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되면 기후 위기 문제 후퇴, 인류의 미래는 없다
바이든 우세하지만 공화당 신규 유권자 등록이 민주당보다 무서운 기세라는 게 의미 심장
270개의 선거인단 확보 게임…플로리다에서 지면 이기는 공식 만들기 어렵다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우세하지만 공화당 신규 유권자 등록이 민주당보다 무서운 기세로 느는게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우세하지만 공화당 신규 유권자 등록이 민주당보다 무서운 기세로 느는게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우편투표 비율이 높다면 당일날 트럼프가 이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트럼프는 그 순간 승리를 선언하고 바이든한테 전화해서 패배에 승복하라고 하고, FOX나 이런 데 나와서 승리 선언을 일찍 할 거다. 그 이후 진흙탕 소송전, 그게 전략이다.” 

2020년 11월 3일 드디어 미국 대통령 선거 유권자 투표가 치뤄졌다. 현재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접전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폴리뉴스>는 미 대선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인터뷰는 대선을 보름 앞둔 지난 10월 20일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이번 미국 대선이 인류에 가장 중요한 대선이 될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 언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미국이 세계 중심국이긴 한데, ‘인류에 가장 중요한 대선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과장 어법은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은 미국 내에서도 중요하고, 국제정치의 역학관계가 바뀌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 역학관계 정도가 아니라 인류의 존립 기반(이 달린 문제다). 기후학자들 대부분의 공통된 견해가 지금부터 7~10년 내에 아주 급진적으로 현재 추세를 바꿔놓지 않는다면 1.5도 이상 (기온)상승은 불가피하고, 10년 후 설령 전 세계가 합심해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쓴다고 하더라도 이미 분기점을 넘어선 상황에서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전 세계적인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미국이 60%, 중국이 40%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그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기후 관계 부서의 장을 온통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임명했다. 그러니까 현재 상태를 봉합 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거다. 그러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과장 어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희망이 커지는가? 아니다. 그레타 툰베리라는 노벨 평화상 후보이자 현재 기후위기에 대해 가장 용기 있고 지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녀는 사실상 바이든이 당선되어도 큰 의미는 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 했다. 툰베리의 말을 해석하자면, ‘하지만 우리가 최소한 이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은 일단 막고 봐야 되지 않겠는가.’ 바이든이 돼서 크게 전환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향후 10년간 뭐라도 한 번 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건 미국의 대선이 아니다. 인류의 대선이다.

-11월 3일, 미국 대선이 2주 정도 남았다. 미국 선거제도에 대해서 얘기들이 많다. 2016년 힐러리도 그랬고, 전체 득표수와 선거인단 투표수가 달라 민심 반영이 왜곡될 수 있고, 소수 민족이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는 없나?

개혁안은 계속 나왔었다. 일부 주는 아직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현재의 제도가 아니라 파퓰러 보트(Popular vote)에 따라서 결정한다는 서약, 매니페스토 운동도 있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처럼 계속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대형주들의 득표수에서 공화당이 결정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오하이오, 플로리다, 이런 주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질수록 공화당은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이 주들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나 소수 계열보다는 저소득층 백인, 러스트 벨트와 관계가 된 곳이라 아무래도 공화당에게 유리하다. 그래서 이 문제는 앞으로도 미국 역사상 거대한 격변이 일어나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화당이 더 위기를 느끼는 건 지금 텍사스, 아리조나, 이런 데도 갈수록 히스패닉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0년은 어떤 학자가 표현했던 것처럼 공화당과 백인들한테는 황혼의 시기다. 마치 한국의 ‘기울어진 운동장’ 담론처럼 앞으로 공화당은 구조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전투를 해야 될 상황이다. 텍사스도 대도시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IT에 능한 소수 계열 젊은이들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미래가 잘 안 보인다. 더욱 더 경합주에서 승부를 봐야 된다. 하지만 결국은 공화당도 지금 이 상태로 계속 나가긴 어렵다. 불리한 게임이니까.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든 히스패닉이라든지 젊은 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후보, 당으로 변화해야 된다. 지금은 이행기다.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공화당의 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의 대결인데,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이냐 아니면 트럼프와 No 트럼프의 대결이냐’ 이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바이든의 인물 경쟁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고령이고, 오바마 시절 부통령이었다는 사실 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바이든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integrity’, 한국말로 번역하기 힘든데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와 윤리적인 힘, 미국 제도에 대한 존중과 애국심이 투철한 전통적인 애국주의자다. 학자들은 그걸 제도적 애국주의라고 표현한다. 즉, 미국의 상원, 하원, 검찰, 이런 제도 자체, 자기의 정파보다는 그 제도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지금까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미 공화국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의지와 열정이 있는 사람이다. 

중도적이고 초당적인 사람이다. 바이든은 민주당의 승리보다 미국의 승리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상원 시절 공화당 의원들도 정말 존경했고,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초당적인 연합을 많이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민주당내 좌파가 봤을 때는 미국의 전통적인 질서로 돌아간다? 그게 그렇게 행복한 질서인가? 하는 점에서 굉장한 의문이 있다.

-2016년 힐러리가 계속 여론조사에서 이겼는데도 막판에 뒤집어졌다. 선거인단 문제도 있지만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힐러리는 엄청난 비호감 층이 있었다. 바이든은 초당파적으로 그런 층이 없다면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건가?

그래서 미국 민주당 전략가들 중 일부는 랜드 슬라이드(landslide, 압승)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압승을 제일 먼저 이야기한 사람이 현존하는 전설적인 선거 전략가 스탠리 그린버그다. 그는 빌 클린턴 선거와 블레어 선거 등을 승리로 이끄는데 일조한 세계적인 명성의 전략가다. 다만 트럼프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는 일찌감치 민주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봤다. 

저도 작년부터 방송 등을 통해 바이든의 압승을 시나리오에서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도 트럼프가 이긴다’는 의견이 강했고, 저는 애초부터 ‘6:4로 바이든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모른다’고 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리버럴 진영들이 조심스럽게 바이든의 쉬운 승리를 얘기한다. 경합주만이 아니라 아리조나, 조지아, 텍사스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까지 이기는 시나리오다. 다만 2016년 악몽이 있으니까 괜히 또 투표장에 안 나갈까봐 자기들끼리 모이면 랜드슬라이드도 희망적으로 얘기한다. 

한국 선거도 그렇지만 미국 선거는 ‘누구를 내 거실에 초대하느냐, 누구를 초대하고 싶으냐’의 게임이다. 힐러리 여사는 너무나 지적으로 뛰어난, 미국 역대 가장 준비된 후보 중 하나였다. 누가 귀찮고 재미없게 그 교수를 서재에 초대하고 싶겠나. 하지만 트럼프는 허풍도 세고 말투도 서민적이라 저라도 호프집에서 같이 술 마시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힐러리는 마녀 이미지가 있다.

그렇다. 딱딱하고 자기의 진리 만을 얘기하고, 지나치게 기득권과 여성계만 대변하는 너무 강퍅하고 전형적인 이미지. 그런데 그게 사실은 수십년 간 공화당 극우 진영들이 FOX 채널을 통해서 형성시켜온 이미지다. 사람들이 정반대로 알고 있는데 클린턴 부부 빌과 힐러리 중에서 훨씬 약자에게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힐러리 여사다. 

하지만 실제 DNA가 그렇다는 것과 정치에서 퍼셉션(perception, 인식)은 다르다. 힐러리는 그 장벽을 넘어서기 어려웠는데, 조는 누구든 자기 거실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씨 좋은 아저씨,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가 같이 버드와이저 마시면서 몇 시간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음씨 좋은 사람인 거다. 왜냐하면 바이든은 처음에 조금 집이 괜찮다가 나중에 가세가 기울어져서 펜실베니아 스크랜튼에서 델라웨어로 이사했는데,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의 정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민주당 입장에서 지난 2016년에 놓쳤던 백인 표, 펜실베니아, 미시건, 위스콘신과 심지어 민주당한테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장벽)인 조지아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민주당 일각에서 조금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아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조지아, 오하이오, 이거 다 가져와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공화당 유권자 등록이 민주당의 신규 유권자 등록보다 훨씬 무서운 기세로 (늘고있다). 이게 되게 의미심장하다. 미국에서 선거는 유권자를 등록시키는 것 자체가 선거운동의 거의 80%다. 2016년 민주당 전략가 네이트 실버도 특히 농촌 중심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숨은 신규 유권자들이 대거 등장했던 걸 못 봤다. 그런데 그때처럼 대거 신규 유권자 등록이 공화당이 더 많다? 이건 민주당에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는 뚜겅을 열어봐야 한다. 

-우편 투표에 대해 말들이 많다. 트럼프는 우편 투표가 사기라고 하면서 또 독려도 하고, 결과 발표가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 때까지 갈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갈 수도 있는데 지금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가장 싱거운 시나리오는 말씀드린 것처럼 바이든이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 이게 가장 왼쪽에 있는 시나리오이다. 트럼프가 랜드 슬라이드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봐도 된다. 바이든이 랜드 슬라이드로 이기는 건 한국의 총선을 생각해보면 조기투표가 심상치 않다. 지금 사전투표 하고 있는데 특히 경합주의 승부처인 플로리다 이런 데서 뉴 밀레니얼과 소위 Z세대 등에서 신기록이 갱신되고 있다. 특히 경합주에서 사전투표는 민주당에게 굉장히 유리한 시그널이다. 왜냐하면 사전투표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민주당이 높다. 그 말은 곧 당일이나 그 다음날 선거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거다. 그게 민주당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런데 우편 투표 비율이 워낙 높아서 오바마나 이런 사람들이 계속 경합주를 돌면서 ‘제발 우편투표 하지 마라. 당일에 나와서 하자. 목숨을 걸고라도 투표해라.’ 이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사람들이 코로나를 겁내서 우편투표를 많이 한다면 그때부터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우편투표 비율이 높다면 당일날 트럼프가 이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트럼프는 그 순간 승리를 선언하고 바이든한테 전화해서 패배에 승복하라고 하고, FOX나 이런 데 나와서 승리 선언을 일찍 할 거다. 그 이후 진흙탕 소송전, 그게 전략이다. 

-우편투표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바로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부정선거 대 선거의 민주적 승자, 이 프레임으로 그때부터는 지루한 법률 투쟁으로 간다. 그리고 결국 270의 매직 넘버를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하원에서 다수 결정으로 승리한다. 이게 트럼프가 생각하는 현재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왜냐면 트럼프 팀도 지금 지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그 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선언을 하고, 그 다음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를 투입할 거다. 

한국 언론들은 레이건 때 비서실장 했던 제임스 베이커에 주목을 안 하던데 공화당 민주당을 다 합쳐서 역대 미국 비서실장들 중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레이건은 제임스 베이커 덕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몇 년 전 ‘게이트 키퍼(Gate keeper)’라는 책이 나왔다. 문고리 권력의 정점, 그러니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역대 비서실장들에 대한 분석이다. 청와대도 보면 좋겠는데, 저자가 설명했듯 진 베이커는 최고의 비서실장이고, 가장 노회한 정객이다. 그는 2000년 플로리다 투쟁을 이끌었다. 공화당이 탁월한 소송 투쟁 전략을 썼고 대법원이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지금 그걸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이미 50개 각 주에서 동시에 소송 투쟁을 벌일 준비를 다 갖춰 놨고, 거기에 누구를 파견할 것인지 다 정해놨다. 그 총 지휘를 진 베이커가 하는 순간 민주당은 악몽이 시작된다. 이 사람은 소송을 통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민주당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과연 그 소송 투쟁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까? 거기다 더 결정적인 뒷배가 있다. 대법원. 결국 대법원 판결로 갈 경우, 트럼프의 계산은 인준된 배럿 판사까지 합치면 6:3이 된다. 공화당 성향 6, 민주당 성향이 3이다. 소송 투쟁에서 최종적으로 우리 손을 들어줄 테니 자신이 대통령에 재선될 거라는 게 트럼프의 계산법이다. 

그런데 그 트럼프의 계산법이 틀릴 수도 있다고 본다. 아까 말한 미국의 위대함은 어디서 오냐면 제도적 애국주의에서 온다. 즉, 6 대 3이지만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가 아직 변수이다. 강경보수주의자로서 이슈에 있어서 트럼프와 생각이 비슷하지만, 이 사람은 제도적 애국주의자다. 그러니까 공화당에 뭐가 유리하냐 보다 무엇이 헌법적으로 합치되는가를 더 따진다. 그런데 과연 소송 투쟁에서 트럼프의 손을 자동적으로 쉽게 들어줄까? 그건 존 로버츠 스타일이 아니다. 트럼프의 계산이 틀려지고, 뜻밖에 대법원이 트럼프의 패배를 선언할 수도 있다. 

거기에 또 한 명 변수가 있다. 캐버노(Brett Kavanaugh)라고 지난번에 성폭력 때문에 논란 끝에 트럼프가 대법원 판사로 임명했던 인물. 그는 강경보수라 2000년 대법원처럼 정파적 판결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단 그는 정무적인 기질이 강한 사람이다. 나쁘게 얘기하면 눈치를 많이 본다. 다소 희망적 사고이지만 만약 거대한 민심이 마치 한국의 촛불처럼 누가 보더라도 소송 투쟁에서 보수 쪽의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논리면 의외로 캐버노도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 물론 인준된지 얼마 안된 배럿 표의 향배도 아직은 불확실한 변수이다. 이런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 도사리고 있다. 저도 결과를 모르겠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지금 뚜껑을 열어 보니까 공화당이 탁월한 전략으로 그간 새로운 유권자를 등록시킨 덕분에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에서 2016년의 영광이 재현될 수도 있다. 모든 스펙트럼이 다 있다. 그러나 저는 결과적으로 1월 20일 전에는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총선도 코로나 영향이 컸다고 보는데, 미국 대선도 코로나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를 잘 대처하지 못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표가 떨어진 반면 코로나로 힘든 경제, 이 부분은 자기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먹히는 측면도 있다던데.

양 측면이 다 있다. 말씀처럼 경제 부분에서는 여전히 트럼프가 좀 더 해결을 잘 할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다. 코로나처럼 불확실한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바이든이 되면 샌더스나 워런 같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적인 영향을 미쳐서 경제를 더 불확실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트럼프가 계산을 잘못했던 건, ‘대통령다움’이라는 부분에서 너무 잃어버렸다. 경제에서 약간의 우위라는 게 거의 무력화가 된 상황이다. 실제로 TV 토론, 코로나 확진 이후 지지율이 한때 17%까지 벌어졌다. 물론 지금 다시 추격했지만 만약 선거에 진다면 트럼프의 결정적 패착은 결국은 코로나가 될 것이다. 프레지덴셜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다. 

-플로리다에는 두 번이나 갔다.

지금 플로리다에서 질 것 같으니까. 270개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공식에서 플로리다가 진다면 이길 수 있는 공식을 만들기 어렵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 되기 전까지는 플로리다에서 우위였다. 만에 하나 플로리다를 잃고, 이번 대선에서 진다면 그건 노인표 때문에 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플로리다는 휴양지로 노인이 많은데, 노인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샌더스나 사회주의 이런 거 안 좋아한다. 그런데 코로나는 노인들에게 생명의 문제다. 나중에 출구조사를 확인해 봐야 되겠지만 분명한 건 젠더 갭(gender gap)이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이 벌어질 거다. 그건 2018년 중간선거에서 이미 그 징후가 드러났다. 그리고 노인 부분에서 그간 공화당이 항상 유지해왔던 9~10%, 이게 역전될 거다. 결국은 코로나 선거다. 

-지난 2016 대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한테 전국 득표수는 2% 졌지만 경합주에서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지금 경합주에서 차이가 벌어졌다가 다시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지난 선거의 경향성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온다. 

비슷해지는 추세는 맞다. 트럼프가 지금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에 효과가 있었던 두 가지를 이번에 똑같이 재연하려고 하는 거다. 그때는 Lock her up, 지금은 Lock him up이다. 아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어떤 특혜를 베풀어줬다, 바이든의 아들은 물론이고 바이든을 감옥에 쳐 넣어라. 이 프레임으로 선거 막바지를 가려고 한다. 이미 헌터(Hunter Biden)와 연계된 가짜 뉴스를 마구 내고 있다. 왜냐면 지난번에 줄리안 어산지(Julian Paul Assange)와 연합해서 위키리크스로 재미를 봤다. FBI 제임스 코미(James Comey) 국장이 이메일 게이트를 의도하진 않았지만 마치 트럼프가 맞았던 것처럼 하는 바람에 힐러리 여사가 막바지에 졌다. 

트럼프는 지금 두가지, 하나는 Lock him up을 통해서 지지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리고 헌터. 이걸로 지난 2016년 승리를 재연하려고 하는데 그때와 차이가 있다. 그때는 코미의 발언이나 어산지의 폭로가 상당 부분 공격할 수 있는 소재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문제는 아직 의심스러운 증거라 먹히긴 어렵다. 그래서 추격은 하는데 5% 뒷심이 부족하다. 하지만 만약 남은 2주간 뭔가 숨겨놨던 스모킹 건이 하나 터지면 승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그게 과연 나올까? 쉽지 않은 게, 이미 조지 W. 부시 시절에 공화당과 조지 부시에 충성했던 콜린 파월을 비롯한 훌륭한 보수들이 바이든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하고 있고, 펜타곤이나 FBI 이런 데에서 이제 굳이 트럼프한테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다. 지금 트럼프가 자기 사람으로 채워 넣은 건 폼페이오가 장악한 국무성과 법무부다. 두 곳은 철저하게 (트럼프의) 수족으로 움직이는데 다른 데는 절대적으로 그쪽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제3세계 독재 대통령은 대선 결과를 무시하기도 하고, 또 그게 통하는데 미국은 대법이나 국방부가 제도적 결정에 순응하지 않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게 미국의 힘인가?

예를 들면, 펜타곤의 일부 장성들은 기후위기에 대해서 자기의 군통수권자인 트럼프의 말을 무시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 기후위기에 대해 준비해 나가자’고 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군 기지도 신재생 에너지 방식으로 운영하고, 2050년 탄소 제로에 대비해 보병들이 자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방식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이게 아직까지 건재한 미국의 힘이다. 다만 존 로버츠(John Glover Roberts) 대법원장에 대해선 조금 신뢰가 있는데 3명의 강경 보수 판사들은 정파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매우 우려된다. 여기는 트럼프랑 동맹을 맺을 수 있다. 

안병진 미래문명원 교수가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미 대선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안병진 미래문명원 교수가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미 대선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안병진 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회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美 뉴스쿨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 대통령제와 선거를 전공했다. 뉴욕시립대학교 등에서 미국 정치를 가르치다 2003년 귀국해 경희사이버대학교 부총장 겸 미국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을 지냈다. 주요 언론매체에서 미국 정치 논평 패널과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현재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예정된 위기>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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