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안 지킨 글’에 연령대 낮을수록 “어린 사람이 쓴 글” 높을수록 “나이 많은 사람”
한글에 대한 이미지, ‘우리나라’, ‘아름답다’, ‘과학’, ‘세종대왕’, ‘쉬운’ 등 긍정적

[출처=한국리서치]
▲ [출처=한국리서치]

[폴리뉴스 정찬 기자]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는 국민의 90% 이상 대다수 한국어 문법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민 10명 6명 이상이 ‘잘못된 글이나 문장’을 봤을 때 글의 내용에도 호감을 가지지 않는다고 7일 밝혔다.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9월 25일~28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글이나 문장을 보았을 때, 응답자의 65%가 ‘글의 내용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글의 내용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62%였다. 

뿐만 아니라, 열 명 중 여섯 명(61%)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글을 쓴 사람의 교육 수준이 낮아보인다’고 답했고, 글 쓴 사람의 신뢰도·호감도가 낮아진다는 응답도 각각 56%를 차지했다. 문법을 잘 지켰는지 여부가 단순히 글에 대한 평가를 넘어, 글을 쓴 사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가, 고졸 이하보다는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전체 응답자의 93%가 일상생활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한국어 문법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87%가 스스로 평가할 때, 본인은 문법에 맞게 한국어를 잘 사용한다고 생각하였다. 올바른 언어생활을 실천하고 있다는 인식이 매우 높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외래어 표기(외국어 단어·인명·지명 등을 한글로 옮기는 것)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높았고, 로마자 표기(한국어를 라틴 문자(로마자)로 표기하는 것, 41%), 띄어쓰기(35%), 맞춤법(32%) 순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 60세 이상 고연령대, 고졸 이하 학력 응답자에서 한국어 문법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문법 안 지킨 글 쓴 사람 나이가 어려 보인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문법 안 지킨 글 쓴 사람 나이가 많아 보인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글을 쓴 사람의 나이가 어려보인다’는 데에 36%가 동의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동의 응답(20대 43%, 60세 이상 29%)이 증가했다. 반면 ‘잘못된 글을 쓴 사람의 나이가 많아보인다’는 데에 29%가 동의했는데, 반대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동의한다는 응답이 증가했다(20대 19%, 60세 이상 38%). 

2,30대에서는 저연령대의 사람들이 한국어 문법을 잘 안 지킨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반대로 고연령대의 사람들이 한국어 문법에 취약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글을 변용한 신조어 중 대표적인 것으로 야민정음(모양이 비슷한 글자끼리 서로 바꿔 쓰는 것. 귀엽다 → 커엽다, 멍멍이 → 댕댕이 등). 초성체(한국어 단어의 초성만 쓰는 것. 감사 → ㄱㅅ, 죄송 → ㅈㅅ, 오케이 → ㅇㅋ 등), 외계어(한국어 외에 다양한 언어, 특수문자를 섞어 사용하는 것. 내일 학교에서 봅시다 → 녜일 항교에셔 봉씨㉢ㅑ 등) 등이 있다. 

각각의 사용 경험을 물어 본 결과, 초성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6%로 가장 높았다. 야민정음을 실제로 사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5%였고, 외계어 사용 경험은 8%에 그쳤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빠르고 간편한 초성체의 사용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대에서는 야민정음을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6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초성체와 외계어 역시 사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각각 87%, 16%로 높았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신조어의 사용 경험은 줄어들었는데, 60세 이상 응답자 중 야민정음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1%, 초성체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4%로 모두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한글 변용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 다수, 하지만 20대에서는 예외

한글 변용은 한글 파괴행위라는 응답이 71%로 한글을 창조적으로 재사용하는 행위라는 응답(19%)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한글 변용이 장기적으로는 한글이나 한국어의 변형으로 이어 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과반 이상이었다. 또한 한글 변용이 소통과 재미를 위한 언어유희라는 의견보다는, 잘 모르는 사람은 소외시키는 언어폭력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그런데 20대는 한글 변용을 언어유희로 규정하는 의견이 70%로, 언어폭력이라는 의견(18%)보다 높았다. 한글 변용은 한글을 창조적으로 재사용하는 행위(47%)이며 한국어 변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행한 후 곧 소멸할 것(57%)이라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한글에 대한 이미지, ‘우리나라’, ‘아름답다’, ‘과학’, ‘세종대왕’, ‘쉬운’ 등 긍정적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다섯 개의 단어는 ‘우리나라(대한민국)’, ‘아름답다’, ‘과학’, ‘세종대왕’, ‘쉬운’ 등 긍정적인 감성, 혹은 자부심과 관련한 단어들이 많이 언급됐다. 많이 언급된 25개의 단어들 중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는 1개(‘어려운’)에 불과했다.

한글 이미지를 구성하는 연상 단어들의 연결관계를 분석해 보면, 한글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축은 “자부심” 으로, 한글은 “아름답고 과학적이어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최고의 글자” 이다. 이 축에는 ‘아름답다’, ‘과학’, ‘세계’, ‘최고’, ‘자랑’, ‘위대하다’ 등의 단어가 포함된다. 

두 번째 축은 “우리 것”으로,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나라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문자” 이다. 여기에는 ‘세종대왕’, ‘우리나라’, ‘대한민국’, ‘우리’, ‘고유한’, ‘독창적’, ‘우수한’ 등의 단어가 포함된다. 세 번째 축은 “쉬움”으로, 한글은 “표현하기 쉽고, 배우고 쓰기에도 용이한 좋은 문자” 이다. 세 번째 축에 포함되는 단어는 ‘쉽다’, ‘표현’, ‘배우다’, ‘좋다’, ‘편한’, ‘훌륭한’ 등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28일 나흘 동안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3.1%이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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