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5월 석가탄신 연등행렬 40년 만에 볼 수 없었지만 코로나 극복 희망 등불 밝혀”
원행스님 “코로나19, 인간 탐욕심이 유정무정의 뭇 생명 위협...깊이 성찰하며 참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국 불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국 불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한국 불교 지도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해 준 불교계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남북관계에 대해 “만남과 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11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불교지도자 초청간담회에서 “내일은 9.19 평양 공동선언 2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8년 저는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8천만 우리 민족과 전 세계에 선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불교계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기원하는 법회를 열어주셨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해 주셨다”며 “호국과 독립, 민주와 평화의 길을 가는 국민들 곁에 언제나 불교가 있었다. 남북 교류의 길을 열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 불교계가 항상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불교계는) 법회를 비롯한 모든 행사를 중단했고, 사찰의 산문을 닫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5월 천년 넘게 이어온 연등회마저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1980년 5월 계엄령 때문에 열리지 못한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화합과 평화의 연등행렬은 볼 수 없었지만 어려움을 나누면 반드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등불을 밝혀 주셨다”고 불교계의 방역 협조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올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앞두고 내린 용단이었기에 고마움과 함께 안타까움도 컸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세계인들이 우리 불교정신과 문화의 참된 가치를 더욱 깊이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유네스코 등재를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법회 중단과 관련해 “이달 24일 처음으로 열리는 정부-종교계 코로나19 대응 협의체에서 방역과 종교 활동 병행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해법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정부-종교체 협의체를 통한 해법 마련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우직한 사람이 한 우물을 파서 결국 크게 성공한다는 고사”며 “대통령, 그리고 사회 각계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우리 불교 사부대중께서는 우공이산의 고사를 교훈삼아 국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서 낮은 자세로 보살행을 실천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회가 중단되고 산문을 폐쇄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불교계는 한 명도 확진자가 발생되지 않았다”며 “코로나가 종식이 되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담보되는 그날까지 방역 당국과 함께 우리 불교계는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원행스님은 “오늘 지구촌 생명들을 위협하는 병마는 우리 인간들의 탐욕심으로 유정무정의 뭇 생명들을 위협하고, 개인 안락과 이기심에 물들어 공동체의 청정함을 훼손하여 비롯된 것임을 깊이 성찰하며 참회”라며 코로나19의 발생을 인간의 욕망에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의상관(相依相關) 관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드라망의 세계”라며 “모두가 하나인 생명 공동체이므로 갈등과 반목의 장벽을 넘어 존중과 배려, 공존과 상생의 용기를 북돋아 화합의 큰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원행스님), 천태종 총무원장(문덕스님), 진각종 통리원장(회성정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장(범해스님),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본각스님),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정묵스님), 관음종 총무원장(홍파스님), 태고종 총무원장(호명스님), 총지종 통리원장(인선정사), 대각종 총무원장(만청스님), 조계종 총무부장(금곡스님), 조계종 조계사 주지(지현스님), 조계종 봉은사 주지(원명스님)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불교계의 선제적 조치에 대한 감사와 추석 전후 지속적 협조를 요청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간담회에서 원행스님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취지로 조계종 종정인 진제 대선사가 친필로 만고휘연(萬古徽然)이라고 쓴 휘호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원행스님은 이 글귀에 대해 “만고휘연은 무한 세월동안 영원히 광명하다는 뜻으로 전대미문의 국가적 어두운 위기를 밝은 지혜로 물리쳐 국민과 함께 영원히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8.27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교계가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수용한 정부와 종교계의 코로나19 대응 협의체 첫 회의가 다음 주 총리 주재 ‘목요 대화’ 형식으로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유교·천도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수장들이 참석해 열릴 예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