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실패 인정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strong></div>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 (PG) <사진=연합뉴스 제공></strong>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 (PG)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세가 씨가 말랐다는 얘기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나타내는 민간 통계 지표가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물이 없으니 당연히 전세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주보다 0.22% 올랐다. 주간 전셋값 상승 폭으로는 2015년 4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7월 말 ‘임대차 3법’을 단독 통과시키면서 이같은 전세난이 급속히 심화되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낳을 것이라는 예측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국회 심의조차 없이 단독 처리하겠다고 했을 떄, 최악의 전세난을 불러올 것이라는 많은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러나 ‘임대차 3법’만을 지고지선의 것으로 여겼던 정부와 여당은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며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5분 연설을 여당은 극단적인 선동이라고 비하했지만 현실은 윤 의원의 말대로 되었다. 지금의 전세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며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졸속투성이의 이 법안들을 밀어붙이는데 앞장섰던 박주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능한 독단이 낳은 결과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디 전세난 문제 뿐이겠는가.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으면 정부의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반복되어왔다.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규제책들을 내놓을수록 집값은 오히려 상승해왔다. 지급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내집 마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가격이라는 것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집값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정부는 시장을 자신들의 신념으로 다스리려 했으니 시장에서 먹힐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시장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책의 책임을 맡아, 그저 찍어 누르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된다는 신념을 고수했던 것이 재앙의 근원이었다. 매매규제를 강화하면 집값이 오르고, ‘임대차 3법’ 통과시키니 전세가가 급등한다. 집값도 못잡고, 전세는 씨가 마르고, 국민들의 불편과 혼란, 세금의 급증과 거주이전의 제약만 심해진다. 무주택자는 전월세난의 심화로 힘들어하고, 내집마련 하려던 30~40대들은 대출이 안되어 꿈을 포기해야 하고, 유주택자들은 세금폭탄을 맞는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급격한 증세에 대한 우려를 낳아 유주택자들의 생활기반을 흔들어 놓는다. 이쯤되면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잡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가히 역대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과장된 얘기가 아닌 것이, 세계 어느 나라에 이렇게 복잡하고 뒤죽박죽인 부동산정책과 제도가 있나 모르겠다.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에서 서로 충돌하는 내용의 것들이 비일비재하게 발견된다. 부동산 법령들과 세제가 난수표 해독보다 어렵게 되어버려, 세무사들도 일을 맡기를 피하고, 국세청과 국토부의 담당 공무원들도 답을 하지 못한다. 이 엉망진창을 만들어버린 부동산 정책들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것이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그런데 무능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면서 겸손하지도 않았다. “집값 급등은 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궤변은 집권세력 내부의 그러한 태도를 상징한다. 이 정도 상황이 되었으면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무엇이 잘못인가를 진단하며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디테일한 정책능력이지, 집권세력의 신념을 구현하는 오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전세난의 주범인 ‘임대차 3법’의 ‘조기 안착’으로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접하며 또 한 번의 오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이제는 체념하게 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