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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칼럼] 이일병과 강경화, 그리고 자유인

 

강경화는 죄가 없다. 잘못이 있다면 외교부 장관의 책임을 맡고 있으면서도 요트를 사러 미국여행 떠나는 남편을 막지 못한 것일 게다. 강 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남편의 여행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설득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만류를 했지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남편을 막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집안에 우환이 생겼는데 부인에게 다 맡겨놓고 자기는 친구들과 약속을 바꿀 수 없다며 낚시대 메고 집을 나서는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이 그리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기에 그의 외국여행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시비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장관이 아닌데 외국여행을 간들 뭐가 문제냐며 그것은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위기로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여행을 자제시켜 국민들은 꾹 참으며 지내왔는데, 정작 외교부 장관의 남편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나버리니 말 잘 듣는 국민만 바보가 된 것 마음이 생길 법 하다. 그것을 잘 알기에 강경화 장관도 즉각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했 것이다. 아무리 공직자 아닌 민간인의 사생활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이일병 교수의 미국여행은 우리가 얘기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번 일은 특별히 강 장관의 정치적 책임을 물을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편의 외국여행 때문에 외교부 장관으로서의 위신이 추락하게는 되었지만, 그렇다고 남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신 책임을 지고 장관직을 사퇴해야 할 성격의 일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일이 특별히 정치적 문제라기 보다는 부부 간의 ‘배려없음’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코로나19 확산의 와중에 자신이 미국여행을 떠나면 외교부 장관으로 있는 배우자가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될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예상하지 못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알리기까지 했다면 나이에 걸맞는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고, 예상하고서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면 배우자와의 의리를 저버린 처사였다. 애당초 이 교수가 배우자가 장관하는 것에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왕에 장관직을 오랫동안 수행하고 있는 마당에 1~2년만 더 참아주면 되는 것인데, 뭐가 그리 급해 배우자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면서까지 외국여행을 떠난 것인지, 무척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에서는 부인이 장관이지 그가 장관은 아니지 않냐며, 이 교수를 가리켜 멋진 자유인의 모습이라는 찬사까지 나온다. 부부 사이의 신뢰와 배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모르는 소리들이다. 마치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는 뭇 여성들을 탐하는 그들의 모습을 자유인의 표상처럼 찬미하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모르는 겉멋으로서의 자유, 그런 것 아니겠는가.

‘내 삶’을 살고자 하는 이일병 교수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자유인의 삶도 공동체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일찍이 스피노자가 말했던 자유인은 다른 사람들과 우정을 맺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유인이었다. 인간이 온갖 정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해도, 그것이 공동체로부터 벗어나 공동체 의식을 부정하는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인도 공동체를 떠나 존재할 수 없고,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다. 자신의 외국여행을 바라보는 평범한 이웃들의 시선이 어떤 것일지, 그렇게 사방팔방 알리며 갈 일이었는지 스스로 헤아렸어야 했다. 아무리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자기의 모습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나 따르는 일이다. 배우자에 대한 배려, 공동체에 대한 예의는 꼭 자기가 고위공직자여야만 요구받는 것은 아니다. 강경화 장관의 남편 이일병 교수의 외국여행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이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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