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거짓말에 대한 정치적 책임져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제공>
▲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동부지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특혜 휴가’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 서 씨의 군 휴가 신청과 사용 과정에서 위계나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휴가 연장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벗어난 부분이 없었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추석 연휴 이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부터, 추석 민심을 의식하여 그에 맞추려는 듯한 서울동부지검의 정치적 고려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법 논리 이전에 상식으로 이 문제를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해온 필자로서는, 이렇게 면죄부를 발급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에 몇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짚을 얘기는 많지만 추 장관과 보좌관 사이에 주고 받은 카톡 문자와 관련해서만 얘기해 보자. 검찰이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로 확보한 문자 내용은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서 씨 휴가와 관련하여 추 장관과 보좌관이 주고받은 내용이 있다.  보좌관이 추 장관에게 보낸 카톡 문자는 이랬다.

"ㅇㅇㅇ(아들)건은 처리했습니다."

다른 군더더기 설명 없이 간결한 이 문장은, 이미 추 장관과 보좌관 사이에 주고 받은 내용에 대한 보고성 문자임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카톡 문자 내용들을 보면, 보좌관은 추 장관도 모르게 그런 전화를 건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추 장관이 지시하거나 최소한 개입을 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서 씨의 휴가 연장 승인 요청을 어째서 본인이 하지 않고 보좌관이 했느냐는 의문이다. 서 씨는 무릎 수술을 한 것이었지 성대 수술을 한 것은 아니었다. 서 씨가 보좌관에게 부대에 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면, 자기가 몸 상태 때문에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보좌관의 전화가 힘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휴가 연장 관련된 전화를 여당 대표의 보좌관이 했을 때 그것을 검찰의 결론대로 "병가 연장을 문의하고 그에 대한 원칙적인 절차를 안내받은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과연 상식에 부합되는 결론일지 의문이다. 당연히 전화를 받는 군 관계자는 상당한 부담을 의식하였을 것이니 청탁이나 외압성 전화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휴가 연장 과정에서 외압이나 청탁이 없었다는 검찰의 결론에 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다음으로 추 장관의 거짓말에 대한 책임이다. 추 장관은 검찰로부터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거짓 답변을 해온데 대한 책임이 따르게 되었다. 추 장관은 보좌관이 서씨 부대에 청탁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보좌관이 전화한 일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좌관과 부대 관계자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자 "시킨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그런데 아들의 휴가 연장과 관련하여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원 장교의 전화번호까지 구해서 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휴가 연장 승인권을 가진 지원 장교에게 전화를 걸라고 번호를 알려준 것이 지시가 아니면 무엇인가. 추 장관과 보좌관 사이에 서 씨의 휴가 연장과 관련한 내용들이 공유되었음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다. 그런데도 보좌관의 전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니 자신은 모르던 일처럼 답변을 해온 추 장관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검찰은 외압이나 청탁의 증거가 없으니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지만, 장관의 거짓말은 법 논리 이전에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 따르는 문제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모습이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두고두고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추 장관의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서울동부지검의 수사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지난 1월에 고발되었던 이 사건은 8개월이 넘도록 수사가 진척되지 못해 눈치보기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보좌관의 전화에 관한 진술을 조서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수사를 지휘하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가 중간에 교체되는가 하면 친정부 검사로 알려진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들어서면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덮어주기에 급급한 내용으로 가득찬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결과를 접하니, 그런 의문이 기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추미애 장관이 해왔던 검찰장악의 최대 수혜자가 그 자신이 되었다. 그러니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불신받던 과거의 광경이 재현되고 있다. 검찰개혁 하겠다면서 시계를 과거로 돌려놓았다.  이럴려고 '검찰개혁' 한 것인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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