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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코로나19' 시대의 서정시

이 세상은 결국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저 80년 전에도 고뇌하며 쓴 시처럼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은 시대'로 그쳐버릴 것일까. 히틀러와 나치즘이 자행하는 광포에 대한 분노로 대지와 생명의 아름다움 조차 예찬할 수 없었던 시인의 고통은 인권이 때로 과잉되기도 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비접촉'이 미덕이 된 사회는 인류 공동의 난제인 양극화를 부추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 31일 의사와 간호사 등 방역 최일선 뿐만 아니라 청소부와 슈퍼 직원 등을 호명하며 인류를 위해 특별기도를 했다.

연로한 청소부들은 외지고 퀴퀴한 공간에서 남의 콧물과 가래침이 묻은 휴지조각을 모으고, 묶고, 날라야 한다. 오늘 오전 다녀온 서민 분위기 이발소의 주인과 면도사는 요금 12,000원에 20cm 남짓한 거리에서 무려 한시간 동안 손님으로서 숙연해질 만큼의 정성으로 당신들의 의무에 열심이었다. 재택 근무는 화이트 컬러에게 색다른 경험일 수 있지만 블루 컬러에게는 엄혹하기만 하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고 재난의 가장 큰 희생자는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19시대의 심각성은 장기간의 재난이 자영업자마저 사회의 밑바닥으로 내몰고 있는 데 있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생명이다. 육체의 생명이 위협받지만 청소부는 고용이 유지되는 한 급여라는 물질적 생명은 보장된다. 하지만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는 한집 건너씩인 경쟁 점포와 조물주 보다 높다는 건물주의 임대료에 내몰린 처지에서 이번 사태는 사망진단이나 다름 없다. 

'매월마다 저작권료 포함 500만원을 물어야 하는데 임대기간은 6개월이나 남아 있으니 지금 폐업하는 업소가 차라리 부럽다'는 노래방주인의 방송인터뷰는 바로 우리가 처한 국난의 실상이다. 이 위기와 고통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당연히 급선무는 백신의 개발, 정확하고 신속한 정책 결정과 집행이다. 지원금의 일괄 또는 선별 지급에 대한 선택은 고도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영역이므로 섣불리 한 측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소규모 학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로도 정부 정책의 단견은 드러난다. 그는 '지난 2~3개월 동안 방역비 50만원, 긴급고용안정자금 150만원, 새희망자금 100만원 등 300만원이 통장에 입금되고 보니 더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위기가 좀 누그러진다면 조기퇴직자를 '치킨집 창업'이 상징하는 영세 자영업자로 내몰아 전체 경제에서 기형적 과잉의 비율을 초래한 국내 기업의 고용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이젠 익숙하게 들리겠지만 크게는 인류로서, 작게는 한국인으로서 익숙했던 삶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중국 우한 수산시장 발 코로나19의 매개체로 야생 박쥐를 지목하는 과학자의 이론은 마치 소설 속 한편의 복수극을 연상케 한다. 인간의 환경파괴와 무분별한 포획 유통 및 식용에 희생된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과정은 인류가 익숙했던 삶과 결별해야 생명을 건사할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코로나19에 앞서 메르스와 사스 사태로 감염병이 최악의 재난이 되기 이전에 이미 인류는 '비싼 수업료'를 낸 적이 있다. 1987년 이후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 이른바 에이즈(AIDS) 사태는 성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일탈을 모두 보여준 축소판이었다. 미국이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성 상품화, 음악 영화 스포츠 등 성적 탈선을 조장한 대중 스타의 우상화 등 '인류의 천형'에는 분명 사회구조적 기제가 작동했다. 하지만 80년대 세계 경제의 호황은 개인의 성에 대한 탐닉을 성 윤리의 위기를 넘어 인류의 면역체계 위협으로 확장시켰다.

인류에 대한 재난의 위기는 한국에도 한치의 오차가 없다. 오히려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면 환경 등 여러 부문에서는 더 많은 예산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가 앞장 설 과제이지만 방역 위기 극복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삶도 바꿔야 한다. 'K-방역'이 전 세계적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안팎의 평가에 우쭐해 우리 삶의 성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를 아무 생각 없이 움켜 쥐는 손가락은 지구의 생태와 자신의 생명을 서서히 망칠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미군이 베트남 정글과 인민에게 마구 살포한 고엽제의 별명을 '슬로우 불릿'(Slow bullet), 즉 '느린 총탄'이라고 했듯이. 세계 최강대국 가해자는 패권주의의 야만 속에서도 교활하게 시적 영감을 발휘했다. 이 난리 속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한국은 지금 그 뛰어난 감수성과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의 사소한 습관이 보태고 있는 지구 생태와 감염병의 위기를 간파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임재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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