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업계, “대기업, 브랜드 파워만으로도 우월적 지위··· 자율 경쟁 힘든 구조”
소비자 민원·불만에 “업계 종사자가 뜻을 모아 자구책 마련 중”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수습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논의를 둘러싸고 중고차업계는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 요구에 나섰다.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되며 대기업의 진출·확장이 제한됐다. 지난해 2월 6년의 보호기간이 지났으나 소상공인 측에서는 공정 경쟁이 가능한 시장 환경 개선이 미비하다고 판단해 ‘생계형적합업종’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검토한 바 있다. 위원회는 “소상공인의 매출액 증가, 대기업의 시장진출에 따른 영향, 간접적인 진입장벽 등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은 높지 않다”고 판단,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또한 소상공인 보호의 측면에서 “대기업 등이 자율적으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소상공인과 협력해 산업 발전과 서비스 품질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재강 대전중부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은 “중기부 과장님을 통해 현대기아차 상무, 팀장 비롯해 현대 측과 직접 얘기를 나누었다. 5년여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고 무조건 들어오겠다고 공표하셨고, 개인적으로도 대표자 분들 뵈었는데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2019년 2월 중소기업적합업종 기간 만료 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신청했다. 그 근거로 든 것이 대기업 독과점에 따른 시장 붕괴였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은 고객이 새 차를 구입할 때 기존의 중고차를 매집함으로써 유리한 지위에 있다. 또 자동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새 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중고차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든가 가격과 판매량을 조절하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기업은 상품성 있는 차량만 판매하고, 중소업체는 노후화된 차량만 공급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이로써 5만여 명의 일자리가 휘청거릴 수 있다”며 “대기업은 다수에 각인된 브랜드파워만으로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데, 자율 경쟁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완성차업체가 제작과 판매를 모두 맡는 경우는 없다. 공정 경쟁을 위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대기업 완성차 제작사가 차를 직접 판매해 이미 혜택을 보는 상황이라는 것이 조합 측 설명이다.

최기운 전라북도신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합장은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나오는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중고차 책임보험 1000억 가량을 부담하고 각종 민원사항에 대해 업계 종사자가 뜻을 모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1일 ‘중고차 성능 책임보험’ 제도가 전면 의무화된 바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판매업의 대기업 참여는 중소기업 목조르기”라고 지적하며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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