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 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하여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