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철 경찰버스 300대 차벽 설치
서울시 “한글날 집회 원천 차단 대응”
경찰청장 “개천절 같은 조치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

경찰버스가 늘어선 지난 3일 세종대로 일대 <사진=연합뉴스>
▲ 경찰버스가 늘어선 지난 3일 세종대로 일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서울시와 경찰이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서울 도심 집회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야권의 ‘재인산성’ 비판에도 광화문 광장 일대를 감싸는 차벽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한글날에도 52건의 10인 이상 집회가 신고돼 있는데,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같이 협의해 집회 원천 차단을 위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통제관은 “집회의 자유와 함께 시민의 생명과 안전도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절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또한 5일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천절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방역당국에서 감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고, 경찰은 이에 근거해 금지통고를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험 정도에 따라 행정명령이 조정되면 경찰도 그것에 맞춰 집회 관리 방법을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글날 서울 지역에 신고된 집회는 이날 기준 총 1096건으로, 경찰은 이 중 102건에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앞서 3일 개천절 서울시는 집회 차단을 위해 광화문광장 일대를 300여대의 경찰버스가 막아서고, 검문소 90곳을 세웠다. 지하철 시청역·경복궁역·광화문역 등 광화문광장 인근 역사 3곳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이에 야권은 차벽을 “재인산성”이라고 언급하면서 서울시와 경찰의 대응이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는 과잉대응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청장은 차벽 논란에 “개천절 차단 조치는 시위대 및 경찰의 직접적 접촉에 의해 야기될 수 있는 전염병 감염 확산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지 집회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과 법집행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다”면서 “시위대와 경찰, 시위대와 일반 시민 간 접촉을 최소화할 방법은 집회 예정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주요 차도에는 경찰 차벽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의 조치가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금지 통고된 집회 또는 미신고 집회가 버젓이 개최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경찰 차벽이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정한 요건을 갖추면 차벽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2017년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野, 차벽 비판...“뭐가 두려워 산성 쌓았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개천절 집회 대응과 관련, “정부가 광화문 거리에 새로운 산성을 쌓는 모습을 보고 정부가 뭐가 두려워서 막대한 경찰버스를 동원해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방역을 보건당국이 하는 게 아닌 경찰이 하는 ‘경찰 방역국가’가 됐나”라면서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우신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인데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것 만으로 검문당하고 의심당하는 웃지 못할 비극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왜 문재인 대통령께서 (광장에) 나오셔서 국민의 말씀을 듣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경찰을 앞세워 이렇게 철통같은 산성을 쌓는 것이냐”면서 “국민의 비판이 두려워 방역을 이유로 이렇게 산성을 쌓고, 90여군데나 검문소를 설치하고, 만명의 경찰을 동원했다. 국민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가”라고 반문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4일 논평을 통해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수천 대의 차량시위에는 10차선 대로를 터주는 이 정부가 ‘반정부 집회’가 예상되는 도로엔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할 ‘문리장성’을 쌓았다”고 비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